마산교구 전사前史 35

거제도 교우촌 (4)

 

1882년 5월 한미韓美 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다. 청淸나라가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주선했다. 1883년에는 한영韓英 한독韓獨 통상조약까지 맺어진다. 이런 조치로 외국인 선교사에 대한 규제는 조금씩 완화되었다. 당시 경상도 전역은 로베르(Robert 金保祿) 신부에게 일임되어 있었다. 
그는 부엉골(현재의 경기도 여주)에 거주하면서 충청도까지 담당했다. 그러다 1885년 경상도 전담으로 임명되자 거처를 경북 칠곡漆谷 신나무골로 옮긴다. 경상도에 상주하는 첫 사제가 된 것이다. 그해(1885년) 12월 그는 대구본당 초대 주임 신부로 발령받는다.

로베르 신부는 1883년부터 서울의 주교에게 사목 보고서를 보내고 있었다. 보고서에는 서부 경남 공소에 관한 기록도 있다. 1883년 보고서는 1882년 6월부터 1883년 5월까지의 활동이다. 그러니까 로베르 신부는 1882년에 이미 마산교구 지역을 찾아왔던 것이다. 병인박해 이후 사목자로서는 첫 방문인 셈이다.

1882년 로베르 신부가 찾아와 세례와 고백성사를 집전했던 마산교구 지역 공소는 다음과 같다. 창원의 잉애터(北面), 함안의 동천(群花), 논실(山西里), 밤대(咸安舊邑), 산청의 능구지(凡城), 합천의 황개(大并), 그리고 소촌(文山) 이렇게 일곱 공소다. 1884년 보고서엔 여기에 진주의 비라실(長在洞)공소가 추가된다.

거제도 경우는 진목정(玉浦)공소가 처음이다. 1888년 보고서부터 등장하고 있다. 이 보고서 역시 1887년 6월부터의 활동이다. 보고된 교우 숫자는 6명이었고 성인 영세자 15명, 교우 자녀 영세자 5명, 예비자 16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니까 로베르 신부는 1887년 말(末) 성탄 판공을 위해 처음으로 거제도를 찾았고 15명에게 세례성사를 베풀었던 것이다.

로베르 신부는 거제도 옥포 진목정 마을에 교우와 예비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윤봉문의 부친 윤사우尹仕佑는 말년에 거제도를 떠나 함안 논실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다가 선종했다(1883년). 아마도 그는 판공성사를 주기 위해 논실을 방문했던 로베르 신부에게 옥포 소식을 전했을 것이다.

한편 장자(長子)였던 윤경문 역시 부친을 만날 겸 판공성사 때는 논실을 찾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로베르 신부를 만났을 것이다. 그러기에 로베르 신부가 처음 거제도를 방문했을 때 윤경문은 통영까지 마중 나갔고 함께 배를 타고 거제도로 왔다. 옥포 진목정까지 안내했고 이후 복사 역할을 성실히 해냈다. 로베르 신부는 윤경문을 진목정 공소 첫 회장으로 공식 지명한다.

15명의 영세자는 훗날 옥포 진목정공소의 중심이 된다. 윤경문과 진진부陳進富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진진부의 아들 진명호陳明浩는 윤경문의 뒤를 이어 두 번째 회장이 된다. 그는 거제 명진明珍 지역에 처음으로 전교했고 말년에는 진영본당 회장을 했다. 예수회 첫 한국인 사제이며 서강대 설립에 기여했던 진성만陳聖萬 베드로 신부는 그의 친손자다.

윤봉문의 가족은 진진부의 도움으로 1879년부터 옥포에 정착해 있었다. 이후 진진부는 그들과 함께 전교에 힘썼다. 로베르 신부가 방문해 처음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영세식을 거행한 장소도 진진부의 집이었다. 순교자 윤봉문 역시 그의 사위가 되어 그 집에서 함께 살았다.

이렇듯 유서 깊은 진진부의 집은 진목정眞木亭 마을에 있었다. 참나무가 많았던 동네였기에 진목정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행정상으론 국산리에 속했다. 즉 국산리에 있는 진목정 마을이었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국산리는 옥포리에 병합되는데 이후 이름이 사라진다.

 

조선대목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