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본당 설립(1)
서부 경남에 처음 세워진 본당은 진주 본당이다. 1899년 6월 3일 타케(Taquet 嚴宅基) 신부의 부임으로 시작된다. 이 듬 해(1900년 6월 29일) 신설되는 마산 본당을 앞선 일이다. 그러나 진주 본당은 타케 신부가 본당을 마산으로 옮겨가 는 바람에 1년 만에 사라지고 만다.
당시 경남에는 부산 본당과 명례明禮 본당이 있었다. 부산 본당은 1890년 영도에서 시작된 경남의 첫 본당이다. 명 례 본당은 1897년 신설되고 강성삼(姜聖參) 신부가 주임으로 임명되지만 임시라는 조건이 붙었다.
강신부는 1896년 4월 26일 서품되지만 병약했기에 1897년 6월 9일 부산본당 협력사제로 부임했다. 당시 주임이던 우도(Oudot 吳保祿)신부 주선으로 명례주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사정이 생겨 1898년 1월 명례에 부임한다. 강성삼 신 부는 5년 뒤인 1903년 9월 9일 명례에서 선종했다. 그가 죽자 명례 본당은 다시 공소로 환원된다. 강성삼 신부는 김 대건 신부 이래 조선교회 5번째 사제다.
따라서 진주 본당은 실제로는 경남의 두 번째 본당으로 뮈텔주교가 공인한 공동체인 셈이다. 더구나 타케 신부 는 부산 본당 주임으로 있으면서 신설 본당을 자원(自願)했다. 그만큼 진주 본당은 중요했던 것이다. 이 지역에 본당을 세우려했던 이유는 공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타케 신부는 부산 본당 세 번째 주임신부였다. 공소 판공을 나서면 엄청난 거리를 다녀야 했다. 동(東)으로는 울산 지역 서(西)로는 하동까지 가야했다. 중부는 명례본당이 맡았지만 해안지대와 거제도는 그의 몫이었다. 그러니 진주 쪽에 본당을 세워 부산 본당을 나누는 일은 절실한 과제였고 뮈텔주교에게 수차례 건의되어 있었던 일이었다.
이렇듯 진주 본당은 공소를 위한 배려에서 시작되었다. 서부 경남에 공소가 많았던 것은 일찍부터 교우촌이 자생 적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이 교우촌은 정해 박해 이후 등장한다. 박해를 피해 헤매던 피난교우들이 정착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정해(丁亥) 박해는 1827년(정해년) 시작되었다. 전남 곡성谷城의 한 옹기점에서 일어난 사소한 사건이 박해로 확대된 것이다. 문제의 옹기점은 교우들이 운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옹기 가마를 개봉하게 되어 간단한 잔치를 했는데 일꾼 하나가 술이 취해 인근 주막집 주인에게 행패를 부렸다.
그러자 주인 내외는 기분이 상해 관가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일꾼들 일부가 교우인 것이 드러났다. 곡성 현감 은 자기 관내에 천주교인들이 있음에 크게 놀라 교우들을 잡아들이게 했다. 이것이 정해 박해의 시작이다.
박해가 심해지자 곡성 교우들은 타 지역으로 숨어들었다. 그러자 탄압의 손길도 확대되었다. 이렇게 해서 박해는 남원과 전주를 거쳐 전라도 전체로 퍼져나갔다. 당시 전주 감옥에 갇힌 교우만도 240명이 넘었다고 관변(官邊) 기록 은 전하고 있다.
정해 박해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나 탄압의 강도는 심했다. 피난 교우들이 경상도로 넘어간 것도 관원의 끈질 긴 추적 때문이었다. 피난교우들은 백운산白雲山 일대에 숨어 있다가 함양지역으로 들어왔다. 1900년 전북 진안에 어 은동 본당이 설립될 때 함양지역 공소들은 이곳 소속으로 분류된다. 뿌리가 호남 교우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서부 경남에 교우들이 집단으로 등장한 것은 정해 박해 이후다. 훗날 그들은 함양과 안의 산청지역 교우 촌의 모체가 된다. 남쪽으로 이동하던 교우들은 하동과 사천 그리고 문산 쪽으로 모여 들었고 공소로 발전되었다. 그 결과 마침내 진주에 첫 본당이 서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