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부활 제2주일 곧, 하느님의 자비 주일 강론

posted Apr 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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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이정근 요한 신부

말보다는 행동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사람의 속마음을 알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대화를 할 때 두루뭉실하게 말하거나 자신의 마음과는 반대의 말을 하게 되면 말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히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이럴 때 말보다는 상대방의 표정이나 몸짓을 통해 그 사람의 진심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을 연구하는 행동심리학에서 몸은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기에 어쩌면 말보다 더 정확하게 진심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말보다는 상대방의 표정이나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의 진심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하느님의 자비 주일입니다. 전례를 통해 하느님은 우리 인간을 사랑하고 가엽게 여기신다는 사실을 다시 기억하게 됩니다.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자비로우신 하느님」(Dives in Misericordia)이란 회칙에서 이 세상에 하느님 자비를 찾을 수 없기에 하느님의 자비를 선포하고 증언해야 한다고 촉구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교회 본연의 삶을 이렇게 말합니다. 


“교회는 자비를 고백하고 선포할 때에 본연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자비가 창조주와 구세주의 가장 놀라운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사람들을 구세주의 자비의 샘에 가까이 가게 만들 때에 본연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또 “교회는 말과 행동으로 자비를 전하여 사람들의 마음속에 파고 들어가 그들이 다시 하느님 아버지께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 나서도록 하여야 합니다.” 


이렇게 사랑의 명령에 따라 자비를 선포해야 하며, 자비를 선포하는 것이 교회 본연의 삶을 사는 것이며, 이러한 삶을 통해 사람들을 다시 하느님께 돌아오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내용을 모르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행동하는 것입니다. 실천하는 것입니다. 앞서 행동심리학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하느님은 자비하신 분입니다’하고 세상에 아무리 외쳐도 교회의 일원인 우리가 자비를 전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면 세상은 우리의 진심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말은 좋은데 진심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교회가 있는 곳, 다시 말해 우리 신앙인들이 있는 곳에선 하느님의 자비가 드러나야 합니다. 내가 체험했던 하느님의 자비를 전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내 삶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오늘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하며, 말이 아니라 삶으로 그분의 자비를 세상에 전해야 할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하며,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