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강론

posted May 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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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주용민 리노 신부

과연 결자해지結者解之가 가능할까?

 

오늘은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하늘나라로 오르셨음을 기리는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전통적으로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주님 승천 대축일을 주님 부활 대축일로부터 40일째 되는 부활 제6주간 목요일에 지내지만, 주님 승천 대축일이 의무 축일이 아닌 일부 나라에서는 부활 제7주일로 옮겨 지내고 있습니다. 또한 대중매체를 통한 효과적인 교회의 사도직 수행을 위해 1967년 ‘홍보의 날’을 제정했으며, 한국 천주교회는 1980년부터 해마다 주님 승천 대축일을 홍보 주일로 지내오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2일 교구 신자분들의 정성과 기도로 새 교구청을 건립하여 이사를 마쳤습니다. 새 교구청은 넉넉한 부지에 아담한 산세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곳에 지어졌습니다. 이 아름다운 교구청을 선물로 주신 하느님과 교구민들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며칠 전 교구장 서리 신부님과 교구청 마당을 산책하다 등나무에 휘감긴 소나무를 발견하였습니다. 서리 신부님은 소나무가 너무 갑갑해 할 것 같으니 전지를 해 주어야겠다고 말씀을 하셨고 저는 넝쿨이 뭔 대수일까 그냥 툭 끊어버리면 노끈처럼 술술 풀릴 거라 가벼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지가위를 들고 가까이에서 본 넝쿨은 예상과는 달리 엄청 단단하게 소나무를 옥죄고 있었습니다. 정말 결박도 이런 결박이 없습니다. 그 조이는 힘이 얼마나 강했던지 소나무에 옥죈 자국이 선명합니다. 담쟁이넝쿨도 오래된 줄기는 소나무의 껍질 틈새로 파고들어 긴 거머리처럼 박혀 있었습니다. 등나무와 담쟁이를 제거하고 난 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우리가 지은 죄와 그 흔적인 상처들이 저렇게 우리를 옥죄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도 소나무처럼 누군가가 결박을 풀어주지 않으면 스스로는 풀어낼 재간이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문제들을 우리 스스로 해결 가능한 시대를 산다고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속박을 풀어주실 해방자, 구원자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주님으로부터 멀어지는 이유는 이런 어리석은 교만에서 비롯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진정 우리가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 안에 고통과 두려움, 의심과 아픔, 슬픔의 결박으로 예수님의 참된 부활과 승천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죄의 속박을 풀어주시려 이 세상에 오셨고 또 그 믿음을 북돋아 주시는 성령을 보내주시려 승천하셨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에 묶여 계십니까? 오늘 복음의 이 말씀을 붙들고 살아갑시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해결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