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

하느님께 충성忠誠

posted Jul 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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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봉원 야고보 신부(교구 총대리)

우리나라 국군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제 평화유지에 이바지함’을 그 사명으로 하고 있다. 그들의 이러한 사명 수행을 위한 전제 조건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충성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군인들은 입대하여 제대하는 날까지 귀가 따갑도록 이 말을 가장 많이 외치며 듣고 살아간다.


충성忠誠의 사전적 의미는 ‘참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성’으로, 특히 국가나 임금에게 바치는 지극한 마음이다. 한자의 뜻도 그러하다.


충성 ‘충忠’은 마음 ‘심心’자 위에 가운데 ‘중中’자가 놓여 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무게중심을 잡는다는 ‘중中’은 얼굴의 이목구비耳目口鼻를 통해 드러난 마음 ‘심心’과 합하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매진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마음 ‘심心’자 위에 가운데 ‘중中’이 두 개가 되면 뭐가 되는가? 근심 ‘환患’자가 된다. 중심이 두 개이다 보니 목표도 두 곳으로 나뉜다. 그러므로 ‘환患’은 ‘충’과는 달리 마음이 두 갈래 이상으로 나뉘어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마음이 갈라져 갈등葛藤을 겪고, 근심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이쪽저쪽 양다리를 걸치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는 꼴이다.


또 ‘성誠’은 말씀 ‘언言’변에 이룰 ‘성成’자로 되어 있다. 그것은 말을 이룬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말한 것을 책임지고 실행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충성하는 자는 빈말이나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바른말을 하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 언행일치言行一致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이 항상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무게중심이 잡혀 ‘충성忠誠’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갈라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환자患者’와 같은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세속에 살면서도 예수님을 그리스도 주님으로 믿고 살아가는 신앙인이다. 
신앙인은 그리스도 주님을 통해 선포된 하느님 말씀에 반대되는 세속주의적인 생활방식을 복음 정신으로 바로잡아 살고 있다. 또 세상의 그 어떤 대상보다도 하느님을 더 사랑해야 하고, 각자 자기 십자가를 지고 하느님을 따라야 한다. 이것이 하느님께 충성하는 삶이다. 군인들이 국가에 충성하면서 군 생활하듯이, 신앙인은 언제나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 최고의 충성을 바치면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어려움이 있다.
인간이기에 가족을 돌보고 세상일에 집중하다 보면, 하느님께 충성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리고 세상의 일을 하는 것과 하느님을 섬기는 일 사이에서 우선순위優先順位의 갈등葛藤을 겪기도 한다. 때로는 세상 것을 중요시하여 하느님을 덜 사랑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충忠’의 상태가 아니고 ‘환患’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 결과 방황도 하고 냉담冷淡 생활도 한다. 이럴 때는 빨리 ‘환’에서 ‘충’의 상태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바로 회개하는 것이며, 세례 받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하느님께 충성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십계명에서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라고 하고, 복음에서 마음과 목숨과 생각과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하느님을 첫째로 사랑하라고(마르 12,30 참조) 하는 것도 하느님께 충성하라는 것이지 않은가? 군인뿐만 아니라 국민으로서는 국가에 충성해야 하고, 신앙인으로서는 하느님께 충성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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