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교구장 사목교서"교구 설정 50주년 - 기쁨과 은총의 해를 맞이하며"

by admin posted Nov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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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교구장 사목교서

교구 설정 50주년 - 기쁨과 은총의 해를 맞이하며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교형자매,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평화를 빕니다. 거룩한
성령께서도 당신의 풍부한 은사로 여러분들의 믿음의 힘을 북돋아 주시기를 빕니다. 우
리 교구는 지난 한 해 동안 “신앙의 정체성을 찾아서”라는 주제 아래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신앙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되찾기 위해 애썼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함께 동참
해 주신 교구민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교구는 2016년도에 교구설정 5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성경은 50이라는 숫
자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50년은 ‘희년’ 또는 ‘은총의 해’로서 모든 것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는 의미를 지니는 해입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은 그동안 하느님께서 우
리에게 베푸신 은총에 감사드리며, 교구가 시작하던 때의 열정과 첫 마음을 회복하고,
거기에 맞추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이에 교구설정 50주년을 바라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사목교서를
발표합니다.

    
1.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희년은 기쁨과 축복의 해입니다.(레위 25,8-22참조) 모든 빚이 탕감되며 빼앗겼거나
팔린 땅은 모두 본래의 주인에게 되돌아오고, 종노릇하던 노예는 해방되는 기쁨을 누
리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이 희년의 정신이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
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
는 해방과 자유로 수렴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이하며 주님께
서 선포하신 이 은혜로운 삶이 우리 가운데 존재하는지 물어야 합니다.
     
2.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이 기쁨과 해방의 삶, 곧 희년은 복음을 받아들임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부활하신 예
수님께서는 당신을 찾아 헤매던 두 여인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
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마태 28,10) 하고 말
씀하셨습니다. 주님께서 가라고 당부한 ‘갈릴래아’는 사도들이 하느님 나라의 건설이라
는 큰 뜻을 품고 출발하였던 그곳, 본래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울러 갈릴래아는 첫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당신을 다시 볼 수
있게 되리라는 희망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우리 신앙의 출발지, 우리의 첫 마음이 머물러 있는 갈릴래아는 어디입니까? 복음입
니다. 우리는 복음을 통하여 주님을 만났고 신앙을 받아들였습니다. 복음으로 돌아가면
거기에서 주님을 다시 뵙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복음을 부끄럽게 여겨서는 안 됩니
다.(로마 1,16 참조) 우리에게 신앙이 기쁨과 해방이 아니라 무거운 짐이라면 그것은 주
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이 아직 우리 안에 제대로 스며들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복음 말
씀을 읽고 마음에 새김으로써 복음 말씀이 우리 삶을 지배하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
리가 죽음을 극복하여 참된 해방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길입니다.

   
또한 우리가 돌아가야 할 갈릴래아는 교구가 첫 발을 내디딜 때의 그 열정과 각오이
기도 합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반세기의 격동기를 보내면서 온 교구민이 일치하여 주님
의 복음을 열성으로 전파하였으며, 외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돌
아보면 모든 것이 주님의 은총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교구의 현실은 처음 출발할 때의 그 열정과 순수한 마음이 많이 흐
트러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열정은 식어버리고 우리의 각오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역복음화율, 미사참례 등 교구의 모든 신앙 지표가 정체기에
들어선 지금 우리는 교구가 출발할 때의 그 첫 마음을 되찾아야 합니다. 초창기 교구가
시작할 때의 역사와 선배 신앙인들의 노고를 되돌아보고, 그들이 남겨준 유산을 정리
보존하며 새로운 각오를 다질 수 있어야 합니다.
    
3. 그들은 날마다 한 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성경은 주님의 복음을 따라 은혜로운 삶을 누리며 살았던 초대교회 공동체의 모습
을 “그들은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
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사도 2,46-47). 또한 그들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모든 소유를 공동으
로 소유하였다. 저마다 필요한 만큼 나누어 받곤 하였다. 그럼에도 그들 가운데에는 궁
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큰 은총을 누렸다’(사도, 4,32-34 참조)는 아름다운
모습을 전해줍니다.

     
초대교회처럼 누구 하나 소외되고 버림받는 일 없이 함께 기쁨과 은총을 누리는 공동
체는 누구 한 사람이 나서서 끌고 간다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공동
체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순박한 마음으로 가진 것을 나눌 줄 알며,
날마다 한 마음으로 모여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을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각자
가 처한 상황은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이 은총의 해를 이루
는 일에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달란트로 동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교구 설정 50주년을 기념하는 이 특별한 순간에 모든 교구민들이 은
혜로운 삶에 동참할 수 있도록 희년의 정신에 부합하는 영적쇄신 운동과 기념사업을 실
행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 희년이 단순히 지나가는 통과의례적인 행사가 아니라 우리 교
구가 실질적인 영적쇄신을 이루고, 기쁨과 은총을 누리는 참된 신앙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교구민 모두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 드립니다. 우리가 실천해야 할
실천 사항을 아래에 정리하여 발표합니다.
     
<실천 사항>
영적 쇄신 : 성경필사, 읽기, 공부하기
                     가정기도 바치기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 정신 회복하기
                    사랑의 사회적 질서 확산을 위한 사회교리 공부하기

   
기념 사업 : 생명 운동과 사랑 나눔 운동 전개
                     순교자 묘지 정비와 순례
                     교구청 이전을 위한 준비와 동참
                     교구 규정집 재정비

     

     
하느님께서 ‘나의 사랑’,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염둥이’라고 부르시는 교구민 여
러분, 우리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와 노력들이 어우러져서 한 마음으로 우리가 50
주년을 맞이한다면 주님께는 영광이 되고 우리교구에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마련될
것입니다. 교구 설정 희년을 맞이하여 교구민들이 주님께서 선포하신 참된 해방과 자유
의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하며, 언제나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크신 은총이 가득 넘치기
를 기원 드립니다.

    

   
2014년 대림 첫 주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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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장 안 명 옥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