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9일 주님 세례 축일 강론

posted Jan 0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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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김태호 스테파노 신부

세례, 새로운 삶, 새로운 내딛음

 

물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 요소입니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물이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물은 생명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물은 생명을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물은 죽음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물은 형태를 바꿔버립니다. 오랜 세월 물이 흐른 곳에는 길이 생기고 돌들은 닳아버립니다. 그리고 홍수나 쓰나미와 같은 거대한 물은 형태를 파괴시킵니다. 그래서 물은 창조와 동시에 파괴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물은 또한 세례성사에 있어서도 필수적 요소입니다. 물은 우리의 죄를 씻어주고 그동안의 모습을 죽이고 파괴시켜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시켜 줍니다. 창세기의 노아 이야기에서 홍수는 인간의 죄로 물든 세상을 삼켜버렸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물로 세상을 파괴만 하신 것이 아니라 새롭게 창조해 주십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 주십니다. 노아의 가족들과 한 쌍씩의 짐승들은 방주에 올랐습니다. 대홍수 상황에서 노아 가족과 짐승들이 생명을 유지할 유일한 수단은 방주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노아의 가족과 짐승들이 방주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머무르기만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방주가 그들의 무덤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비둘기를 보내시어 노아 가족들이 방주에서 내려 바뀐 땅에 새롭게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해 주십니다. 


땅이 새롭게 바뀌도록 하는 물, 바뀐 땅에 새롭게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하는 비둘기. 이 두 요소는 주님께서 세례받으시는 장면에도 다시 등장합니다. 세례성사 때의 물은 땅을 새롭게 바꾸었을 뿐 아니라 우리 삶도 바꾸게 합니다. 지금까지의 내 삶의 형태를 바꾸어 새롭게 발을 내딛는 것이 바로 회개입니다. 


우리는 모두 세례를 받을 때, 회개할 것을 다짐했으나, 지금도 여전히 출렁이는 죄와 욕망의 바다를 떠다닐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그 물을 떠다니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그 물이 우리를 집어삼킬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내 삶의 형태를 해체하고 바꾸어 줄 새로운 물, 세례 때의 그 물이 늘 필요합니다. 그때의 물로 우리는 늘 스스로를 새롭게 바꾸어 나아가야 합니다. 암브로시오 성인은 우리가 진심으로 회개(고해성사)할 때 그 물이 눈에서 흘러나와 우리를 거듭 씻어준다고 말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교회의 성사 안에서 우리가 늘 새로워지도록 지금도 비둘기(성령)를 띄워주십니다.


지금 나는 어떤 물을 접하고 있습니까. 팍팍하고 어지러운, 세상이라는 바다 위에서, 나만의 방주를 만들어 웅크리고 주저앉아있지는 않습니까.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간, 세례 때의 물을 기억하며 우리 삶의 형태를 바꿉시다. 그리고 새롭게 다시 창조된 나의 삶에 다시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하느님께 비둘기(성령)를 보내 주십사고 청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