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교구장 성탄 담화문
말씀이 돌파하셨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 모두 주님의 성탄을 간절히 기다려 왔습니다. 해마다 성탄을 준비했지만, 이처럼 어둡고 희망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 절망의 대림절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코로나의 맹위 앞에 어쩔 줄 몰라 불안합니다. 마치 2700여년전 강력한 아시리아의 침공 앞에 부들부들 떨었던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입니다.
이에 예언자 이사야의 입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이 터져 나옵니다.
“너희가 믿지 않으면 정녕 서 있지 못하리라.”(이사 7,9)
정치적인 꼼수와 인간의 술수에서 의지처를 찾는 백성들에게 보라 소리칩니다.
“자 보라, 주 만군의 주님께서는 예루살렘과 유다에서 너희가 의지할 모든 것을 …… 없애버리시리라.”(이사 3,1)
“그런 다음 나는 풋내기들을 그들의 제후로 세우고 철부지들이 그들을 다스리게 하리라. 백성들은 서로가 서로를, 저마다 제 이웃을 괴롭히고 젊은이가 노인에게, 천민이 귀인에게 대들리라.”(3,4-5)
“그들의 얼굴 표정이 자기들의 죄를 증언하고 그들은 소돔처럼 자기들의 죄를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그들은 불행하리라! 스스로 재앙을 불러들였다.”(이사 3,9)
그러나 그날이 오면
“보라, 임금이 정의로 통치하고 제후들이 공정으로 다스리리라.”(이사 32,1)
그리하면
“어리석은 자를 더 이상 고귀한 이라 부르지 않고 간교한 자를 더 이상 존귀한 이라 말하지 않으리라.”(이사 32,5)
그리하여
“마침내 하늘에서 영이 우리 위에 쏟아져 내려 …… 광야에 공정이 자리 잡고 과수원에 정의가 머무르리라.”(이사 32,15-16)
“보라 동정녀가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이사 7,14)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의지가지없이 엎드려 숨만 쉬어 온 우리에게 이보다 더 크고 더 기쁜 말씀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 옛날 이스라엘이 절망 속에서 주님을 찾았듯이 오늘 우리는 코로나 절망 속에서 주님을 뵙고 이렇게 기뻐합니다.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 평화”
2021년 성탄절에
교구장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