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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사순절 담화문-빠스카 신비의 경축을 준비하는 사순절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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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사순절 담화문

사순절 사목서한

빠스카 신비의 경축을 준비하는 사순절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1990년 사순절이 다가왔습니다. 사순절은 전례 주년의 절정인 예수 부활 대축제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매년 사순절을 특별한 전례와 신심으로 거룩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 교회도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사순절의 좋은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년도 우리는 거룩한 사순절을 맞이하여 신앙의 증진과 많은 신익을 억기 위하여 성실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사순절을 잘 지내기 위하여 우리는 먼저 사순절의 의의과 교회 전통 및 전례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저는 사목을 담당하시는 모든 신부님들에게 사순절에 대한 깊이 있고 적절한 신자 교육을 성실히 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그리고 모든 교리 교사와 부모님들에게도 사순절 동안 청소년들의 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인류구원을 “빠스카의 신비 곧 당신의 복된 수난과 죽은 이들 가운데서의 부활과 영광스러운 승천으로”(전례헌장 5항) 완수하셨습니다. “즉 당신 친히 죽으심으로써 우리의 죽음을 이기시고, 친히 부활하심으로써 우리의 생명을 되찾아 주신”(상동) 것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빠스카의 신비는 인류구원 신비의 중심이며 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전례 주년에 있어서 빠스카의 신비를 최대의 축제로 기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교회는 이렇게 중대한 빠스카 축제를 준비하기 위하여 전례 주년 안에 사순절을 설정하였습니다. 즉 빠스카 축제를 앞둔 40일 동안 신자들이 특별히 마음을 가다듬고 그 준비에 몰두하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교회의 전통과 전례 규정들의 정신에 따르면 사순절은 2가지 시기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신자들은 그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 정신에 맞게 열심히 살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1. 세례 준비 기간인 사순절
사순절의 첫째 시기적 특성은 특별히 세례를 준비하는 기간이라는 점입니다.
사순절은 성세 성사와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성 토요일 즉 부활 전야는 신학적으로 성세 성사 거행의 특전적 시기이며, 교회는 전통적으로 사순절을 세례준비 기간으로 삼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신자는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죄에 죽고 그리스도와 함RP to 생명에로 부활하기 때문에(로마 6,3-5: 골로사이 2,12) 그리스도의 빠스카를 기념하는 부활 전야야말로 성세 성사를 받았던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이미 성세 성사를 받은 기성 신자들도 자신들이 이미 받은 세례의 은혜를 되새기고 재생의 생활을 더욱 충실하게 하기 위하여 교리 공부와 각종 영신수련에 정성을 쏟았던 것입니다. 이런 전통은 오늘도 교회 생활안에 연면히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교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순절 강론, 특별 피정, 성서와 교리 공부」등은 그러한 사순절의 세례 준비 기간적 성격을 반영하는 것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한국 교회에는 사순절 동안 특별히 신자들의 성서 및 교리 공부를 독려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오래 전부터 부활 “판공”때에 반드시 “교리 찰고”를 하는 관습이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 찰고 제도는 거의 폐지된 상태이며 그것을 대신하는 어떤 새로운 방안이 모색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남게 합니다.
사순절의 세례 준비 기간적 성격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오늘의 여러 가지 여건과 시대적 생황의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그 본연의 정신이 존중되고 거기에 부합되는 사목적 배려가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 토요일의 성세 성사 집전도 오늘날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어렵긴 하지만 그 특전적 시기의 성격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례 생활을 통한 산 교육이 신앙에 미치는 교육적 효과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2. 참회와 고행의 시기인 사순절
사순절의 두 번째 시기적 특성은 참회와 고행입니다. 이 특성은 사순절 첫날인 재의 수요일의 장엄한 예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사제는 예절 중에 재를 축복하면서 “사순절 재계를 충실히 지킴으로써 마음을 깨끗이하여 당신 성자의 빠스카 축제를 잘 준비하게 하소서”(재의 수요일 재의 축성 기도 중에서)라고 기도합니다.
이 특성은 성세 준비 기간인 사순절의 성격에 따르는 당연한 귀결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신자가 세례로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에로 부활하기 위하여는 먼저 그리스도와 함께 자기 죄에 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죄에 죽는 길은 고행입니다. 그래서 초대 교회부터 그리스도 신자들은 사순절을 엄격한 속죄와 고행의 시기로 지켜 왔습니다. 특히 대죄를 범하고 사함을 받고자 하는 참회자들은 사순절을 공적 보속의 기간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r회사가 입증하는 바에 의하면 초세기 교회에서 참회자들은 재의 수요일에 재를 머리에 얹고 사순절 동안 엄한 고행과 보속의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순절이 끝날 무렵 성 목요일 아침에 주교좌 성당에서 온 교회 공동체가 참석한 가운데 주교로부터 조의 사함을 받고 나서 그날 저녁 주의 만찬 미사 중에 성체를 받아 모실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와같은 참회와 고행의 전통은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으며 새 교회 법전도 사순절을 참회와 고행의 시기로 설정하고 있습니다(교회법 제 1249조-1253조).
이러한 때에 한국 주교회의는 참회와 고행의 중요성과 고회법 정신에 발 맞추어 지난 20여년 동안(1966년부터) 관면되어 온 주일 파공과 아울러 금육재 및 단식재의 관면을 금년 사순절을 기하여 철회하고 정상적으로 지키도록 조처하였습니다. 이것은 그 동안의 우리 교회의 성장과 우리 사회의 경제적 발전 등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한 조처라고 받아들여 집니다. 차제에 우리는 참회의 정신과 고행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성숙한 신앙 생활을 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참회와 고행의 교회전통과 교회법 규정은 인위적이거나 우연한 관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느님의법(교회법 1249조)에서 기인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독생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수고 수난과 십자가상의 죽으심으로 인류를 죄에서 구원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구원 경륜 안에서 고행이 속죄의 길이 된 것입니다. 마치 눈을 녹이기 위하여 열이 필요하듯이 죄를 없이하기 위하여 고행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참회와 속죄 행위는 단식과 같은 육체적 고행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교회 전통은 기도와 애덕 실천을 또한 매우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기도-단식-애덕 실천은 교회 전통의 중요한 3대 참회 행위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 전통을 따라 교회법도 참회와 고행의 날에 “그리스도 신자들이 특별한 방식으로 기도에 몰두하고 신심과 애덕의 사업을 실행하며...... 특히 금육재와 단식재를 지킴으로써 자기자신을 극기하여야 한다(교회법 제1249조)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교회법과 교회 전통의 정신을 따라 사순절 동안 금육재와 단식재를 착실히 지킬 뿐 아니라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애덕 실천에 보다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 신자들이 실행하는 참회 행위는 공동체적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신자들은 그리스도 신비체 안에 한 몸을 이루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신자들이 같은 날, 같은 방식으로 고행(단식재, 금육재)을 실행하는 것이 이 공동체성의 가시적 표현입니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 신자들은 이 공동체성으로 말미암아 각자의 개인적 참회 행위를 통하여도 교회의 인류 구원사업에 동참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공동체성을 중요시해야 합니다. 어떤 특별한 동기나 목적을 가지고 본당 공동체 또는 가정 공동체가 공동으로 참회 행위를 하는 것은 매우 장려할 만한 일입니다.
참회와 고행에 대하여 이야기 하면서 마지막으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입니다. 청소년 시기의 가정 신앙교육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리스도 신자 생활에 있어서 참회와 고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오늘날 우리 사회 안에 팽배해 있는 물질주의와 쾌락주의적 생활풍조가 청소년들의 극기의 정신을 약화시키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각 가정에서 그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참회와 고행의 참 뜻을 깨우쳐주며 생활 교육을 해 주실 것을 당부하는 바입니다.

친애하는 신자 여러분,
사순절은 전례 주년 안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거룩한 은총의 시기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 거룩한 시기를 잘 보냄으로써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받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교서를 보내드립니다. 아래에 열거하는 “사순절 성화를 위한 구체적 실천 사항”들은 사순절을 열심히 살고저 하는 여러분에게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이번 사순절이 특별히 여러분 가정과 본당을 위하여는 풍성한 은총의 때가 되고, 우리 교구를 위하여는 쇄신과 성장의 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사순절 성화를 위한 구체적 실천사항>

1. 세례 준비 기간인 사순절
ㄱ. 개인적으로 또는 가정 공동으로 성서 봉독, 영적 독서
ㄴ. 성서 공부반, 교리 공부반 참석
ㄷ. 사순절 강론 참석
ㄹ. 예비자 인도와 지도


2. 참회와 고행, 보속의 시기인 사순절
ㄱ. 금육재, 단식재
ㄴ. 개인적 또는 가정적 극기 생활(금주, 금연, 텔레비전, 영화, 오락절제 등)
ㄷ. 생활고 감수, 충실한 의무 수행
ㄹ. 기도 생활 강화, 참회예절 참석, 십자가의 길
ㅁ. 사랑 실천, 봉사 활동
ㅂ. 애긍시사, 불우이웃돕기(금육재, 단식재 등으로 절약된 금액)
ㅅ. 피정, 성지순례

1990년 재의 수요일에

천주교 마산교구장 주교 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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