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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누가 우리에게 그 돌을 치워줄 것인가?’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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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


‘누가 우리에게 그 돌을 치워줄 것인가?’

(마르 16,3 참조)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기쁜 예수 부활 대축일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천상 은총이 여러분 가정과 우리 사회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자유과 평화 그리고 내일에 대한 꿈은 모든 인간의 바람입니다. 이 모든 것을 빼앗긴 삶은 이미 인간다운 삶이 아니며 캄캄한 밤입니다. 나아갈 방향조차 찾지 못한 채 주저앉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삶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이 ‘어둠 속을 헤매는 백성, 캄캄한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 비쳐왔습니다’(이사 9,2: 60,1-2 참조). 출애굽의 밤! 온갖 치욕과 고통, 억압과 굶주림의 굴레를 어둠 저쪽으로 벗어 던져버리고, 여명 속에 희망의 길을 내디뎠습니다. 자유와 평화, 희망의 땅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파스카의 밤이었습니다.
인간은 영원을 꿈꾸는 존재입니다. 다시는 고통과 눈물, 억압과 죽음이 없는 나라, 영원한 자유와 평화의 나라를 꿈꾸는 존재입니다. 새로운 출애굽의 밤, 새로운 파스카의 밤을 기다립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이 긴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구약의 파스카절을 기념하는 그 밤에, 예수님은 스스로 파스카의 어린양이 되셔서 ‘영원’을 향한 탈출의 길, 새로운 출애굽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죄의 용서를 통한 인간 구원의 길을 열어주신 것입니다(마태 26,28 참조). 그러나 잇따른 예수님의 체포, 재판, 죽음은 예수님의 <영광의 탈출>이 실패로 끝난 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은 실의에 빠져 말합니다.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구원해 주실 분이라고 희망을 걸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이미 처형을 당하셨고, 더구나 그 일이 있은지도 벌써 사흘째나 됩니다”(루가 24,21). 희망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절망에 빠진 그들에게 희망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다시 살아나셨다”(로가 24,6). 예수님의 부활은 그들에게 생생한 희망을 안겨주었습니다(1베드 1,3참조). 수천년을 기다려온 영원한 자유와 평화의 나라를 향한 길이 열렸습니다. ‘죽은 이들로부터 예수를 부활시키신 분은 우리 죽을 몸들에게도 생명을 주실 것’(로마 8,11L 골로 1,18 참조)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이런 희망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게 합니다. 환경오염문제, 잘못된 정치, 경제가 맞물린 한보 사태, 향락 소비주의 풍조의 만연, 노동계 문제, 온갖 폭력과 고통, 죽음 등등이 상존하는 현실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희망에 대해 무엇을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이 모든 문제들이 라자로의 몸과 얼굴을 묶은 <베와 수건>처럼 사람들을 칭칭 동여매어 차디찬 돌무덤 안에 내던져 놓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 우리의 현실들이 라자로의 무덤, 예수님의 무덤을 막았던 <바위>가 되어 사람들을 캄캄한 무덤 속에 가두어 놓고 있지 않습니까?
과연 “누가 우리에게 그 바위를 치워줄 것”(마르 16,3)이며, 과연 누가 캄캄한 현실의 무덤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그 무덤에서 <불러내어>, 묶여있는 손발을 풀어주고 감겨있는 수건을 풀어 주어 <가게 할 수> 있습니까?(요한 11,43-44절 참조).
혹시 교회의 구성원인 우리 자신들도 무덤을 막은 <바위>가 되고, 손발을 묶는 <베와 수건>의 역할을 하지나 않았는지 자성하면서, 모든 정치인, 경제인, 공직자들을 포함한 사회 각계의 책임있는 사람들과 함께 무덤을 막고 있는 이 <바위>를 굴러내고, 갖가지 문제들로 묶여 있는 사람들을 풀어 주어 가게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희망이 없고 내일이 없어 보이는 그곳에 희망을 심어주고,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신앙인이 이 세상에서 보여 줄 수 있는 것 중에서 희망의 증인이 되는 것보다 더 값진 것은 없습니다.
비록 지금은 갖가지 고통과 시련을 겪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1베드 1,6-9: 로마 5,2-5 참조). 예수님께서 고통과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 진정한 자유와 평화, 희망의 싹이 움터 열매 맺기를 빌며,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1997년 예수 부활 대축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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