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리산 원묵계元黙溪 골짜기에서 살고 있다. 원묵계는 지리산 자락 삼신산 아래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 뒤로 삼신산 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있고, 남명 조식 선생이 돌아갔다고 알려진 ‘회남재回南岾’와 깃대봉이 마을 앞에 그림처럼 펼쳐진 아름답고 조용한 작은 마을이다.
속세 문명文明과는 거리가 먼 곳이긴 하지만, 기후 온난화의 영향을 절감하면서 살고 있다. 깊은 산속에서도 미세 먼지 주의보가 내리는 날에는 하늘이 안개 낀 날씨처럼 뿌옇게 보인다. 봄이 오면 꽃들이 펼치는 향연으로 사방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종잡을 수 없는 날씨 변화가 산골 삶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일쑤다.
매화, 진달래, 목련, 개나리, 벚꽃이 차례로 피지 않고 한꺼번에 피는가 하면, 적기인 줄 알고 고추와 들깨 모종을 사다 심었는데 느닷없는 한파로 동해凍害를 입어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계절 감각을 상실한 꿀벌들이 몰살하기도 하기도 하고, 봄이 온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여름이 닥쳐 감기몸살을 앓기도 한다.
기후 온난화로 산골 생활에 혼란을 겪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바깥세상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식들은 혼란을 넘어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하와이, 호주, 캐나다의 산불 소식, 러시아와 아프가니스탄의 대홍수 소식,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남극의 기온이 관측 이래 최고로 치솟았다는 소식 등등. 각종 식물과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과 태평양의 섬나라들이 바닷물에 잠겨 들고, 산호초들이 사라지고, 큰 고래들의 먹이인 새우들이 사라지면서 바다 생태계가 근원적으로 붕괴되고 있다는 소식들은 지구의 종말이 가까이 왔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런 현상들은 기후 온난화와 직결되어 있다. 기후 온난화는 산업혁명 이후 인간들이 만들어 함부로 배출한 탄소 때문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한다면 지구상의 인류 문명은 머지않아 종말을 맞을 것이 분명하다.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2015년 5월 24일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는 것에 관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하시어 세상에 큰 반향을 일으키셨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펜데믹)의 세계적 유행 시기에, 생태적 회개와 실천의 밑바탕이 되는 회칙 「찬미받으소서 Laudato si」의 예언적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해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지 못하면 인류 문명의 종말이 분명한 위기의 시대에, 인류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지 「찬미받으소서」를 통해서 밝히고 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는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를 ‘공동의 집이며 삶을 나누는 누이이자 우리를 품어주는 어머니’라고 말한다.
인류의 누이이자 어머니인 지구가 지금 울부짖고 있다. 까닭은 분명하다. 인류가 누이이며 어머니인 지구의 소유주인 양 마음대로 약탈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통에 물과 흙, 공기가 오염되고 병들어 신음하고 있다. 당연히 그 속에 살고 있는 식물과 동물과 물고기는 물론 인류마저도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지금 당장 생태적 회개(5항)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맡겨주신 지구를 치유하지 않으면 인류 문명의 종말이라는 비극을 맞을 것이 분명하다.
생태적 회개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는 것일까?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삶의 변화가 그 핵심이다. 경제적 이익 창출, 편리함, 안락함, 편안함, 재미 따위를 희생하려는 각오가 필요하다.
인류의 누이이며 어머니인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경제적 이익 창출의 욕구 즉 탐욕심을 버려야 한다. 편리함, 안락함, 편안함, 재미를 얻기 위한 무분별한 소비생활을 멈추어야 한다. 생태적 회개는 이론이나 말이 아니라 삶과 실천이어야 한다. 고통과 불편과 느림과 어두움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십자가와 죽음이 없는 부활은 부활이 아니다. 생태적 회개는 인류가 져야 할 십자가이다. 이 십자가를 거부하면 인류 문명의 종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전 지구적으로 생태적 회개를 위해서 2015년 파리협정(COP21)을 채결했다. 이 협정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주도로 체결되었다. 주된 내용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탄소)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협정은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협정이다. 2016년 11월 4일부터 국제법으로 효력을 발생하게 되었다. 좋은 법은 만들어졌지만 지켜져야만 효력이 발생하는 것인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6~28% 감축을 약속했다. 유럽 연합(EU)는 2030년까지 40% 감축을 약속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60~65% 감축을, 우리나라는 37%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연 이 약속들이 지켜질까?
‘가톨릭마산(교구보)’ 7월 14일 자부터 강영구 신부의 ‘탄소중립과 생태적 회개’ 원고가 월 1회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