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
2025.05.01 12:04

힘든, 그러나 기쁜

조회 수 28
Extra Form
저자 김정훈 도미니코 신부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35.37-39). 여기에서 우리는, 이 희망이 시련 가운데에서도 꺾이지 않는 이유를 봅니다.

바오로 성인은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삶에는 기쁨과 슬픔이 이어지고, 늘어나는 어려움으로 사랑이 시험대에 놓이며 환난 앞에서 희망이 무너지는 듯 보이는 것을 압니다. 그럼에도 다음과 같은 말씀을 전합니다.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로마 5,3-4). - 희년 칙서, 3,4항

 

전쟁, 기후 위기, 분열... 세상은 쉽게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런 현실에서, 희년은 무책임한 기쁨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기쁨은 고통과 무관한 곳에서 피어나는 꽃이 아니라, 고통 안에 심겨진 씨앗에서 피어나는 것입니다.

희년은 슬픔을 외면하지 않되, 그 슬픔이 희망으로 바뀌는 신앙의 리듬을 일깨웁니다.

 

시편, 눈물의 노래에서 감사와 찬미로

시편은 성경 안에서 가장 많은 눈물이 담긴 책입니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 22, 2.

저의 세월 연기 속에 스러져 갔고 – 102, 4.

낮에도 밤에도 제 눈물이 저의 음식이 됩니다. - 42, 4.

 

눈물로 시작하는 시편, 그러나 믿음과 감사, 찬양으로 끝맺습니다.

저는 당신 자애에 의지하며 제 마음 당신의 구원으로 기뻐 뛰리이다. - 13, 6.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내 영혼에 생기를 돋우어 주시고 바른길로 나를 끌어 주시니 – 23, 1-3.

당신께서는 저의 비탄을 춤으로 바꾸시고 저의 자루옷 푸시어 저를 기쁨으로 띠 두르셨습니다. - 30, 12.

 

시편은 인간의 삶이 얼마나 깊이 힘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그럼에도 그 힘듦이 얼마나 깊이 기쁨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증언합니다.

 

한계를 통한 초월, 유혹을 통한 성장

세상에 처음 왔을 때 우리는, 배만 고파도, 잠만 와도 울었습니다. 자라나며 온갖 한계 속에서 인내를 배웠고, 지금 우리는, 여전히 다 못 자랐지만 자라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러나 또 반드시 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똑같은 한계 상황이, 회피하려는 악마의 유혹으로도, 성장하려는 하느님 유혹으로도 작용합니다. 예수님의 광야유혹도, 권력을 향한 악마유혹과, 구원을 향한 하느님 유혹의 이중적 유혹입니다. 십자가라는 절대적 한계 앞에서,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고 “십자가에서 내려와”(마태 27,42) 보이고 싶은 유혹도 받으셨지만(「최후의 유혹」, 니코스 카잔차키스), 하느님 일로 만드는 하느님 길을 가셨습니다.

 

희망은 고통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 ‘안에서’ 꽃핍니다.

시편처럼 울고, 예수님처럼 사랑하며 걷는 희망의 순례가, 그렇게 깊어져 갑니다.


  1. 힘든, 그러나 기쁜

    Date2025.05.01 Category희년 Views28
    Read More
  2. 육화2. 나 전체로서, 나의 삶 전체를 살기

    Date2025.04.03 Category희년 Views54
    Read More
  3. 육화1. 앎

    Date2025.02.27 Category희년 Views315
    Read More
  4. 희망살기, 성령의 기억으로

    Date2025.01.31 Category희년 Views319 file
    Read More
  5. 희년,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Date2025.01.16 Category희년 Views216 file
    Read More
  6. 기도. - 희년을 준비하고, 살아내며, 열매 맺도록

    Date2024.12.12 Category희년 Views741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