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부서진 성물(성상, 성화, 묵주)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부서진 성물을 폐기하는 방법에 대한 원칙적인 규정은 없지만 시대와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법들이 제시되어 왔습니다. 우선 교회법에 따르면 거룩한 장소는 파손될 때 봉헌이나 축복을 상실합니다." 거룩한 장소는 그 대부분이 파손되거나 또한 관할 직권자의 교령으로나 사실상으로 영구적으로 속된 용도로 격하되면 봉헌이나 축복을 상실한다"(교회법 1212조).
그리고 봉헌되거나 축복된 제대도 이 규정의 적용을 받습니다. “제대는 제1212조의 규범을 따라 봉헌이나 축복을 상실한다”(교회법 1238조 1항). 따라서 축복받은 성물도 심하게 훼손되면 축복이 상실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성물에 흠이 났다고 해서 축복을 상실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전쟁 중에 폭탄을 맞은 십자고상이나 총알을 맞은 성모상 등은 비록 성물에 흠이 났지만 오히려 우리의 신심을 더욱 깊이 묵상할 수 있는 역할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오랫동안 사용하던 묵주나 성물들의 일부가 깨지거나 흠이 갔다고 해도 본인이 거기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이 없고, 기도할 때 분심이 들지 않는다면 잘 간직하면서 기도하셔도 됩니다.
일반적으로 파손된 성물은 형체를 알 수 없게 잘게 부수거나 밀봉해서 버리거나 태우거나 땅에 묻어도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성물이나 성화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모상일 뿐 그 성물 자체가 결코 하느님이 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성경 또한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한 인쇄물이지 그것을 폐기한다고 모독죄를 짓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멀쩡한 성물과 성경을 불경한 의도로 폐기하는 것은 신앙을 모독하는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축복이 상실되고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을 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이나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자신이 사용한 묵주와 성물을 버리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폐기하는 과정에서 비신자나 다른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위험들이 있으므로 본당 사무실이나 성물방에서 수거를 받아 적절하게 폐기하는 배려가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