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순례
2023.08.24 11:28

계약의 궤 이야기 2(1사무 4,1ㄴ-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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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영선 루시아 수녀/ 광주가톨릭대학교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계약의 궤 이야기 2(1사무 4,1ㄴ-7,1)

 

우리는 지난 순례 때 궤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궤 이야기의 결론을 다루지 못하였기에 여기서 좀 더 궤 이야기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느님은 전능하신 하느님으로 계약의 궤를 뺏어간 필리스티아인들을 흑사병으로 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그 궤를 돌려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계약의 궤가 왜 이스라엘 백성을 보호하지 못한 것일까요? 왜 그들은 전쟁에 패하고 말았을까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자 합니까?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예루살렘 성전도 결국에는 바빌로니아의 군대에 의해 파괴되었습니다. 계약의 궤를 빼앗긴 사건도,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것도 하느님의 무력함을 의미하지 않음을 구약성경의 저자들은 강조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들은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어떤 장소나 물건이 자동적으로 이스라엘에 구원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만약 이런 장소나 물건이 이스라엘을 지켜준다면 이스라엘은 그것을 우상처럼 섬기게 될 것이고, 그 장소와 물건을 가치있게 만드는 하느님께 온전히 시선을 두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은 결코 어떤 장소나 물건에 국한될 수 없는 분이시며, 자유로운 분이십니다. 우리가 향해야 할 것은 바로 이 하느님이십니다. 이어지는 이야기 또한 이런 가르침과 연관성이 있습니다. 


계약의 궤는 이제 필리스티아 지방을 떠나 벳 세메스에 도착했습니다. 벳 세메스는 유다와 필리스티아의 경계 지역에 있는 작은 성읍으로 유다의 남쪽에 위치하며, 예루살렘에서 서남쪽으로 3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입니다. 계약의 궤를 기뻐하며 맞이했던 이곳 벳 세메스 사람들은 주님께 번제물을 바친 후에 불경하게도 주님의 궤 안쪽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왜 그들이 주님의 궤 안쪽을 들여다보았는지 그 이유는 제시되지 않습니다. 그 결과로 일흔 명과 오만 명이 죽임을 당합니다. 오만 일흔 명이라 하지 않고 일흔 명과 오만 명이라고 한 것은 ‘오만 명’이 이후에 첨가된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일흔 명이 죽은 것으로는 하느님의 거룩함을 침범한 이 죄의 위중함을 말하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 후대의 편집자가 오만 명을 첨가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벳 세메스 사람들은 계약의 궤를 두려워한 나머지 키르얏 여아림 사람들에게 연락하여 궤를 모셔 가게 하였습니다. 키르앗 여아림은 예루살렘에서 서쪽으로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성읍입니다. 이때부터 계약의 궤는 키르얏 여아림에 20년간 머물게 됩니다. 주님의 궤는 아비나답의 집에 머물렀고, 그의 아들 엘아자르가 그 궤를 지켰습니다. 


이 계약의 궤는 다윗이 임금이 되고 난 후 예루살렘의 천막으로 옮겨지게 될 것이며(2사무 6장 참조), 솔로몬이 성전을 지은 후에는 성전의 지성소에 모셔 놓게 될 것입니다. 계약의 궤 이야기가 형성된 이유에 대해서 독일 학자인 로스트는 본래 궤 이야기는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하는 순례자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로, 계약의 궤가 실로 성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겨지게 된 것을 경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미국 학자인 켐벨은 이 이야기가 예루살렘이 실로 대신 하느님의 성소로 선택된 이유를 설명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독립적으로 형성되었던 궤 이야기가 현재 사무엘기의 문맥에 포함됨으로써 궤 이야기는 앞으로 이루어질 성전의 건축과 그 성전의 의미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구약성경의 예언자들은 예루살렘 도성과 성전의 파괴 및 국권의 상실은 하느님의 무력함 때문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죄의 결과임을 거듭하여 선언하였습니다. 그러나 필리스티아인들에게 빼앗겼던 계약의 궤가 다시 이스라엘에 돌아온 것처럼, 성전의 파괴와 국권의 상실이 하느님과의 관계를 근원적으로 파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230827 구약성경의순례 성화(홈피용).jpg

계약 궤를 성전에 모시는 솔로몬(1626)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
출처: 성경 미술관(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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