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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신부님을 강사로 모시고 연 피정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오감五感과 상상을 활용하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관상기도를 지도하시는 신부님께서는 “기도하는 1시간 중 마지막 1분까지 충실히 머물러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때 은총이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라고 말씀을 힘주어 강조하셨습니다. 그 기도 주제들 중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어떻게 지구를 바라보시는지 관상하기’라는 주제가 있었는데 그 기도 중 한 장면을 나누고자 합니다.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어떻게 지구를 바라보시는지 생각하면서 하느님 삼위께서 원탁에 앉아 계신 것을 상상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삼위께서 서로 둥글게 어깨동무를 하시는 것처럼 보이더니 원탁은 사라지고 그분들 안에 ‘지구’를 소중히 품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이 기도의 기억은 그때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생생히 살아있어 코로나19 세계 대유행으로 5월 말 현재 전 세계 34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고, 수많은 확진자와 그 가족들, 의료진들은 물론 온 인류를 죽음의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삼위일체 하느님 그분들께서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그냥 홀로 버려두지 않으시고 당신 품에 안아 보살필 뿐 아니라 확실하게 책임지신다는 든든한 믿음과 희망, 사랑을 제 안에 가득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6월 7일 수정트라피스트 원고 이미지(홈피용).jpg

Lyuba Yatskiv <천지창조, 2019>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아버지. 그 아버지의 마음을 100% 알아듣고 사람으로 이 세상에 오시어 당신 자신을 십자가의 희생제물로 바치신 아드님. 아버지와 그 아드님의 거룩한 영으로서 아드님의 구속사업을 계속 이어가시는 성령님.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온 마음과 목숨, 정신과 힘을 다하여 사랑하며 고백하는 하느님이 고독하게 홀로 우뚝 높이 계시는 유일한 하느님이 아니라 성부와 성자와 성령 삼위이시며 온전히 타자를 향한 존재로 타자를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넘겨주고, 타자로부터 온전히 받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고맙고 위로가 되는지요. 

 

갈수록 심각해지는 극도의 개인주의, 이기주의로 인간성이 상실되고 피폐화되는 이 시대에 우리 인간 존재를 구원해 줄 유일한 분은 누구이겠습니까? 무죄한 자신을 죄인으로 몰아 극악한 십자가형에 처한 이들을 용서하며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신 예수님, 그러나 죽음에서 다시 일으켜지신 분이 아니라면 과연 누가 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특히 예수님의 삶을 따르고자 세상 안에서 기꺼이 삶의 십자가를 지는 수많은 신앙인들의 삶의 자리에서, 복음삼덕의 길을 걸어가는 수도자들의 공동생활 안에서 삼위일체 하느님 생명의 역동성 즉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 일치 안에서의 다양성이라는 양쪽을 모두 함께 살아가는 것 자체가 우리 인류에게 하나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코로나19 이후 너무나 변화되는 인류의 삶, 특히 교회의 삶을 걱정하는 이때에도,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신의와 충실함이 여전히 믿는 이들을 통해 활발히 역사하시며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당신 구원의 신비를 이루어 가시리라 확신하며… 하느님 우리 아버지의 사랑과 우리 주 예수님의 은총과 성령의 친교가 모두와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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