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3.09.21 09:38

마음의 성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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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순화 베로니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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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게 생각하며 아끼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나를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달라졌고, 이상하다고 여기던 찰나 그가 나에 대한 험담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마음이 참 슬펐다. 같은 신앙을 갖고 있어서 더 마음이 갔고, 그를 많이 믿고 의지하였기에 배신감은 참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는 나에게 찾아와 사과를 하였지만, 그에게 진심을 다했던 시간들은 그 자리에서 멈춰 버렸다. 


첫째 날에는 눈물이 났다. 자신의 손익을 계산하며 머물다 떠나는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 겪었으면서도, 또다시 사람을 믿고 배신을 당하는 내 삶이 서글펐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추스르며 “나를 함부로 대한 사람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 때문에 나의 감정과 눈물을 낭비하지 말자”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둘째 날에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합리적인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세상의 말과 시선에서 나를 자유롭게 놔두었다. 셋째 날에는 타인은 내가 아니므로 언제든 떠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이 떠나가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먼저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다. 혼자서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은 어떤 누가 오더라도 함께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마음에 평정심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넷째 날에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며 더 이상 웃지 않는 내가 참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상대에 대한 미움을 반복하며 내 마음속에 그의 존재를 계속 남겨두는 것만 같아서, 결국 그에 대한 미운 감정마저도 비워 버렸다. 다섯째 날에는 미움과 원망의 감정을 비우니 편안함이 느껴졌다. 그때야 비로소 상대의 입장에 대해서도 헤아려 보게 되었다. 그의 언행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라는 마음이 올라왔다. 여섯째 날에는 성당에 앉아 십자가의 예수님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불쑥 눈물이 흘렀다.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인간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그 고독한 길을 다 어떻게 감내하며 사셨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겪었던 일이 예수님의 가슴 아픈 생에 비해 너무 사소한 것만 같아서 부끄럽기도 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라는 계명을 주셨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인간관계에 대한 수많은 번민에 휩싸인다. 어쩌면 앞으로도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가 반복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십자가의 예수님을 떠올리며 다시 인간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내보려고 노력해 본다. 어쩌면 우리는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매일 흔들리는 나약한 인간이지만, 또 우리의 삶을 ‘사랑’이라 정의 내리면 세상 모든 것들이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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