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날벼락 같은 말을 들었다. 나는 절대 아닐 거라던 그런 일, 절대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한 일, 절대 그럴 수는 없다는 그런 일이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닥친다.
‘예수님! 어떻게 이런 일이 저한테 일어났나요?’
현실이 아닐 거라는 생각, 뭔가 자료가 바뀐 오진일 거라는 생각에서 번쩍 정신이 들게 하는 의사의 한 마디는 마치 사형 선고 같았다. 실감 나지 않는 나날, 암울하고 실망스러운 어둠의 시간이 지나가기 싫은 듯 아주 천천히 길게 지났다. 넋을 놓고 십자가를 보았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제게 이런 일이 생기나요?’
그동안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는 생각으로 주님께 원망을 돌리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사형 선고 받으시는 주님이 떠올랐다.
‘왜 너한테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지?’
예수님과 비교하니 할 말을 잃었고 주님께서 허락하신 시간을 지금처럼 허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믿는다고 고백하면서 어떻게 나의 일상에서는 이리도 쉽게 무너져 내리고 마는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무상으로 받은 생명을 내 것인 양 움켜쥐고 빼앗기는 양 억울해 한다.
‘이러면 안 되지? 뭐라도 해야겠다.’
집 안 구석구석 정리를 하다 보니 켜켜이 쌓인 나의 욕심과 욕망에 얼굴이 부끄러웠다. 이 세상을 떠나 주님께로 가는 날 내겐 아무것도 아닐 그런 물건들, 옷들, 쟁여 놓은 생활용품이 참 많기도 하다. 애지중지하던 찻잔을 바라본다. 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거나 필요하지 않고 필요 없는 물건이 되어 버려질 물건이다.
옷장 정리를 할 때는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눌 수 있을 때 나누어야 한다는 절박감마저 들었다. 많은 물품을 정리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왜 진작 삶을 가볍게 누리고, 기쁘고 즐겁게 사랑을 나누며 여행하지 못했을까? 또 언젠가 맞이해야 할 죽음의 존재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내 삶과 죽음이 모두 주님 안에 있는데 왜 내가 이토록 육신의 삶에 집착하며 살아왔고 죽음을 두려워하였을까?
사형 선고도 주님 안에서는 축복이었고 믿음의 삶을 살아가라고 주시는 기회였다. 현실은 참 열심히 살았지만 주님 뜻을 따르지는 않았던 살아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래도 우리에겐 주님이 계시니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 지금부터라도 다시 주님을 따르는 거야. 죽음이든 고난이든 주님 뒤만 따라가는 거야!’
사형 선고를 한 번 받게 됨으로써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주님! 주님의 고난이 더 이상 나와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게 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