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성경사목부
주님을 깨우자!
뉴스에서 태풍 경보를 들으면 태풍의 경로와 시간을 파악하고 대비를 한다. 우리 인생에도 태풍은 피해 갈 수 없다. 인생의 태풍은 경보 없이 온다.
병마와 싸워야 하는 태풍, 재산을 날리는 태풍, 일자리를 잃는 태풍,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태풍, 그 외에도 존재를 흔드는 태풍이 불어닥치면 우리는 마구 흔들린다.
마르 4,35-41에서 거센 돌풍이 이는 배 안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타고 있었지만 반응은 사뭇 다르다. 제자들은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라고 아우성친다.
제자들이 느낀 두려움과 불안을 우리도 삶의 풍랑을 만날 때 느낀다. 그런데 예수님은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깨운다. 우리도 제자들처럼 풍랑을 만나면 예수님을 깨워야 한다. 중요한 것은 풍랑이 아니다. 내가 탄 배에 누가 타고 있는가? 예수님과 함께 타고 있는가?
제자들이 예수님을 깨우고 있지만 실은 풍랑을 통해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일깨워주신다. 배에 예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것을 깨달으면 풍랑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제자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신 예수님은 광풍을 말씀으로 잠재우신다.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마르 4,39) 이 말씀은 두려움과 불안에 떠는 우리에게 내리시는 명령이다. 그리고 예수님은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 하고 물으신다. ‘주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믿음이 있는 사람은 어떤 시련을 만나도 평화를 잃지 않는다.
성경공부를 하면서 하느님 말씀에 머물고 잠기면 말씀의 힘을 느끼게 된다. 수년 전 감당하기 힘든 시련 속에서 나를 버티게 해 준 것은 하느님 말씀이었다. 평범한 일상마저 흔들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 속에서 절망하고 좌절할 때 나를 일깨워주시고 힘을 주시는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분께서는 졸지도 않으시고 잠들지도 않으신다. 주님은 너를 지키시는 분 주님은 너의 그늘 네 오른쪽에 계시다. 낮에는 해도, 밤에는 달도 너를 해치지 않으리라.”(시편 121,4-6)
순금이 뜨거운 불로 정련되듯이 시련은 우리의 믿음과 인격을 성장시킨다. 평탄한 삶을 살아갈 때에는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큰 시련을 겪고 나면 비로소 내가 아니라 내 안에 계신 주님의 힘으로 살아가야 함을 깨닫는다.
성경 속의 인물들은 풍랑을 겪게 될 때 구원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사랑은 그들을 거센 풍랑으로 인도하신다. 아브라함, 야곱, 요셉, 모세, 다윗, 욥, 다니엘 등 신앙의 선조들은 풍랑을 겪을 때 하느님의 말씀을 돛대로 삼아 풍랑 속에서도 굳건한 믿음으로 하느님께로 나아갔다.
예고 없이 불어닥치는 인생의 태풍에 믿음의 항해를 하기 위해 주님을 깨우자. 말씀의 돛대를 굳건히 세우고 풍랑으로 우리를 일깨우시는 주님께 의탁하자.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마르 4,41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