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론((舟論)
짙은 안개 구학산과 백운산에서 벗어나자
삶의 굴곡 깊게 호흡하며 휘감은 계곡
낭낭한 물소리 잠을 깨우고
거대한 모선(母船)으로 꿈틀댄다
신유년 절망의 칼끝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빛을 찾는 삶의 공동체로
당신을 향했던 사랑의 정착지
옹기 토굴 속에서
암흑의산속에서
신앙의 자유 목말라한 흔적들
백서는 절규하듯 증언한다
아!빛은사라진것이아니고
초가집에서 발아하여 심장 깊숙이 간직하는
기도에 머물러 있음을 확신하는 골짜기
산속 십자가의 길 따라보이는 하늘
현양탑(顯揚塔)은 하늘과 맞닿아
신학당의 글 읽는 소리 울려퍼지고
여행길에 만난 토마스 사제의 발걸음은
끝이 보이지 않는 무게로 짓눌려도
순례자의 눈에 비치는 배론은
하느님의 뜻을 기도하는 곳이다
한치앞도못보는나그네는
오늘도 사랑을 노래하며
성수같이 뿌려지는 배안의 빛 아래서
두 손 모아 미사를 드리고
|배론성지|
배론은 치악산 동남 기슭에 우뚝 솟아 있는 구학산과 백운산의 연봉이 둘러싼 험준한 계곡 양쪽의 산골 마을로 골짜기가 배 밑처럼 생겼다고 하여 배론이라 불 리어졌고 한자어로는 주론(舟論)이라 하였다. 배론은 우리나라 천주교 성지 가운데 역사와 의미가 가장 깊은 성지이다. 신유박해를 피해 온 교우들이 신앙공동체를 이룬 곳으로 1801년 황사영(알렉시오) 순교자가 박해의 고통 속에서 구원을 요청하 고자 하는 백서(비단에 쓴 편지)를 작성하였고 1855년에는 우리나라 첫 번째 정식 신 학교인 성요셉 신학교가 설립된 곳이다. 또 우리나라 두 번째 사제로 하느님과 신 자들을 사랑하며 신앙과 삶의 모범을 보여주시고 땀의 순교를 하신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묘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배론성지의 대성당은 천정을 배 밑창과 같은 모양으로 설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