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발걸음이 참 빠르다. 엊그제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가슴에 잔물결이 일렁거렸다. 지난해를 짚어보면서 일모도원日暮途遠에 서둘러 고백성사를 보는 듯했다. 영적 결산보고서는 늘 목마른 질문을 던진다. - 나는 오직 주님만 생각하며 최선의 길을 걸어가는가?

 

이 물음은 올해에도 새벽바람처럼 찾아와 묵상에서 가슴을 두드릴 것이다. 개인이나 단체, 어디에서나 최선이란 말을 자주 듣고 살지만, 그것은 항상 부족함이란 여운을 남긴다. 완성을 향한다지만 불완전한 삶의 선상에서 ‘죽을 때 주님께 가져갈 것은 단 한 가지, 선행=착한 일뿐’이라는 밑줄 친 구절을 읊는다.

 

영생을 얻기 위해서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하느님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여 힘과 뜻을 다해 자신과 같이 이웃을 사랑하라신다. 사랑은 선행이라는 한 송이 꽃같은 봉헌이다. 세월 앞에 매사 실천의 결과는 늘 미흡하게 다가와 미안하고 부끄럽게 여겨지는 것이 인간의 마음인가 한다. 완성이 불가능한, 참으로 미약한 존재임을 다시 깨닫는다.

 

세밑에서 어김없이 얼굴 없는 기부 선행 천사들을 보았다. 자선남비 속에서 100원, 10원짜리 주화가 발견되는 걸 보면 결코 넉넉한 사람만이 아니다. 진주알같이 반짝이는 어린이같은 마음으로 선행하는 모습을 만나면 천사가 따로 없구나 싶다. 진정 눈물겹다. 사회 유력 복지재단 등에서는 JW 성천상, 아산상, 보령의료봉사상을 통하여 슈바이처나 테레사 수녀를 발굴.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며 세상에 알려 울림을 준다. ‘행동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는 말씀으로 여러 분야에서 봉사하는 사람들. 그들이 일상에서 쌓는 선행 포인트는 성스럽다. 감사와 온정에서 비롯된 향기로운 꽃. 달빛 화관이다. 영혼의 진주알이다. 비록 소소한 선행일지라도 자주 쌓아 하늘에선 영롱한 미리내가 될 것이다. 화살기도가 포도알이 되고 성모님께 바치는 묵주기도가 장미꽃으로 변모하듯이.

 

나는 일흔이라는 나이라 인생 내리막의 변곡점에서 비록 지나간 날처럼 왕성한 활동은 못하나 힘닿는 데까지 작은 선행을 지향하고자 다짐한다. 지구촌의 인류 사랑을 위하여 오지에서 갖가지 생명사랑으로 선행을 실천하는 젊은이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 바치고자 한다. 50년. 주님만 바라보고 살아온 나날처럼 미약한 힘의 선행일지라도 부지런히 쌓아야겠다. 자신에겐 엄하면서 약한 이들에겐 세심한 관심으로 보살핌과 도움의 손길을 키 워나가리라. 검소함을 실천하면서 선행의 포인트를 쌓으리라. 새해에도 삶에서 문장 세 가지는 꼭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현재에 충실하라(Carpe diem), 운명을 사랑하라(Amor fati). 새해를 향한 출발에 주님께서 힘찬 응원과 지지를 주시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