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5.05.08 10:22

참 사제에게 큰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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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실화다. 주인공 신부님은 늘 맨발로 샌들만을 신는다나. 한겨울에도 이를 고집하는 단 하나 이유가 있단다. 그는 북방선교 하나로 중국에 오래 머물 때 추위에 떠는 힘든 이들과 숱한 정을 나눴다. 그래서 마음 다잡아 스스로 추위에 떨어야만 가난에 힘든 그 이웃 잊지 않을 것 같아서라나. 귀국 후 신부님은 소규모 시장 인근 본당에 부임해 미사 집전하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러웠단다. 이유는 단순하다. 중국서는 공안당국이 가끔 미사를 허가하지 않아 홀로 미사드릴 때,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는 응송도 사제인 그가 직접 했다나. 그런데 그가 본당에 부임해 바치는 미사 때 그 응송이 크게 울려와, 그 감동으로 정말 정성으로 미사를 봉헌한단다.

 

그는 신자들 얼굴도 익힐 겸 수시 가정방문하며 반구역 미사를 봉헌한다. 그때 ‘냉수 한 잔’의 원칙을 세웠다. 그런데 인삼차를 내온 가정이 있었다. 그는 “이걸 마시면 인삼차도 내올 형편이 안 되는 가정에서는 미사를 할 수 없게 된다.”라며 끝내 그걸 물렸다나. 반구역 미사 봉헌할 때면 강론을 짧게 하고, 참석한 신자 한 명 한 명의 발을 닦아준다. “눈물 콧물 정신없이 쏟는 신자들 얼굴을 그냥 볼 수가 없어 가난에 찌든 발만 보며 정성껏 닦죠. 얼마나 고생을 하며 살아왔는지 신자들 발 모양은 그 상상을 초월하지요. 그들의 우는 모습에서 그들이 따뜻한 사랑에 얼마나 목말라하며 사는지를 알 수가 있었죠.”라며 신부님은 숙연해진다.

 

지금 여러 교구에서 ‘영명축일, 은퇴식 등 사제 개인의 행사를 극히 간소화할 것과 인사이동 시 전임 본당 간 부진 대동, 이임 본당 간부진이 도열해 맞는 관행을 없애고 사제 혼자 부임할 것’ 등의 쇄신안이 마련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 주인공 신부님은 이전부터 자신의 영명축일 축하 모임은 아예 갖지 않는다. 물론 어떤 물적 예물도 사양한다. 그는 평소 신자들에게 “이토록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데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정 선물하고 싶으시면 냉담 교우 데려와 주세요.”라고 말한다. 대신 온종일 고해소에서 냉담 풀고 돌아온 신자분과 이야기 나눈다나.

 

부활 제4주일은 착한 목자 주일이라는 ‘성소 주일’이다. 聖召는 하느님 부르심이다. 따라서 오늘은 사제직과 수도 생활에 투신하는 젊은이가 많아지도록 기도하며, 그들이 더욱 성화되고, 그들의 아픔과 고뇌를 이해하고, 또 함께 나누는 날이다. “내 양들은 내 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나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 그리하여 그들은 영원토록 멸망하지 않을 것이고, 또 아무도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요한 10,27-28). 그러기에 끊임없이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을 사제를 통해 들어야 하겠다. 반구역 미사 때신자들의 발을 닦아주는 신부님이야말로 우리를 뭉클하게 해 주시는 사제다. 성소주일에 신부님들과 수녀님들께 감사하며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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