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담화

2002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말씀은 생명과 빛’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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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말씀은 생명과 빛’

(요한 1,4. 9.)


사랑하는 교우 여러부!
생명과 빛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말씀에서 내리시는 풍성한 축복을 충만하게 받으시고 그로 말미암아 행복을 누리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우리는 희망과 소망의 씨앗을 뿌리면서 한 해를 시작하였습니다.
묵은 땅을 갈아엎고 정의를 심고 사랑의 열매를 거두리라는 기대 속에 씨를 부리고 결실의 때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소망과 희망의 씨앗은 싹조차도 제대로 튀우지 못했음을 곳곳에서 감지합니다. 생명은 꺾이고 빛은 굴절되고 씨앗은 결실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기대어 살아 온 삶의 뿌리가 여기 저기서 무너져 내리는 혼돈과 좌절 속에서, 우리의 삶이 말씀께서 주시는 생명과 빛으로 채워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아파하면서 한 해를 살아왔습니다.
성탄의 의미 그리고 개념
우리가 체험하는 혼돈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우리 신앙인들은 여전히 예수 아기의 탄생을 기념해야 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탄 축일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됩니다. 아기의 모습으로 탄생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태초부터 말씀이십니다. 그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십니다. 그 말씀은 생명 자체이십니다. 우주의 모둔 만물은 생명자체이신 말씀으로 말미암아 생겨났다는 것이 우리들의 믿음입니다. 생명 자체이신 말씀은 또한 빛이십니다.
빛은 어두움을 밝히는 것을 본질로 합니다. 하지만 어두움은 빛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합니다. 그래서 세상은 생명 그리고 빛이신 말씀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생명 그리고 빛이신 말씀을 알아보지 못한 결과는 어두움이고 죽음입니다. 그리고 혼돈이며, 좌절이고 절망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성탄 축일을 기념하는 까닭이 비로소 분명해집니다.
생명이고 빛이신 말씀을 이 세상에 선포하고 어두움으로부터 해방되고, 좌절과 절망으로부터 자유롭게 되기 위해 우리는 성탄 축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념합니다. 지나간 과거를 과거지사로 보지 않고 현재화시키는 것이 기념이라면 성탄 축일의 의미를 지금 그리고 여기라는 시간과 공간 안으로 옮겨 놓아 재현시켜야 합니다.
성탄 축일의 재현 - 성탄의 삶
우리 신앙인들이 지금 그리고 여기라는 삶의 구체적인 현장 안에서 재현해야 할 성탄 축일의 의미는 말씀이 주시는 생명과 빛에 따라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생명이 본래의 신성하고 거룩한 가치를 극도로 훼손당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삶의 곳곳에 반생의 물결 그리고 죽음의 문화가 깊숙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생명은 이제 더 이상 존중되어야 할 소중한 가치가 아닙니다. 상업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보장해 주는 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탐욕을 채워주는 수단으로 생명이 악용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생명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생명 존중의 사상이 실종되었으며, 생명 경시의 풍조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생명공학 또는 유전공학 기술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생명을 목적으로가 아니라, 수단으로 삼고자 하는 시도가 일상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본능 속에는 무병장수에 대한 강한 욕망이 배태되어 있습니다. 난치병을 치료하고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을 우리는 거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의 무병장수를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생명을 이용하는 시도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생명공학과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인간의 무병장수 욕구를 부추기고 그 결과 상업적이고 경제적인 이익을 보장받으려는 시도가 점점 거세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분명 하나의 유혹입니다. 그리고 도전입니다.
철저하게 그 위험성이 검증되지 않은 생명공학과 유전공학의 기술이 약속하는 꿈같은 미래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꿈은 꿈일뿐입니다.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꿈도 있고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꿈도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이루어져야 하는 꿈과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꿈을 식별할 줄 아는 지혜를 키워야하고 실천적인 판단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서 건강하고 반듯한 양심의 세력을 형성하여 결실을 거두지 못하는 불임의 시대, 열매를 맺지 못하는 척박한 시대에 생명과 빛이신 말씀을 전하고 희망을 전하는 일에 앞장서고 헌신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탄생하시는 생명이시고 빛이신 말씀께서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축복을 내리시기를 기도 드리고, 그 말씀께서 우리 모두를 당신 품안에 안으시고 우리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 주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2002년 성탄 대축일에
교구장 안명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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