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4.04.17 17:13

한신이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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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백남오 시몬 베드로 수필가/ 가톨릭문인회

지난 주말에는 새로운 생명 한신이가 왔구나. 태어난 지 두 돌이 지난 한신이가 외갓집에 걸음을 했구나. 영상통화는 했지만 실제로 자주 보지 못하는 외할아버지가 많이도 낯설었을 것이다. 한신아, 하고 안아 보니 커다란 눈망울로 덥석 안기니 가슴이 설레는구나. 세상에 이렇게도 귀하고 예쁜 생명이 어디에서 왔을까 싶다.


우리 딸 지혜가 사위와 함께 아들을 낳아 친정에 왔다. 이렇게 좋은 날 또 울컥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냥 눈물이 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일이 자연스러운 이치라 해도 삶의 마디마디에서 겪고 느끼는 정서는 이렇게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것인가. 서른아홉이 될 때까지 결혼 생각이 없다며, 꿈쩍도 하지 않고 부모의 속을 썩이던 딸아이였다. 사실 그때는 불안하고 혹시 진짜로 독신주의자가 아닌가 싶어 얼마나 걱정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 걱정의 핵심은 다름이 아니다. 그냥 여자로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고,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해 보았으면 하는 평범한 소망 때문이었다. 여자로서의 평범한 삶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알게 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사십이 되는 해 결혼을 하여 곧바로 한신이를 낳고 아이에 푹 빠져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 부모로서의 모든 소망은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한신아. 지난해 네가 태어나던 날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니. 그 기쁜 날에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더구나. 그냥 좋아하는 일이 전부이더구나. 다행히도 네 엄마가 너 새로운 생명의 이름을 나에게 부탁을 했으니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나는 이미 너의 이름을 지어두고 대학에서 명리학을 강의하는 선생님께 부탁하여 사주에 맞는 한자이름을 확정하는 일만 남겨둔 상태였단다.


너의 이름 김한신金漢信은 당연히 지리산이 뿌리다. 할아버지가 젊음을 다하여 사랑한 지리산에는 수많은 명소와 아름다운 지명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은 한신계곡이라 생각했음이다. 그야말로 유토피아를 연상할 만큼의 경치와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그 멋진 이름을 너에게 주어 우리들의 이야기를 영원히 이어가고 싶은 희망을 꿈꾸었다. 그러나 아무리 이름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름이 전부일 수는 없다. 너의 운명은 네가 개척해가야 한다. 이제부터는 네 스스로 그 이름을 빛내주길 바랄 뿐이다.


성인이 되고 삶에도 여유가 생기면 주변도 좀 살폈으면 한다. 나의 뿌리는 물론 이웃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약자들과 소외된 이들의 아픔까지도 돌아 볼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갈수록 성숙하고 발전해가지 않겠니. 물론 이 모든 것들은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한신아. 할 말은 저 하늘의 별만큼이나 총총하지만 이쯤에서 접으려 한다. 이 작은 글 한 편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구나.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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