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2025.05.08 10:27

5.18 그리고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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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춘수 레오 신부

부끄럽게도 스무살이 될 때까지 나는,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대 학살극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했다. 5월 18일은 광주 5.18 민주항쟁 45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 때의 일들을 기억하고 상기해 보자.

 

불법으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계엄령이 선포되고 무고한 시민에게 총과 칼을 든 군인들이 도시 한복판을 활보하며 구타와 폭행, 성범죄와 살인을 저질렀으니 통탄할 일이다. 국민을, 그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군인이 도리어 국민들에게 무도하고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으니 말이다.

 

45년이 지난 이 시간이 되도록 아직도 발포 명령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숨은 희생자와 피해자가 얼마나 더 있는지 진상규명이 완료되지 않았다. 아직도 피해자들은 고통받고 있는데 범죄자들은 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 하지 않는다.

 

역사의 진실 앞에서 우리 신앙인들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죄없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하여 우리는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 것인가?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는 5.18을 소재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살아 남았다는 안도와 기쁨이 아니라 평생을 죽은 이들과 함께 고통과 슬픔 중에 살아가야 하는 삶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권력자는 잔인했고, 시민들은 훌륭했다. 권력자는 ‘힘’을 드러내었고, 시민들은 ‘정의’를 외쳤다. 그 난리 중에서 광주 사람들은 피를 나누고 주먹밥을 나누었다. 이웃 사람들과 형제가 되고 그리고 용감한 투사가 되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던가? 한강 작가는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하고 묻는다. 과거와 현재, 죽음과 삶이라는 매우 큰 괴리 속에서 우리는 큰 연결선을 체험한다. 작년 12.3 내란으로 무장 군인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침탈하여 자칫 많은 이들이 죽거나 끌려갈 지경이 될 뻔 하였지만, 계엄의 밤에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국회로 달려 온 시민들이 있어서 내란은 중단되고 권력자는 권좌에서 쫓겨 났다. 과거의 기억, 뼈에 사무친 그 일들이, 그리고 돌아가신 이들의 희생이 오늘날의 산 사람의 용기를 부추기고 움직이게 해 준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는 ‘진실’이 중요하다. 진실 앞에 눈 감고 귀 닫아서는 안 된다. 거짓과 왜곡의 말이 잠시 먹힐지는 몰라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종국에 가서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

 

기억한다는 것은 단지 두뇌의 활동에 그치지 않고우리의 삶에 과거를 불러들인다. 그렇게 과거에 빚진 마음, 죽은 이들에게 빚진 마음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광주 망월동 영령들께 영원한 안식을, 그리고 살아 있는 우리는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신앙인이 되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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