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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
2020.12.31 12:17

두 세상

조회 수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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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수정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중에 나온 말이나 질문이 나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 상처가 되는 부분을 건드렸다면 그 마음이 어떨까요? 더군다나 대화를 나눈 그 사람이 상대방의 약점을 드러내거나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평소 자신의 생각이나 자연스러운 느낌을 나눈것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때 말입니다.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유대인들의 왕통을 이어받기 위해 하스모네 왕조의 합법적인 통치자의 손녀와 결혼한 이두매아 출신 헤로데 임금에게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던진 질문입니다. 


태생적인 출신 신분 차이로 인한 뿌리 깊은 열등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헤로데 임금에게 이 질문이 어떠한 영향을 주었을까 짐작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늘 자신의 왕권, 존재가 위협당할까 하는 불안, 두려움, 공포의 감정을 내색하지 않으면서 태연한 척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겠다 싶은 상대방에 대해서는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적대 관계가 형성되어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어 내지 공격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심리적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을런지요? 헤로데 임금에게서 그 메카니즘이 돌아갈 때 나오는 첫 번째 반응이 ‘박사들을 몰래 불러내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알아내는 은밀한 행동을 하고,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라는 그럴듯한 ‘거짓말’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은밀하게 세운 계획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음을 알게 되면 그에 대해 격분,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어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동으로 들어갑니다. 이러한 일은 지금 헤로데 임금을 두고 이야기를 하지만, 크든 작든 저 자신은 물론 모든 인간 존재에게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자신들이 찾고 있는 목표가 사면초가에 부딪혔을 때 그 결과가 어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과감히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고, 도와주는 이의 말을 순순히 믿으며 자신들의 여정을 계속하여 마침내 그들의 원의를 채웠고, 꿈속의 지시를 따라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간 동방박사들이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이 가라앉지 않고 반복되는 불안과 두려움, 공포의 상황이 일상의 모든 활동과 인간관계를 통제하고 있는 이때, 바로 오늘 우리는 복되신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이 복되신 아기가 온 우주의 창조주, 생명의 주재자, 세상의 죄를 없애러 오신 구세주, 우리의 주님이시라 고백하며 그분께 우리 각자의 예물을 드리며 경배합니다.


자신 안의 헤로데와 동방박사의 움직임, 함께 살아가는 이들 안에서 드러나는 헤로데와 동방박사의 모습 그리고 헤로데와 동방박사가 혼재한 세상의 모든 일들이 예수님 탄생 이천 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 아기 예수님의 탄생 안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구원 역사, 새 창조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210103 8면 동방박사(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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