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신앙
2023.06.15 10:59

나의 문학과 신앙의 걸음

조회 수 40
Extra Form
저자 김연희 크리스티나 시인

나는 의료인으로 일찍이 죽음을 통하여 내 가슴에 하느님을 영접하였다. 직업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죽음은 생명을 창조하신 신의 영역임을 깨달은 스무 살 중반이었다. 간호직은 천직이었고 1990년대에 대한간호협회신문 수기, 수필, 시로 문학에 등단이 되었다. 바쁜 직장 탓으로 시작詩作은 어설프게 유지되고 적극적이지도 않아 방관적이기도 했다. 잘 삭히거나 다듬지도 못하나 지금까지도 시의 밭에 머물고 있다. 시를 쓰는 순간마다 나의 영혼은 하늘가에 맴돈다. 뼈도 살도 없는 바람 찬 영혼에 팍 불이 켜지고 이면의 그늘을 걷는 사유思惟는 오롯한 자유의 공간이다.

삶은 순간의 연속이다. “더 많이 사랑하는 것 외에 다른 치료 약은 없다” 소로우의 말에 보람 있게 적극적으로 잘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세우고 머물며 노력하던 중 2019년 봄. 네 번째 시집 『남은 날을 하늘에 걸고』를 발간했다. 제목만큼이나 순간마다 진지하게 살아가고 싶었다. 사색의 몸통보다는 행동의 날개가 되고 싶었다. 더 진한 주님의 사랑 맛을 내고 싶었다. 우주를 향한 노래는 덧없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하여 시간의 깃을 세운 시는 미련 없이 저 허공에 뿌리리라 다짐하였건만 미련이 소나기같이 몰려와 십 년 만에 네 번째를 주님께 올렸다. 글쓰기는 언어로 그림을 그리거나 집을 건축하는 일에 비유한다. 그것은 선을 지향하고 영혼을 맑게 가꾸는 일이라 구원의 길을 향하여 걷기라고 일컫기도 하지만 모든 건 주님께서 허락하심이 전제하니 매사 감사함에 숙연하다. 인연을 덧칠하는 연보랏빛 마음으로 그 발걸음을 잇는 사랑의 연가로 조용히 노래를 청했다. 늘 마음 가는 곳이 있다. 신발 끈을 조여 매고 먼저 듣는 그대의 음성은 먼 나라로부터 날아오는 구원의 손길, 작은 정성을 보태 나누는 콩알 반쪽. 가슴에 흐르는 끝자리의 아픔들을 안고 오늘도 하루 여행을 페달 굴리며 간다. 숨을 밟으며 떠난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꽃의 메아리도 찬란하다. 아, 살아있음이여, 하늘과 눈 맞춤이 자유로운 우듬지에 마침내 이 순간도 가슴이 떨린다면 내 삶은 성공이다. 내 영혼의 안식처에 날개를 펼친다.


남은 날을 하늘에 걸고✽1
팽이돌이의 세파는 재우고 또 재워야하리//멍에의 심장이 전하는 말/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진리의 탑을 정수리에 곧추세우고/오직 이 하루를 위한 사랑의 심지로/그대에게 반짝이는 기쁨이 되고파//십이만 킬로미터 혈관을 짊어지고/숨 쉬는 기적과 마술 사이 오렌지 궁전으로/절실한 그대의 위로는 톺아 읽기//비우고 낮춘 천 번의 절망에도/축복의 희망을 한 아름 안겨주기/지금 이 순간을 그대로 드리기


남은 날을 하늘에 걸고✽2
가슴안 소금물은 시들지 않네//오늘도 반짝 하늘에 닿나보다// 사는 게 하루살이/다람쥐 쳇바퀴 돌기라 하여도/사랑 빚어 묵묵히 가야 할 길//애증의 둘러쓴 언덕의 시간/스쳐 간 흔적에 가벼운 손 인사/겸손한 님의 음성을 밝히리//내일이란 운명은 점점 짧아져/온정의 물 한 잔 성심껏 바치기

 

230618 문학과신앙 책표지(홈피용).jpg


  1. 마산성요셉성당

    Date2023.12.13 Category문학과 신앙 Views124 file
    Read More
  2. 시집 『파주기행』은 신앙기행

    Date2023.11.16 Category문학과 신앙 Views34 file
    Read More
  3. 곡선 같은 직선, 직선 같은 곡선

    Date2023.10.12 Category문학과 신앙 Views50 file
    Read More
  4. 겸손을 배우며 쓴 수필 <어떤 삶의 종언>

    Date2023.09.14 Category문학과 신앙 Views22 file
    Read More
  5. 시심이 신심으로 승화하기까지

    Date2023.08.17 Category문학과 신앙 Views29 file
    Read More
  6. 더 가까이 다가가는 작업, 나의 수필

    Date2023.07.13 Category문학과 신앙 Views43 file
    Read More
  7. 나의 문학과 신앙의 걸음

    Date2023.06.15 Category문학과 신앙 Views40 file
    Read More
  8. 따스했던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악수를>

    Date2023.05.18 Category문학과 신앙 Views33 file
    Read More
  9. 시집 『사랑의 시작』은 죄의 회개와 보속

    Date2023.04.13 Category문학과 신앙 Views42 file
    Read More
  10. 반성과 겸손을 깨달으면서 쓴 수필 <묵주 이야기>

    Date2023.03.16 Category문학과 신앙 Views66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