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신앙
2023.09.14 11:06

겸손을 배우며 쓴 수필 <어떤 삶의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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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정권 시몬 수필가

2019년에 펴낸 3인수필집 『마음은 닻을 내리고』 중 나의 수필 <어떤 삶의 종언> 일부를 소개한다. 


“얼마 전 ‘설악산을 사랑했던 인도네시아 영부인 하늘나라로’라는 인터넷 기사가 떴었다. 수실로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의 부인 유도요노 여사가 혈액암으로 별세했다는 것이다. 초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의 딸로서 설악산을 좋아하며 한국어를 구사하는 등 우리나라와는 특별한 인연을 가진 분으로 알려져 있다. 인니는 지난날 내가 해외주재원으로 근무했던 나라이기에 내게도 인연이 있다. 기사 말미에 장례식에서 아들이 조문객들에게 한 말이 인상적이다. ‘어머니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입은 분들이 있다면 어머니를 대신해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어머니는 투병 중에도 가족과 인도네시아 국민만을 계속 생각했었습니다. 어머니는 생이 끝날 때까지 국민이 행복할 때는 행복했었고 국민이 슬퍼할 때는 슬펐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나는 지체 높은 이슬람 나라의 저명인사인데 가슴에 품은 사랑과 배려는 가히 그리스도적이라는 것에 감동하여 글을 썼다. 어머니 못지않게 그 아들도 참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이며 그것이 다 어머니를 통한 교육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뽐낼 수도, 거만할 수도 있는 위치에 있는 그들의 겸손을 우러러보게 했다. 누구에게나 삶의 끝은 있는 법이라 언젠가 내가 삶의 종언을 고할 때 내 아들도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겠다고 적었다. “우리 아버지는 열심히 하지도 적극적이지도 않았지만 늘 하느님 뜻대로 살려고 나름 애는 썼었다고.”


거의 11년 전이다. 『참 소중한 당신』이라는 가톨릭 신앙 잡지사로부터 원고 청탁 메일을 받았다. ‘공소 앞마당을 거닐며’라는 코너였는데 2013년 1월부터 6월까지 마산교구 차례이니 내가 회장을 맡은 수정공소에 관해서 글을 써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교구에서 발행되는 전화번호부의 공소편에 수정공소가 제일 먼저 등재되어 있으니 아마도 내게 연락한 것 같았다. 우선 전국에 판매되는 잡지에 아마추어보다 못한 내가 이름을 올린다는 게 약간 두렵기도 하고 부담되며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공소에 문의해 보라며 정중히 거절하였었다. 그랬더니 어렵게 생각지 말고 도시의 신자들이 알 수 없는 시골 냄새나는 공소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를 써 주면 된다면서 거듭 요청하기에 뿌리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하여 글을 쓴답시고 억지로 머리를 굴리며 3개월을 연재하였을 무렵 잡지사 편집회의의 결정 사항이라며 1년 동안 연재하라기에, 주제넘지만 요청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얻은 경험을 통해 2018년에는 교구 가톨릭문인회 회원이 되었고 곧이어 3인3색신앙수필집에 두 번이나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으니 그 옛날 소년 시절 창동에서 ‘문학의 밤’이 열릴 때면 그 행사의 주빈들인 문인들이 참 멋있어 보였고 부러웠었는데, 어느 날 그 문인들의 틈에 반 발자국 정도는 낀 것 같아 작은 소원성취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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