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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준호 라파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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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성당은 좁은 길을 통해 들어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십자가상과 예수성심상이 웅장하게 다가온다. 경배의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는데, 넓은 마당에 회색빛이 도는 화강석의 성전이 예스럽다. 경남의 근대건축 문화유산 중 하나다. 1957년 당시 서울대 건축공학부에 설계를 의뢰하여 지었다는데, 모래와 소나무 등으로 기초를 다져 튼튼하다고 한다. 인근의 초등학교와 교회도 같은 공법으로 지었다. 성전 안팎은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 오후 햇살로 성전 안의 스테인드글라스가 화사했다. 


강정 만들기로 사랑 가득 넘치는 본당
사목회장인 백창임 니까시오의 말을 들어보았다. 그래도 성전은 보수가 필요하기에, 겨울철 강정 만들기를 하며 수익금을 모으고 있단다. 10년 넘게 이어온 강정 만들기 수익금으로 2019년에는 성모성심관도 지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힘을 다하는 일로는 거제성당의 으뜸 풍경이다. 여담으로 어떤 형제는 강정을 만들다가 도중에 병원을 다녀올 정도로 열과 성을 다했고, 늦게 일을 마친 직장인도 일손을 도왔다고 한다. 훈훈한 온정의 산실이 아닐 수 없다. 성모성심관은 교육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 앞에는 성모상과 레지오 도입 50주년 기념석이 있다. 비문이 눈길을 끈다. “저는 오직 당신의 것이오며 제가 가진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옵나이다”라는 감동적인 글귀이다. 거제본당의 주보성인은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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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거제의 보금자리 본당    
1990년대부터 시작해서 여러 번 사목회장을 역임한 변득정 아우구스티노도 자리에 함께했다. 그는 거제성당 역사의 산증인이다. 128년 전 명진공소로부터 출발한 거제성당은 1935년에 명진본당으로 승격하였고, 1949년에는 거제성당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옛날에 본당 자리는 기와를 굽던 곳이었는데, 거제 계룡산의 수려한 봉우리가 내려다보는 곳으로 터가 좋았다고 했다. 복음으로 축복받은 거제의 보금자리라 할 만하다. 1958년에 현재 성전의 기공식을 하였다. 본당으로 승격할 즈음의 11개 공소는 현재 4개 공소와 12개의 구역으로 정비되었다. 당시엔 주임 신부가 본당에 배정된 독일제 오토바이를 타고 공소를 돌던 시절이었다. 현재도 주임 신부가 거제시의 절반에 해당하는 5개 면에 봉성체를 나가면 5시간은 족히 걸린단다. 많은 체력이 소모되는 사명을 거뜬히 해내는 이시몬 시몬 주임 신부는 몸도 마음도 그만큼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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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만큼 거제본당이 배출한 성직자도 많다. 주교 1명과 신부 2명 그리고 수녀가 10명에 이른다. 거제성당 바로 옆엔 프란치스코 수도원이 있었고 주임 신부가 원장을 맡았다. 화려한 악대부의 공연도 있었던 당시의 활기를 이제는 빛바랜 사진으로만 짐작할 뿐이다. 한국전쟁 이후 가난한 시절에 구호물자를 받던 거제 사람 중 천주교 신자가 많았다고 한다. 세상이 물질적으로 풍족해지자 많은 이들이 냉담자로 변했다며 사목회장은 아쉬워한다. 그런가 하면 2013년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세 분의 성인 유해를 제대 앞으로 모셨다. 성전 안에서 마음이 더욱 경건해지는 이유다. 2014년에는 호남의 사도 유항검 아우구스티노 복자의 딸 유섬이 묘가 발견되었다. 유섬이 묘는 거제성당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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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하며 묵묵한 소임을 다하는 교회 공동체
주임 신부는 본당의 날에 성당 넓은 마당에서 전 신자들이 모여 두 팀으로 경기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며 단합됨 속에서 아름다움을 보았다고 했다. 또 거제성당은 신심 단체들이 화합이 잘된다고 하였다. 10여 년 전부터 루도비코회, 베드로회, 안드레아회, 요셉회에 서열이 있다고 했다. 주된 활동을 나이대에 맞추어, 연령별로 단체가 꾸려졌다. 젊은 단체는 활동적이며 힘쓰는 일을 더 하게 되었다. 여성단체도 마찬가지다. 제대회, 성모회, 자모회, 안나회가 그렇다. 마음 맞는 이들끼리 만들어지는 단체가 아니라, 비슷한 연령대는 일을 함께해야 했다. 자연스레 그 안에서 공동체 정신이 길러졌다. 최근에 특히 젊은 세대의 유입이 늘었다. 주일학교 학생들 수도 당연히 늘었고, 성당에는 아이들 울음소리도 난다며 기뻐하는 분위기다. 타지에서 유입된 부부들도 인근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등 고무된 분위기에, 무엇보다 주임 신부에게로 이끌림이 있었다고 사목회장은 말한다. 더하여 싱가포르 성지순례를 준비하는 등 거제성당은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죽음의 신비에서 부활의 희망까지     
거제성당은 입구 길이 좁아서, 장례미사 때 대형버스가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신자들은 성전에서부터 두 줄로 서서 성당 입구까지 운구행렬을 이룬다. 연령회장인 제평건 아우구스티노가 초상을 치르는 연령회의 일들을 설명했다. 최근에 망자의 시신이 기역자로 굽어 있어, 성수를 일일이 계속 뿌려가며 시신을 폈다. 마지막까지 덜 펴진 부분이 있어 시신을 안고 30분 이상 걸려 완수했단다. 진심 그 자체의 모습이다. 연령회는 유족과 함께하며 성심으로 장례미사에 참여해 왔다. 부임 6개월인 이시몬 신부의 첫 미사도 장례미사였다. 부임 후 열 분 정도가 돌아가셨는데, 일곱 가정이 교회로 돌아올 수 있었다. 회심한 신자가 삼사십 명 늘게 된 셈이다. 장례미사 중 분향을 비롯하여 예를 갖춘 의식 속에서, 그들이 죽음의 신비를 깨달아 돌아왔을 것이라 했다. 주님의 제자로서 죽음을 받아들이고 묵상하며, 부활의 희망 속에서 살아가는 거제성당의 진솔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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