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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광지 가타리나

늦가을 초겨울을 보내는 작은 성당은 쓸쓸함과 평화로움이 교차한다. 잎사귀는 말라버렸지만, 조롱조롱 달린 조롱박은 여전히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성 요셉상을 지나면 성 김대건상을 만난다. 장미화원에는 철모르고 핀 장미 송이가 고개를 내밀며, 성모동산에 이르게 이끈다. ‘평화의 모후’를 본당주보로 모시는 상평동성당 신자들은 성모님 앞에서 더 평화롭다.

 

231210 상평동성당순례-성모님(홈피용).jpg


변칙과 반칙을 멀리하고
성전에 들어서면 독서대 뒤에 높이 자리한 성모님이 돋보인다. 단출하고 소박한 성전이지만, 다각을 이루는 나무 천장의 질감이 분위기를 숙연하게 한다. 반주가 없이 수도자가 선창하는 성가에 신자들은 정성스레 소리를 얹는다. 정윤호 베드로 주임 신부는 명쾌한 목소리로 신자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원칙에서 돌아서 변칙과 반칙으로 흐르는 사회를 언짢아하며, 신앙 안에서도 원칙을 지켜야 함을 말한다. 변칙과 반칙을 멀리하고 원칙을 지키는 공동체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것이 복음 정신이다.


정윤호 신부는 <상평주보>에 나주성모경당 방문금지와 교회에서 금지하는 도서와 기도회를 일일이 공지하고, 붉은색으로 명기하여 신자들이 신앙생활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 함께 이루어야 할 질서를 당부한다.


지속적인 성체조배는 여기 신자들의 신심을 굳게 하는 핵심이다.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성체조배가 다시 시작되었다. 매주 수요일 11시부터 목요일 오후 6시까지 밤낮으로 이어진다. 진주의 거의 모든 성당은 성체조배가 지속되고 다른 지역에서도 다시 시작되었다. 교구 지속적인 성체조배 담당 사제인지라 정윤호 신부는 본당에서부터 모범적으로 행해지기를 바란다. 성체조배는 옥봉동성당에서부터 이어진 교우들 믿음의 우물이다.

 

231210 상평동성당순례-성당전경(홈피용).jpg

역사 속의 희로애락    
상평동본당은 옥봉동본당에서 분리되어 1979년 1월 5일 신설되었다. 진주의 도동지구가 개발되고 인구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신자들의 숙원이던 성전 건립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해 11월 28일 재일교포 김정환 프란치스코의 큰 도움과 교우들의 지극정성으로 헌당식을 치렀다.
아직 새 성당이라는 이미지가 지워지기도 전에 상평동성당 신자들은 새로운 과업을 안았다. 1986년에 하대동본당을 분리하여 살림을 내느라 힘을 모았다. 물론 진주의 다른 성당과 교구에서의 지원도 있긴 했지만, 상평동이 중심이 되어 추진되었고 모든 것을 관장해야 했다. 하대동의 분리로 많은 젊은 층 신자들이 빠져나간 뒤에 남은 신자들은 많이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나 나간 만큼 채우기 위한 모두의 노력으로 신심단체들이 확장되고 공동체는 안정을 찾아갔다. 본당 설립 25주년을 맞은 2004년에는 『상평동성당25년사』를 발간하여 서로 결속하며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렇게 하여 또 20년 정도가 흘렀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부흥했던 공단이 쇠락하고, 혁신도시 등으로 이주하는 경향에 따라 신자들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거기다 코로나로 인한 침체가 회복되는 과정이 더디기만 하다.


박천출 베드로 사목회장은 5월에서 10월 사이에는 항상 장미가 만발하고, 10월이면 금목서 향기가 멀리 퍼지는 예쁜 성당 마당을 자랑한다. 그는 세례 받은 지 30년 정도 되었지만, 사업체의 어려움을 겪으며 신앙에 소홀하게 지냈다. 그때 원로인 장 회장이라는 분이 전화하여 “베드로를 위해 한 달 기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망치로 맞은 것처럼 찌릿한 감동을 안고 돌아왔다. 꾸리아 단장을 거쳐 부회장을 지냈고, 회장까지 맡게 되었으니, 공동체 안에서의 사랑과 기도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모른단다. 최계정 스테파니아 사무장은 상평동성당에서 세례 받은 지 20년이 되었고, 사무장이 된 지 5년이 되었다. 이태 전 쓰러져 한 달 병가 후 돌아왔을 때 신자들의 염려와 응원이 쏟아져 몸 둘 바를 몰랐고 너무나 감사했다. 성당을 내 집같이 신자들을 내 몸같이 아끼는 마음이 생겼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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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칙!     
알고 있는 원칙이지만, 타협하거나 외면하다보면 반칙이나 변칙을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다. 정윤호 신부는 ‘원칙이 무엇인지?’ 교회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본당에서 활동하고 봉사하는 신자들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 그랬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얼버무리려는 습성은 아니라는 확고함으로 사목하고자 한다.

 


올해 부임 후 조금씩 상황을 파악하며 조금씩 회복하고 되돌리는 시간을 할애했다. 신심단체들의 활동도 조금 더 끌어올리고자 했다. 10월 본당의 날에는 한마음 한뜻으로 명례성지 순례를 다녀오며 공동체의 사랑을 돌아봤다. 인력이나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공동체 안에 하느님이 계시다 생각하며 살아가는 신자들이기에 아름답다.


거리두기로 인해 소수만 운영했던 사목위원회도 차기에는 원래처럼 정상인원으로 되돌려, 역할을 제대로 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현 부회장인 장명조 베르나르도가 차기 회장으로 선임이 되어 있어, 너도나도 ‘장 맥가이버’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장명조 베르나르도 부회장은 ‘상평의 맥가이버’라고 불린다. 성탄이면 성당 안팎으로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성당묘지를 벌초하고 관리하는 일에도 솔선수범한다. 그는 신협에서 정년퇴직을 한 후에는 사무장을 몇 년간 맡아 일한 적도 있어, 돌아가는 사정을 훤히 들여다본다. 성당의 사소한 일에서 큰일까지 손봐야 하는 것은 모두 발 벗고 나서는 일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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