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 Form
저자 오석자 헬레나/ 교구 성경교육봉사자

교구 성경사목부

씨 뿌리는 사람

“씨 뿌리는 사람은 실상 말씀을 뿌리는 것이다.”(마르 4,14)

240526 5월 성경사목부 원고 이미지-씨뿌리는 사람(홈피용).jpg

오래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께서는 주일이면 손녀를 업고 예배당에 가시곤 했다. 한 살짜리 아기의 기억 속에 사진 찍힌 예배당 마룻바닥의 옹이 무늬와 할머니가 세례식 때 받아 드시던 각설탕 모양의 노란 카스테라의 영롱한 모습은 아직도 떠오른다. 할머니는 그 빵을 아기에게 나눠주지 않으셨다.


할머니는 성경을 소리 내어 읽곤 하셨다. 방바닥에 성경책을 펴고 무릎을 꿇어 엎드린 자세로 매일매일 성경을 읽으셨다. 아이는 늘 궁금했다. ‘저 책은 참 재미있나 보다…’


할머니는 아이가 중학생일 때 돌아가셨다. 우리 집 마당에서 영결식을 하는데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라는 찬송가를 눈물 범벅이 되어 따라 부르며 아이는 ‘저 강을 건너면 어떤 세상이 있을까’ 궁금해했다.


그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어 천주교 세례를 받고 말씀봉사자가 되었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뿌린 씨는 무럭무럭 자라 그도 말씀의 씨를 뿌리는 농부가 된 것이다.


단비가 몇 차례 내리더니 텃밭에는 봄 인사가 아우성이다. 옥수수 싹이 뾰족 올라와 봄볕을 쬐고 있다. 저 조그만 싹 속에 할아버지 수염을 장착한 옥수수가 잉태되어 있다니, 아는 사실이지만 신비하다.


강낭콩이 싹을 틔우는 모습은 마치 아기가 처음 뒤집기 할 때와 같다. 몸을 뒤집기는 했으나 고개가 무거워 끙끙거리며 환호하는 엄마를 옆눈으로 흘깃거리듯, 강낭콩 싹은 무거운 머리를 주체 못 해 끙끙거리고 있다. 저 가는 목에 주렁주렁한 콩주머니가 잉태되어 있다니, 상상만 해도 신비하다.


봄이 문을 열고 들어와 파종철을 알리면 씨 뿌리는 사람들은 씨와 함께 꿈도 뿌린다. ‘쑥쑥 자라라, 주렁주렁 열려라…’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보면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던 새싹이 한 뼘이나 쑥 키가 커 있다. 놀라워라. 누가 저렇게 키웠을까, 짐작은 하지만 여전히 신비하다.


교구 내 본당 곳곳에 파견되어 말씀의 씨를 뿌리는 성경교육봉사자들은 누구보다 이 파종과 성장의 신비를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있다. 성경 안에 계시는 하느님과 눈과 마음을 마주치고, 함께 모인 수강자들과 손과 어깨를 마주치며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은 농부이신 하느님께서 밭을 갈고 거름을 주시는 시간이다. ‘좋은 땅이 되거라…’ 하며.


성경공부반에서는 홀씨도 함께 자란다. 처음에는 10여 명 내외로 시작했으나 학기를 지나며 두 배 세 배로 성장한다. 어느 날 옆 본당의 반가운 얼굴이 인사를 한다. “진작 오고 싶었는데 이제야 시간이 나네요.” 그 자매는 다음 시간에 친구 한 분의 손을 잡고 왔다. 고3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교육반봉사자 ㅁ자매도, 별명이 종달새인 교육반봉사자 ㄱ자매도 동료를 모셔 왔다. 좋은 땅에 씨가 뿌려지니 수강자가 수강자를 모셔 온다.


성경사목부는 매년 6월 교구 성경특강이라는 큰 밭에 씨를 뿌릴 장을 연다. 이번에는 6월 10일(월) 사파동성당, 6월 11일(화) 칠암동성당에서 박병규 신부님을 강사로 모시고 지혜문학을 접하게 된다. 말씀의 씨가 민들레 홀씨처럼 널리 날아가 어떤 열매를 맺게 될지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농부이신 하느님께서는 더욱 바빠지길 원하실 것이다.


“그들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어떤 이는 서른 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 이는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마르 4,20ㄴ)

 

240526 성경사목부-교구 성경특강 사진(홈피용).jpg

교구 성경특강


  1. 보면 보이는 그림

    Date2024.06.20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89 file
    Read More
  2. 주님을 깨우자!

    Date2024.06.20 Category성경사목부 Views78 file
    Read More
  3. 시절인연時節因緣

    Date2024.06.13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107 file
    Read More
  4. 늘 깨어 있어라

    Date2024.06.05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148 file
    Read More
  5. 토닥거림으로

    Date2024.05.30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76 file
    Read More
  6. 김범우 순교자 성지

    Date2024.05.30 Category시와 함께 떠나는 성지순례 Views108 file
    Read More
  7. 하느님은 사랑이시니

    Date2024.05.21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105 file
    Read More
  8. “쌀은 우리의 생명입니다”(쌀 지킴이 운동)

    Date2024.05.21 Category지구를 위해 '하다' Views98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45 Next
/ 45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