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바다 칼바람이 뺨을 매섭게 할퀴며 지나간다.
크리스마스가 막 끝난 작년 연말 179명이 사망한 무안공항의 제주항공 대참사는 전 국민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비극적인 소식이었다. 순식간에 무안공항은 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변하여 망연자실한 유족들의 통곡 소리로 가득 찼다.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전하지 못한 말들은 반짝이는 눈물방울의 물결이 되어 무안 앞바다를 맴돌았다.
우리 부부도 조종사 아들을 둔 부모로서 동영상에 보이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조종사들의 사투와 폭발하여 불타는 조각난 기체의 모습에 큰 충격과 슬픔을 금할 수 없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여 수많은 사람이 죽는 대참사가 일어나면 가톨릭신자들에게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하느님은 사고를 막아 주시지 않고 왜 수수방관하실까?
하느님은 우리의 큰 슬픔과 고통을 왜 모른 체하실까?
과연 하느님은 그 참혹한 현장의 고통과 비통을 전혀 모른 체하신 것일까? 가만히 묵상해 본다. 예수님은 나인의 슬퍼하는 과부를 보시고는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울지 마라” 하고 위로하시며 죽은 외아들을 살려주신 하느님이 아니신가. 하느님은 우리가 볼 수도 없고 하느님의 생각을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결코 이번 사고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진정으로 가련히 여기시어 십자가 위에서 함께 안타까워하시고 슬퍼하셨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번 사고는 새떼들에 의한 항공기 엔진의 파손에서 시작하지만 탑승객 거의 전원이 사망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것은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야 하는 로컬라이저 지지대를 요새에 버금가는 콘크리트 방벽을 설치함으로써 사고 비행기가 그 방벽과 충돌하여 폭발한 때문이라고 한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존중하시지만 이번 같은 대참사를 수수방관하지 않으시고 이미 예전부터 올바른 지지대 건축 방식을 알게 해 주셨고 이에 따라 전세계의 모든 공항과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공항도 정상적인 로컬라이저 지지대를 설치했었지만 무안공항은 따르지 않아서 오늘의 불행을 자초한 것이다.
설령 잘못된 지지대를 건축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위험하다고 외치는 단 한 사람만 있었어도 무안공항의 대참사는 면하게 해 주셨을 것이다. 십자가 위에서 그 한 사람을 끝까지 기다리신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애틋한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고 그러기에 더 아쉽고 더 안타깝다.
모든 것이 후회스럽고 모두가 안쓰러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한데 생각 저 너머로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울지 마라” 하고 위로해 주시는 주님의 말씀이 따스한 햇살처럼 살포시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