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교구장 사목교서

1973년도 교구 사목지침

「당신들은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이 기쁜 소식을 선포하시오」(마르코 16,15) 하느님의 지상 명령을 받아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이 심겨진지 어언 20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 기간동안 우리도 예외없이 모진 박해 속에서 초대 성도들의 희생과 흘린 피의 보람으로 차츰 꽃피우기 시작하다가 60년도 중반에는 급격한 하느님의 백성의 증가를 보여 이제 는 90만의 수를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발전이 타 교회에 선망이 될지 모르겠지만 달리 생각을 해야 할 문제가 있으리라 봅니다.
우리 민족의 인구 자연 증가 추세와 교세를 비교하거나, EH 하느님 백성의 질적 향상을 놓고 볼 때 안이한 생각만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국민의 수는 5,000만에 육박해서 증가 일로를 걷고 있지만 우리 교세는 60년대 후반부터 증가율의 심한 둔화를 보이는 한편 반대로 냉담자의 수가 더욱 불어난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질적인 면에 있어서 금번 공의회 이후로 평신도 사도직이 많이 강조되고 있으나 실제 우유를 먹고 지내야 하는 어린 교회의 모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히브리 5,10)
이러한 상태는 본 교구에서 더욱 심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유는 농어촌인 데다 벽지(僻地)가 많으며 교구의 역사가 일천한 데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의 반성도 있어야될 줄 압니다.

본 도의 도민은 400만에 이르고 있지만 신자는 3만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겨우 0.7%정도입니다. 이는 도민 130명에 신자 한사람 꼴이며 더구나 이중에 참된 신앙 생활을 하고 있는 자가 얼마나 될까 생각할 때 답답한 심정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본 교구의 발전이나 선교 전망이 흐리기만 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농어촌에는 근면, 저축, 협동정신이 싹트고 있으며 해안 지역에는 소도시의 면모를 바꾸어 임해공업단지로 발전 되어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새로워져가는 사회 속에서 교회 역시 살아 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하며 나아가서 교회가 스스로 세상을 도와주고 세상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우리가 목적하는 바의 하느님 나라의 임함과 인류의 구원이 하로 속히 이뤄지리라 생각합니다. (사목헌장 1부 4장 45)

이를 위해 본 주교는 사목의 책임자로서 올해를 신앙강화의 해로 정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도 크게 희생을 바쳐주신 나의 가장 가까운 형제 자매들에게 가일층 분발을 촉구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기성신자나 예비신자를 위한 교리를 좀 더 알뜰히 하시고 특히 중점적으로 교육할 것은 성서 공부와 복음 정신의 생활화이며, 신심행사를 통한 기도 생활의 고취입니다.
그리고 본당 단위로 연1회 이상 전 교우 피정이나 특별 교리강습을 강사 초빙하여 실시 하실 것이며, 이를 위해 본당 예산을 복음 전파와 신자 교육에 중점적으로 사용하도록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감사와 희생정신을 본뜨게 하기 위해 가정마다 일년에 한번 미사봉헌을 권장해 주시고 초대 교회에서 볼 수 있었던 바와 같이, 의연금으로 (고린토 9,1 이하) 공소나 어려운 본당을 협조하는 정신을 기뤄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의 목표를 위해 협조와 희생을 아끼지 않는다면 본 교구에 하느님의 나라가 훨씬 가까이 더욱 찬연히 빛나게 되리라 확신하며, 공의회 교부들의 말씀으로 끝을 맺겠습니다.

「주교의 협력자인 사제의 첫 의무는 하느님의 복음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그 것이다.」
(사제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 2장 1절 4)

천주교 마산 교구장
주교 장병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