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담화

2025년 교구장 부활담화문

posted Apr 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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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새로운 희망

 

 

사랑하는 마산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하기를 기도드립니다.

 

부활, 새로운 시작

 우리는 오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목격하면서 그분의 빛과 희망을 새롭게 만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을 넘어 모든 믿는 이에게 은총과 구원의 길을 열어주는 주님의 승리입니다.

 주님의 승리인 부활은 죽음을 전제로 합니다. 가장 위대하신 분께서 스스로 미천한 존재가 되셨습니다. 더 나아가 그 존재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비참한 모습의 죽음을 선 택하셨습니다. 우리는 성금요일 전례를 통해 하느님 죽으심의 신비에 참여하였습니다. 하느님 죽으심의 신비를 체험한 우리는 영원하신 하느님께서 유한한 인간의 역사 속에 함께 하고 계심을 힘차게 선포합니다. 따라서 부활의 기쁨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새로운 시작임을 깨닫게 합니다. 자신의 부족함과 나약함으로 삶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전환점을 선사합니다.

 

새로운 희망

 새로운 전환점은 주님 부활이 우리에게 일러준 희망에서 시작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희년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는 희망이 단순한 낙관주의 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활동 안에서 찾아야 하는 확고한 믿음과 신뢰임을 일깨워줍니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내신 분이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님이십니다. 성모님께서는 십자가 발치에서 죄 없으신 아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목격하셨습니다. 슬픔에 압도당하는 가운데 다시 한번 “그대로 이루어지소서”(fiat)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결코 저버리지 않으셨습니다 (「희망은 우리를」, 24항 참조).

 성모님께서 보여주신 희망을 우리 교구 청소년에게서도 발견합니다. 청소년 모임 ‘또래 사도’ 모임에 참석하여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구장 공석 기간에도 하느님의 손길이 여전히 청소년들 안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하느님 부르심에 청소년들은 기꺼이 응답(fiat voluntas tua)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사제와 수도자 성소의 감소 지표가 드러나고 있지만, 이들의 사제와 수도자가 되고 싶어 하는 열망은 성령께서 청소년들 안에서 활동하고 계심을 일깨웁니다. 희망은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작은 신앙 실천 속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희망은 바로 친교, 참여, 사명을 이루려는 시노드 교회 전체를 위한 영적 쇄신의 힘 입니다.

 

희망의 순례자인 우리

 우리는 부활의 기쁜 소식을 받아들인 주님 부활의 증인이요 하느님의 협력자(1테살 3,2), 희망의 순례자입니다. 순례자는 여행자처럼 가지지 못한 것을 계속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하느님이신 ‘당신’께 마음을 여는 사람입니다. 희망의 순례자는 모든 사람과 사물을 소중히 여기며 단순한 현실에 익숙해져 이를 ‘여유’롭게 즐길 줄 아는 사람입니다(「찬미받으소서」, 223항 참조). 사실 우리는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급변하는 사회,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기계 문명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희망의 순례자인 사제 수도자 평신도는 소외되는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특히 노인들이 희망의 순례자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합니다. 이 희망의 절정에 주님 부활의 기쁜 소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부 히폴리투스는 희망의 순례에 동참하는 교회를 ‘배’라는 상징으로 소개합니다. 구약과 신약이라는 두 개의 닻을 가진 배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는 돛을 그 중심에 가지고 있으며, 성령의 바람이 이끄시는 곳으로 끊임없이 나아갑니다. 다양한 소명으로 초대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부르심에 응답한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이 배에 승선 하여 ‘친교’를 이루고 있습니다. 세상을 상징하는 바다에는 다양한 풍파가 있어 때로는 교회를 위기 속에 몰아넣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여받은 ‘사명’에 헌신하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의 ‘참여’는 위기를 극복하고 배를 하느님의 나라로 잘 나아갈 수 있게 합니다 (「타르굼주석단편」, S5,41.42 참조). 이 배는 하느님의 도성, 천상 예루살렘을 향해 나아 가는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모습이 드러나는 공간, 곧 우리 마산교구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 확고한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신앙 선조들을 통해 전해 받은 신앙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희망의 순례자들이 교회를 위해 살았던 거룩한 전통에 바탕을 둡니다. 피를 흘리며 신앙을 간직한 희망의 순례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전하고자 했던 짧은 한 문장은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이었습니다. 우리도 전심으로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주님 부활의 기쁨을 살아갈 우리 교구를 성모님과 우리 교구의 순교 복자들의 전구에 맡겨드립니다. 우리 교구민 모두가 주님 부활의 기쁨 속에서 다 함께 희망의 순례에 동참 하길 기도합니다.

 

 

평화의 모후님!

복자 신석복 마르코, 구한선 타대오, 정찬문 안토니오,

박대식 빅토리노, 윤봉문 요셉!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5년 4월 20일

주님 부활 대축일

교구장 이성효 리노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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