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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매일 죽고 부활하여 이 땅에 빛이 되자

posted May 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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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


매일 죽고 부활하여 이 땅에 빛이 되자

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 모두에게 충만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유난히도 춥고 길었던 거울이 지나고 마치 죽은것처럼 보이던 만물이 그 생명의 싹을 터뜨리는 신비함을 볼 때, 우리가 체험한 부활의 기쁨도 더욱 은혜스럽기만 합니다. 「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부활의 기쁨을 전하는 저의 인사말이 여러분의 맘에 진정 실감있게 와 닿는지 묻고 싶습니다. 「예수 부활」이라는 이 말이 「아빠가 진급을 하셨다」든가, 「아들이 합격을 했다」는 말처럼 여러분에게 기쁨을 주는 소식입니까? 아니면 부활했든 안했든 나의 삶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생각입니까?
예수님의 죽음에 대해 그 역사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부활에 대해서는 믿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교우 여러분, 여러분은 예수님의 부활을 믿습니까? 믿는다면 왜 믿습니까? 만일 여러분이 나에게 「주교님은 왜 부활을 믿습니까」하고 묻는다면 저는 이런 사실들을 말하고 싶습니다.
예수부활 장면을 촬영한 기록영화가 있다면 더 쉽게 믿을 수 있을텐데 하고 생각하는 분이 혹시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아니라, 바로 내 눈앞에서 관(慣)이 갈라지며 죽었던 한 사람이 되살아 난다해도, 「죽은 사람은 절대로 살아날 수 없다」는 강한 선입견이 있는 한 결코 믿을수 없을 것입니다. 목격을 하고서도 오히려 속임수라고 분개할수도 있습니다.「예수 부활」은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하느님의 권능」을 믿지 못할 때 결코 받아 들일수 없는 사건입니다. 말하자면 부활에 대한 믿음은 감각의 범주가 아니라, 신앙의 차원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부활신앙만을 갖고자만 한다면,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증거는 너무도 뚜렷합니다.
「당신의 나라가 서면 하나는 주님의 오른편에, 하나는 왼편에 앉게 해주십시오」(마태 20,21)하며, 예수님이 권좌에 오르면 출세할 꿈에 부풀어 따라 다니던 제자들은, 예수님이 체포되자 「모두 흩어졌고」(마르꼬 14,50), 「저는 결코 주님을 버리지 않겠다」(마태오 26,33)던 베드로는 「나는 도무지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마르꼬 14,71)고 배반했고, 예수님이 비참하게 숨지자, 산산이 깨어진 출세의 꿈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실망하여 뿔뿔이 흩어졌고, 공포에 질려 문을 닫아걸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얼마 안 가서 그들은 다시 모였고,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그 예수를 하느님께서 다시 살리셨으며, 우리는 모두 그 증인이다」(사도 1,1-31)고 외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사실 사도들은 「예수는 부활했고, 그 분이 바로 메시아 주님이시다」는 사실을 외치며 증거하다 순교한 분들입니다. 사도들이 생명을 걸고 예수님의 부활을 증거하는 순교자로 돌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복음서가 한결같이 주장하듯이 그들이 부활한 주님의 발현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는 부활했다」는 사도들의 외침으로 교회는 시작되었고, 그 교회는 엄청난 피의 댓가를 지불하면서도 역사안에 뿌리 내려 거목으로 성장하였고, 역사의 흐름을 꿰뚫으며 세상을 변화시킨 이 교회가 바로 예수 부활의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부활이 없었다면, 십자가형을 받고 죽은 수 많은 사형수 중의 한 사람인 예수를, 주님으로 받들어 섬기는 교회는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 부활은 우리가 사는 이 세계 안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예수 부활을 믿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 부활」이 역사적 사실이라 해도 그것이 나의 삶과 이 세계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부활의 의미를 아는 것은 그분이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믿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로 우리가 구원되었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그것은 우리와 꼭 같은 인간이셨던 그 분이 원수까지 사랑하는 그 사랑 때문에 죽으셨지만, 다시 살아나셨기에 영원한 삶을 영원하면서도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도, 예수님이 사셨던 그 사랑을 살 때 죽음의 심연을 넘어 영원한 삶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예수님은 「죽음을 이긴 첫 열매」(1고린 15,20)이며, 죄로 죽은 인간성의 한계인 죽음의 심연을 뛰어 넘는 기록을 최초로 수립한 분입니다. 부활 사건은 우리 인간이 영원한 삶에로 가는 길이 있음을 증명한 사건이며, 인생이 죽음의 허무를 넘어 영생에로 통하는 값있는 것임을 증명한 사건입니다. 그러기에 나에게도 중요한 사건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죽음이, 유대 지도자들의 시기 질투와, 참과 거짓의 구별조차 하지 못했던 민중의 어리석음과 체살의 충신임을 증명하여 자신의 현세적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도록 내어준 빌라도의 비굴함이 함께 엮어낸 작품이라면, 그런 악의 세력을 이긴 예수님의 부활은 정의와 선이, 불의와 악을 거스려 결국 승리한다는 진리를 증거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부활을 믿는 신앙인은 어떤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결코 실망하지 않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단순히 우리가 머리로 이해하고 끝날 교리가 아니라, 매일의 생활안에서 살아야 하는 진리입니다. 우주의 역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들어가신 그 세계, 새하늘과 새 땅이 열리는 그 세계에로 완성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KAL기 격추사건, 버어마사건, 세계 각처의 전쟁 등 야만적인 폭력과 그리고 구속 학생의 사면과 복권같은 자유화의 몸부림과 선과 정의의 물결도 봅니다. 완성을 향해가는 이런 역사의 물굽이에서 우리는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읽어야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나날이 생활속에서 죽고 또 살아나는 빠스카의 신비를 살아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선교 200주년을 맞아 순교선열들의 시성식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야말로 세속적 악의 세력에 무참히 희생되어 잡초처럼 짓밟혔던 순교자들이 200년이 지난 지금 영광의 승리자로 부활한 사건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분들을 고문하며 권력을 휘두르던 자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그들의 이름은 누가 기억합니까? 그러나 가슴에 품은 진리를 위해 죽어갔던 순교자들은 영원히 만방에 빛날 것입니다.
우리가 몸 붙여사는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증거하기위해 고통받고 죽어갈 때 「밀알이 썩어 많은 열매를 맺는」(요한 12,24) 죽음과 부활의 신비가 새 삶안에서 이루어지며, 나에게 주신 부활의 씨앗이 매일 자라게 될 것입니다. 그래야만 선교 200주년의 의미와 성년의 의미가 빛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충만하길 빕니다.


1984년 4월 부활 대축일
마산교구장 주교 장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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