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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그분은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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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루가 24,6)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죽음의 세력을 물리치시고 다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능력과 은총의 축복이 여러분들에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은 주님께서 죽음으로부터 살아나셨다(로마 6,9)는 부활 사건의 선포입니다. 우리는 지난 사순절 동안 재개와 회생 그리고 기도와 애덕의 실천으로 부활 대축일을 준비해 왔고, 오늘 드디어 부활 대축일의 기쁨을 다 함께 경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복음과 우리 신앙의 핵심인 부활 사건은 죽어야만 다시 살 수 있다는 역설의 진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삶을 갈망하는 우리 신앙인들은 죽었다가 다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죽어야만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삶을 기꺼이 살기로 자유롭게 결단한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죽어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삶의 중심에 모시고, 그 분이 사신 삶을 닮아가려고 무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죽어야만 다시 살 수 있다는 역설의 진리를 믿고 실천한 초대 교회의 신앙인들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공동체의 모습을 신앙의 유산으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에 보면 “믿는 사람은 모두 함께 지내며 그들의 모든 것을 공동 소유로 내어 놓고, 재산과 물건을 팔아서 각자의 필요에 따라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한 마음이 되어 날마다 열심히 성전에 모였으며, 집집마다 돌아가며 빵을 나누고, 순순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함께 먹으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사도 2,44-47)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초대 교회의 신앙인들은 놀라운 개방과 관대함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아름다운 공동체의 삶은 죽어야만 다시 살 수 있다는 부활의 역설적인 진리를 실천한 결과입니다. 남을 위해 죽는 것이 새로운 삶에 이르는 길이라는 믿음이 없이는 욕심과 이기심을 버리고 이웃에게 봉사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했던 초대 교회의 공동체도 서서히 그 아름다운 모습을 상실해가는 과정을 성서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도 5,1-11) 그것은 자기 폐쇄와 이기심 때문이었습니다. 인간의 자기 폐쇄는 자신의 죽음을 초래하고 끝내는 공동체의 파멸까지도 초래합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이 드러나는 모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부조리와 구조적 악 그리고 극도의 혼란과 분열은 죽어야만 살 수 있다는 부활의 역설적 삶을 살지 못하는 데서 파생되는 현상이며 결과입니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민족적으로는 남북 분단의 종식을, 정치적으로는 민주화를, 경제적으로는 공정한 분배 정의의 실현을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온갖 사회악의 일소를 더 절실하게 갈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그것은 가진 바를 기꺼이 나누어 가지고, 자기 주장과 아집을 양보하려는 자기 개방의 자체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각자는 자기 중심만의 이기심 덩어리를 깨뜨리고, 나를 내 안에 가두어 두지 말며, 나만을 주장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너를 향해 나를 기꺼이 내어 주는 타중심의 삶 그리고 너와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이 요청되고 있습니다. 자기 폐쇄와 차단의 껍질을 부단하게 깨뜨려서 흐르는 물처럼 너를 향해 나를 흘러가게 하는 삶이 요청되고 있습니다. 흐르는 물은 결코 부패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흐르는 물은 스스로를 정화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폐쇄의 결과는 질식이고 동시에 죽음입니다.
죽어야만 산다는 역설의 진리는 자기 폐쇄 대신에 자기 개방을 요구합니다. 이기심의 껍질을 깨뜨려 너와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삶을 요구합니다. 자기 폐쇄의 극복은 필연적으로 아픔을 수반합니다. 자신을 깨뜨리고 부수어 버리는 아픔의 과정을 거쳐야만 자기 개방이 가능하게 됩니다. 부활은 십자가의 수난과 아픔 그리고 죽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저는 우리 신앙 고백의 핵심이자 희망의 근원인 부활 사건이 제기하는 의미가 여러분 삶 안에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여러분 모두가 죽어야만 다시 살 수 있다는 역설적인 진리를 내포하고 있는 부활의 삶을 살고 나아가서 부활 사건의 증인이 되기를 호소합니다. 또한 모든 불신, 분열, 갈등, 불의를 극복하여 용서와 화해, 일치와 평화의 삶을 가능케 g는 자기 개방의 삶을 살도록 호소합니다. 인간의 계산이나 이해타산이 아니라 십자가의 어리석음(1고린 1,18-25)만이 부활의 삶을 가능케 합니다. 오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1990년 4월 15일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천주교 마산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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