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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낡은 누룩을 깨끗이 없애 버리고 순수한 반죽이 되십시오”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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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

“낡은 누룩을 깨끗이 없애 버리고

순수한 반죽이 되십시오”

(1고린 5,7)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새 생명의 푸른 기운이 온 땅에 가득한 새 봄에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였습니다. 부활의 은총과 평화가 이 땅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구세주 예수께서 죽으신지 사흘 만에 부활하신 것은 우리 인류를 위해 참으로 엄청난 사건이며 기쁨입니다. 이제 인류는 더 이상 죄의 구렁 속에 버려져 있지 않고 영원한 새 생명을 보장받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 구원받은 기쁨을 힘차게 노래해야 하겠습니다. 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여러분은 낡은 누룩을 깨끗이 없애 버리고 순수한 반족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는 과원절양으로서 희생되셨으므로 이제 여러분은 누룩없는 반죽이 되었습니다”(1고린 5,7). 사도 바오로께서 고린토 교회 신자들에게 하신 이 말씀은, 바로 예수님의 부활 대축제를 지내는 우리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말씀입니다.
“낡은 누룩”은 무엇이며 “순수한 반죽”은 무엇입니까? 사도 바오로께서는 같은 편지(1고린 5-6장 참조) 안에서 낡은 누룩은 사람들의 “사악과 음행, 탐욕, 우상숭배, 술주정, 분쟁” 등 온갖 죄스러운 생활태도이며, 순수한 새 반죽은 성령 안에 사는 “사랑, 친절, 봉사, 절제”등의 “순결과 진실”의 삶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 때문에 “과월절의 양으로 희생되셨으므로”, 이제 우리는 죄를 벗고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지난 사순절 동안 우리는 “낡은 누룩”을 깨끗이 없애 버리고 “순결과 진실”의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나름대로 회개와 보속의 생활을 해 왔습니다. 교회가 권고하는 희생과 재를 지키면서 열심한 기도와 사랑을 실천하는데 노력하였고, 특히 마산교구는 ‘선교하는 가정의 해’를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본받아 올바른 그리스도 신자 가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사순절 사목서한 참조). 이제 사순절을 보내고 예수님의 부활 대축제를 맞은 우리는 새 삶으로 옮겨갈 때를 맞이하였습니다. “누룩없는 빵”이 되어 새롭게 살아갈 때에, 우리는 십자가상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피를 헛되게 하지 않고, 더 나아가 세상을 구하는 구원의 백성이 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한국사회는 많은 비리와 부정부패 등의 “낡은 누룩”들이 뿌리깊게 번져있어 참으로 근본적인 변화와 쇄신이 필요한 때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미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물질 만능주의는 마치 물질이 인간 위에 있는 듯 삶의 목표를 재물과 출세에 두는 그릇된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냈고, 어느새 인간 상호간의 신의나 존경심이 사라져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존엄성은 참가치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가 어둡고 혼란할수록, 그리스도 신자들은 그 안에서 새 누룩이 되어 “순결과 진실”의 새 반죽을 만들어야 하는 사명감을 깊이 느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신자들은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진리와 정의, 사랑과 용서를 보여주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증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러한 신자들의 사회적 사명에 대해 여러 곳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을 보면 신자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무슨 일에서나 성실성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진리와 선에 대한 사랑”(13항 참조)을 심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회법에서는 이러한 신자들의 사회적 사명에 대해 언급하면서 “신자들은 현세 사물의 질서를 복음적 정신으로 적시고 완성”(제225조 2항)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모든 신자들은 각자가 처한 장소와 위치에서 복음적 가치와 질서가 존중되는 사회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금년에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선택으로 새 대통령과 새 정부를 맞이하였습니다. 그리고 암울했던 지난 세월을 청산하고 정의로운 민주국가를 구현하고자 하는 정부와 국민들의 염원도 고조되어 새로운 사회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기대와 열의는, 과거에 번번이 우리를 실망시켰던 “낡은 누룩”들이 모두 사라지고, 이제는 하느님의 진리와 정의, 사랑과 평화가 온 사회에 자리잡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우리 모두의 소망의 표현일 것입니다.
이 시기야말로 그리스도 신자들의 사회적 사명의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때입니다. 바로 사회의 새 누룩이 되어 각자 자기 책무에 충실하고 공공선익을 위해 봉사하여, 이 시대의 정화와 쇄신을 위해 힘써야 할 때인것입니다. 우리 모두 성령 안의 “순결과 진실”의 삶으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빛이 우리 사회를 환희 밝혀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열심히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다시 한번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와 기쁨을 전하면서 여러분 모든 가정과 우리 사회에 하느님의 풍성한 축복을 기원합니다.
다 함께 "낡은 누룩을 없애 버리고 순수한 반죽“이 되어 부활의 기쁨을 힘차게 노래합시다. 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1993년 예수 부활 대축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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