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담화

1994년 사순절 담화문-“믿음에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런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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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사순절 담화문


“믿음에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런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

(야고보 2,17)
친애하는 형재 자매 여러분!
‘봉사하는 가정의 해’에 거룩한 사순시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사순절은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죽으셨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의 부활 대축일을 특별한 ‘참회와 고행’으로 준비하는 거룩한 전례시기입니다.
금년은 전세계 카톨릭 교회와 국제연합(UN)이 함께 ‘가정의 해’로 선포한 해이며, 우리 마산교구도 그러한 세계적 추세에 따라 교구 사목의 역점을 가정에 두고 ‘봉사하는 가정의 해’로 정한 해입니다. 그리스도 신자 가정이라면 나자렛의 성가정을 본받아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가족제도를 제정하시고 인류의 번성과 행복을 원하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회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가정이 되어야 함은 신앙인으롯의 중요한 본분일 것입니다. 이런 뜻에서 저는 여러분 모두 이 사순시기가 가정의 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은총의 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성가정을 이룹시다.
‘가정의 해’에 맞이하는 사순절 참회시기에, 우리는 가정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과 그리스도의 가르치심에 비추어 우리의 가정상황을 진솔하게 반성하고 잘못된 점을 고쳐 나가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우리 나라는 지난 70년대 이후 급속하게 진전된 산업화와 도시화 현상, 그리고 이에 뒤따르는 물질 문명의 발달과 사회제도 변혁 등의 영향으로 심각한 가정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바입니다. 근래에 와서는 그 우려의 목소리가 차차 더 높아지고, 가정이 총체적 해체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생명의 존엄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피임 및 인공유산의 성행, 이혼 증가로 인한 가정 파괴와 가난한 소년소녀 가장 가정의 증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물질적 풍요의 추구와 가족 이기주의의 극심화, 그리고 핵가족화로 인한 가정 안에서의 인간교육, 사회교육의 부재(不在) 내지 부실화(不實化) 등은 우리 사회를 혼란과 붕괴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의 인간 복제 가능성 운운 등의 논란은 이 위험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정의 위기 상황은 비그리스도교 신자 가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신자 가정들도 대동소이하게 처해 있는 현상입니다. 그리스도 신자 가정들의 심각한 문제의식과 각성, 회개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입니다.
가정의 생명은 가족들간의 이치와 화목에 있습니다. 일치와 화목이 없는 가정 안에서 사람은 행복할 수 없고, 그러한 가정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사회 역시 건전하고 평화로울 수가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정들은 이 일치와 화목을 되찾기 위한 노력부터 기울여야 합니다. 가정의 일치와 화목은 가정 안에 참사랑이 있을 때에 비로소 가능하며,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 가정 안에 그리스도께서 명하신 ‘참사랑’, ‘거저주는 사랑’(사목교서 참조)이 존재하는지 반성해 봐야 하겠습니다. 부부간의 완전한 자기 증여의 사랑, 부모와 자녀간에 아낌없이 주는 사랑 그리고 형제와 친척간에 흐르는 끈끈한 혈육의 정이 우리 가정을 감싸고 있는지 반성하고, 부족하거나 잘못된 점 등을 과감하게 하나씩 고쳐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성가정은 가족이 함께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반성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가정이 하느님의 뜻을 받드는 ‘작은 교회’가 될 때에 비로소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스도 신자 가정들이 먼저 하느님의 사랑 안에 일치된 성가정을 이루고, 이 사랑을 세상을 향해 번져 나아가게 할 때에 우리 사회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로 변화해 갈 것입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해야 할 그리스도 신자들의 책임이 참으로 크다고 하겠습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가정이 됩시다.
다음으로 저는 이번 사순시기가 우리 모든 그리스도 신자 가정들이 실제로 사랑을 실천하는 때가 되기를 바랍니다. 금년에 우리는 ‘봉사하는 가정의 해’를 지내고 있습니다. 봉사가 사랑의 실천이라면 우리는 말로만 봉사를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랑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야고보 사도의 말씀대로 “행동이 따르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야고 2,17)이기 때문입니다.
금년도 사순절 담화문에서, 교황성하께서는 전세계 그리스도 신자 가정들에게 사랑의 봉사에 나서 줄 것을 강력히 호소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은, 오늘날 극심한 고통과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전세계 많은 가정들에 대해 “귀와 눈을 가리우면 안된다”고 말씀하십니다(1994년 사순절 교황 담화문). 사랑의 실천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계명(요한 15,12)이며 우리가 실천하지 않으면 안되는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사람에게 마실 것을 주며... 병든 사람을 돌보아 주는 등..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참조: 마태 25,31-46 최후의 심판)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우리는 다시한번 귀담아 듣고 마음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실천하는 사랑의 행위는 뛰어난 참회 행위입니다. “사랑은 허다한 죄를 용서해 주는”(Ⅰ베드 4,8) 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전통적으로 사랑의 실천을 3대 참회 행위(기도, 단식, 애덕실천. 교회법 1249)의 하나로 꼽으며 특별히 사순시기에 신자들에게 그 실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2,30년 전에 비해 물질적으로 매우 부유해졌습니다. 그러나 물질만능주의의 만연은 사람들의 탐욕과 이기주의를 심화시켰으며, 고르지 못한 부(富)의 분배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와 가난한 이웃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히려 이농민(離農民)들을 포함한 도시빈민들은 현사회의 물질적 풍요와는 달리 가난과 소외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극도의 빈곤과 생활고는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불가능하게 하여 가정의 파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사회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의 공평하고 정의로운 경제시책이 시급히 요청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는 일은 정부의 힘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 특히 종교인을 비롯한 선의의 사람들이 함께 사랑의 손길을 뻗침으로써만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은 ‘행동이 따르는’ 믿음으로 무장되어, 사회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산 증인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우선적으로’(사회적 관심 42: 가정 공동체 47)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 구체적인 사랑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저는 이번 사순절 동안 우리 교구내 모든 가정들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향해 작은 사랑의 실천을 한 가정도 빠짐없이 실천해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우리 모두 교황님의 호소에 따라 가난한 이들을 향해 우리의 눈을 크게 뜨고, 그들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합시다. 가족들이 일치하고 화목한 가운데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우리는 이번 사순절을 그 정신에 맞갖게, 그리고 ‘봉사하는 가정의 해’에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사순시기는 구원을 필요로 하는 죄인인 우리들이 가장 경건하게 지내야 하는 은총의 때입니다. 우리 모든 가정이 진정으로 회개하여 성가정을 이루고, 신앙생활의 쇄신을 불러 일으키는 복된 시기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온갖 비리와 거짓으로 얼룩진 이 사회에 진리의 빛을 밝히고, 사랑이 메마른 곳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산 증인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은혜로운 사순시기를 열심히 살기로 노력하는 여러분 모든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1994년 재의 수요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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