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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삶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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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삶

“이 날이 주께서 마련하신 날, 이 날을 기뻐하자. 춤들을 추자. 알렐루야!”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대자연이 새 생명으로 충만하여 기쁨과 희망의 새 봄을 맞이한 이때에 우리는 영적(靈的) 봄이라고 할 수 있는 주님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활절의 전례는 온통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의 승리의 기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 모두 영광스러운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온 세상에 이 기쁨을 전하는 전령(傳令)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허황된 환상이나 후대의 그리스도 신자들이 꾸며 낸 사기극이 아니라 엄연한 역사적 사실로서 우리 그리스도 신앙의 기초가 되는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가 전한 것도 헛된 것이요, 여러분의 믿음도 헛된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1고린 15,14)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의 미사 독서와 복음은 예수부활의 역사성을 명백히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의 복음 말씀에 의하면, 예수님의 죽음 때문에 슬픔에 잠겨 있던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안식일 다음날 아침, 일찍 '아직 어두울 때에’ 예수님의 무덤에 가서 무덤을 막았던 큰 돌이 치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달음질하여’ 시몬 베드로와 요한에게 가서 “누군가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보고 했습니다. 놀라움과 의구심(疑懼心)에 찬 베드로와 요한은 즉시 무덤으로 달려가 무덤 안에 들어가서 예수님의 시체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비로소 생전에 당신의 수난과 부활에 대해 예언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상기하고 믿게 되었던 것입니다.
사도들의 이 믿음은 고향인 갈릴래아에서 부활하신 스승 그리스도와 “함께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사도 10,41) 하였으며, 성령을 받음으로 한층 더 굳건한 반석 위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사도들의 생생한 체험과 성령의 도움심은 사도들을 예수님 부활의 증인이 되게 하였습니다.
예수님 부활로 확신에 가득 찬 제자들은 그 길로 그리스도의 증인으로서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사도들이 되었습니다. 한 때 겁이 많아 그리스도를 부인하기도 했던 베드로와 사도들이 이제는 죽음의 위협앞에서도 단호히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사도 4,20)하며 예수 부활에 대한 확고한 신앙을 증언하기 시작하였습니다. 2000년을 이어 오는 오늘의 그리스도교 신앙은 이 사도들의 신앙과 증언을 토대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그리스도 신자들입니다. 오늘 우리는 신앙의 주춧돌이 놓여진 예수님의 부활 축일을 기뻐하면서 어떤 마음가짐과 각오를 가져야 할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오늘의 시대 상황과 한국교회의 실정에 미추어 우리는 오늘 특별히 두 가지를 유념해야 하겠습니다.
그 첫째는 우리 한국교회와 마산교구가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인 복음전파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 한국교회가 지난 30여 년에 비해 차차 전교열이 식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를 보면 한국교회의 신자 증가율은 한국교회 200주년을 준비하면서 신자들의 신앙의 열기가 고조되었던 1982년을 정점으로 하여(9.3%) 지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1992년 4.9%). 전교의 열이 식어간다는 것은 교회가 자기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며 교회 본연의 모습이 퇴색하여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한국교회가 깊이 반성하고 시급히 시정해야 할 중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우리 마산교구도 신자 증가율이 감소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자 비율이 전국의 대국민 신자비율 7%(1992년)에 밑도는 4.2%밖에 안되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에 크게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둘째로 우리 교회가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특별히 유념해야 할 점은 교회의 대 사회적 역할에 대한 반성입니다. 교회가 사회 안에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사회를 정화하고 정의와 평화를 심는 일이 가장 중요한 종교 본연의 임무입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날 매일 같이 보도되는 살인강도, 부정부패, 생명경시의 현상, 청소년들의 비행, 약자에 대한 억압 등은 종교인구가 전 국민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사회 안에서 종교인들이 제대로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오늘, 제2독서인 골로사이인들에게 보내는 서한 안에서, 성세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부활에 참여하는 신자들의 새 삶에 대해 교훈을 주고 계십니다. “이제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났으니 천상의 것들을 추구하십시오... 여러분은 모든 세속적인 욕망을 죽이십시오... 음행과 더러운 행위와 욕정과 못된 욕심과 우상숭배와 다름없는 탐욕 따위의 욕망은 하느님을 거역하는 자들에게 내리는 하느님의 진노를 살 것입니다... 따뜻한 동정심과 친절한 마음과 겸손과 온유와 인내로 마음을 새롭게 하여 서로 도와주고 피차에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사랑을 실천하십시오. 사랑은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완전하게 합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다스리게 되기를 바랍니다”(골로 3장).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이 사도 바오로의 이 권고대로 살아갈 때에 우리 사회는 차차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로 바꾸게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오늘은 주께서 우리를 위해 특별히 마련하신 은혜로운 날입니다. 그러나 이 기쁨은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이 우리 각자 안에 알찬 열매를 맺을 때에 비로소 깊이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지난 사순시기를 특별히 열심한 마음으로 보낸 바 있습니다. 우리 모두 부활의 기쁨을 깊이 누리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새 생명을 누리며 기뻐하는 우리들은 이 기쁨을 우리 자신 안에만 간직하고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으로 이루어진 구원의 기쁜 소식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복음을 전하여 온 사회 안에 정의와 평화의 하느님 나라가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세상 복음화에 나서야 하는 중대한 책임이 모든 그리스도 신자 양 어깨에 지워져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충반하기를 기원합니다.


1994년 예수 부활 대축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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