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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누군가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다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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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


“누군가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다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요한 20,2)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40일의 사순시기를 마치고 만물이 소생하는 대자연의 생명의 고동(鼓動)과 함께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였습니다. 부활의 은총과 기쁨이 여러분 가정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생명을 보호하는 가정의 해’를 지내는 금년 사순시기 동안 우리는 그 취지에 따라 생명을 거스린 우리의 죄를 보속하는 마음으로 기도와 희생을 바치고 생명 보호를 위한 적극적 활동을 추진하는 노력도 기울여 왔습니다.
예수 부활은 죽음을 이긴 생명의 개선(凱旋日)이요, 새 생명의 탄생일입니다. 예수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심으로써 새 생명을 인류에게 가져다 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인류의 죄를 대신 지고 십자가에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심으로 우리에게 영적(靈的) 천상 생명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그뿐 아니라 예수님의 부활로 말미암아 우주 만물은 자기 존재의 새로운 보람을 찾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 부활은 인간의 영적 생명뿐 아니라 온 우주 안에 새 생명이 소생한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 생명의 축일인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저는 여러분이 영육의 건강과 생명을 충만히 누리기 바라며,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되어 있는 세상 안에서, 생명의 존귀함을 사람들에게 깨우쳐 주고 생명을 보호하는 일꾼들이 되어 줄 것을 당부 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특별히 인간 생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자신에게 맡겨진 생명에 대한 소명을 기이 깨닫고 그 책임 완수에 온 힘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 드리는 바입니다.
오늘 부활절 낮미사 목음에서 우리가 듣는, 부활하신 예수께서 맨 처음으로 막달라 여자 마리아에게 나타나신 대목은, 여성들이 그리스도의 인류 구원사업과 교회 안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안식일 다음날 이른 새벽에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십자가에 돌아가신 주님의 죽으심에 대한 슬픔을 안고 예수님의 무덤에 갔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미 부활하시고 무덤은 비어 있었습니다. 마리아는 당황하여 빨리 달음질하여 시몬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에게 가서 “누군가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다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요한 20,2) 하고 목격한 사실을 보고하였습니다. 그 때까지 마리아는 아직 예수께서 죽었다가 부활하시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때에 그리스도께서 마리아에게 나타나셔서 당신이 부활하시어 ‘아버지께 올라가신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전하라고 명하십니다. 막달라의 마리아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제자들에게 가서 자기가 주님을 만나 뵌 일과 주님께서 자기에게 일러주신 말씀을 전하였습니다”(요한 20,18)
막달라의 마리아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맨 처음으로 만나 뵙고 그 부활을 제자들에게 전(傳)한 부활의 첫 사도가 되었습니다. 예수 부활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초석일진대 그 부활의 첫 사도야말로 구원의 역사 안에 영광스러운 자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은 구세주의 어머니와 공동 구속자가 되신 성모 마리아의 위치와 함께 그리스도의 인류 구원사업에 여성이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하나의 사건이었습니다.
여성은 인류 사회의 발전과 교회의 구원사업 수행에 있어서 남성과 함께 그 중책을 나누어져야하는 동반자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역사를 되돌아 보면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류 사회는 남성 위주의 부권 사회를 유지해 오면서, 여성들은 자기 본연의 존엄성과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인류 사회와 교회를 위해 큰 손실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에 비추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그 폐막 미사(1965.12.8)에 이어 발표한 ‘전 인류에게 보내는 메시지’ 안에서 특별히 여성들에게 아래와 같은 호소를 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때가 오고있습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소명을 온전히 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여서들이 지금까지 찾지 못한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사회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사회에 영향을 미쳐야 할 때가 왔습니다.”(Enchir. Vat.1.502*) 이는 여성들의 각성을 촉구할 뿐 아니라, 인류 사회가 여성들에게 그 본연의 위치를 되찾아 주고 남성들과 함께 사회와 교회를 위한 봉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강력한 권고의 말씀입니다.
메시지 안에서 교부(敎父)들은 ‘새로 탄생하는 생명의 신비’를 직접 체험하며 생명과 깊은 관련을 갖고 있는 여성들이 ‘사랑과 생명의 보금자리인 가정을 지키고, 보호하는 사명’을 지고 있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생명은 보호하는 가정의 해’를 지내는 우리 교구민 모두가 특별히 명심해야 할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메시지는 또한 가정 교육에 있어서의 여성들의 책임, 가정과 사회의 좋은 전통을 자녀들에게 전달하는 여성들의 역할, 사회의 평화를 위한 여성들의 기여, 현대 문명의 비인간화를 막는데 여성들의 사명이 크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이 공의회의 메시지를 명심하고, 생명 경시 풍조로 인해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소명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인류 가족의 안녕과 교회의 구원사업이 잘 이루어지도록 모든 힘을 다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여성인 성모마리아는 교회의 어머니요 신자들의 모범으로 추앙(推仰)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활의 첫 사도인 막달라의 마리아를 비롯하여 구약과 신약의 많은 여인들, 그리고 교회 역사 안에서 기억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여성 수도자들, 열심한 부인들과 동정녀들이 인류 사회의 평화와 교회의 구원사업을 위해 큰 몫을 하였습니다. 교회는 그 모든 여성들을 품 안에 안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기억하며 세상 끝날까지 더 많은 여성들의 봉사와 기여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 교회도 여성 신자들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 안에서 여성 신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큽니다. 여성 숫자가 남성보다 많고 교회내의 활동에 있어서도 그 기여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는 여성 신자들에게 크게 치하할 일입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오늘날 우리 한국 사회 안에서 여성들은 아직 사회와 교회의 여러 가지 여건과 관습 그리고 불리한 제도적 틀 등 때문에 자신의 자질과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여성들이 여성으로서의 고유한 역할에 대한 각성과 노력 그리고 남성들의 이해와 협력 등을 힘입어, 여성과 남성이 조화된 일치 속에서, 사회와 교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여성의 때’가 도래하기를 기대합니다.
친애하는 신자 여러분, 그리고 특히 여성 신자 여러분!
성모님을 본받으십시오! 성모님은 교회의 어머니며 신자들의 모범입니다. 막달라의 마리아를 본받으십시오! 그는 예수 부활의 첫 사도였습니다. 우리는, 매일 미사 중 가장 엄숙한 시간에, “주께서 오실 때까지 주의 죽으심을 전하며, 주의 부활하심 굳세게 믿나이다.”(미사 통상문 중에서)하며 예수 부활에 대한 신앙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이 믿음으로 살고 이 믿음을 세상에 전해야 하는 부활의 사도들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예수 부활은 우리들의 믿음이 주춧돌이 놓인 가장 뜻있고 기쁜 날입니다. 이 기쁜 축일이 신자 여러분의 신앙생활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금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축복이 여러분의 모든 가정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1995년 예수부활 대축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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