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담화

1996년 사순절 담화문-“소공동체 생활을 통한 회개의 사순절”

posted Jun 11,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1996년 사순절 담화문


“소공동체 생활을 통한 회개의 사순절”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를 위해 세상에 오시어 몸소 인생길을 함께 가셨으며 성부의 뜻을 따라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운 업적을 묵상하고 회개의 행위로써 그분의 길을 따르기로 노력하는 사순절을 맞이하였습니다. 교회의 오랜 역사와 전통에 따라 사순절은 그리스도인 모두가 복음정신으로 깨어있고 회개하여 더욱 풍성하게 주님의 은총을 체험하는 때입니다.
지금 교회는 급격한 변혁의 시기를 살아가면서 어떻게 하면 주님의 구원의 기쁜 소식이 오늘날 사람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결실을 낼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이미 30여년 전에 교회는 격변하는 현대 세계에 적절히 대용하고자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공의회는 말하기를 “현대 세계는 보다 나은 현세 생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정신적 성장의 노력이 수반되지 못하고 있다”(사목헌장 4항)고 이 시대의 문제점의 핵심을 지적했습니다. 사실 오늘날 물질문명의 눈부신 발전에 비해서 인간의 정신적 가치 추구는 퇴보해 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복음화’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말은 지금까지 많은 신자들이 알고 있는 ‘전교’라는 말보다 훨씬 폭넓은 뜻을 가진 말로써 주님께서 의도하셨던 복음내용을 보다 충만하게 이 세상에 펼치려는 의지다 담긴 용어입니다.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복음화의 뜻을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교하고,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주고 기타 다른 성사를 주는 것을 복음화 활동의 전부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복음화란 교회가 선포하는 메시지의 신적 능력으로 모든 개인과 집단의 양심, 그들이 관계하고 있는 활동, 그들의 생활과 구체적 환경을 변혁시키려고 노력하는 것”(현대의 복음선교 17-18항)이라고 정의하셨습니다.
그리고 복음화 활동은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 전체가 ‘함께’, ‘공동으로’ 추진해야하는 중요한 임무임을 알아야 합니다. 교회의 일을 하나에서 열까지 성직자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이끄는 반면, 평신도들은 옆에서 소극적으로 거들기만 하는 수동적인 자세로는 복음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마치 몸의 모든 세포가 다 살아 활동해야만 생명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듯이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신비체인 교회의 세포들인 신자들도 하나 하나가 다 살아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각 신자들이 충만한 생명력을 가지고 활동하기 위해서는 신비체의 세포인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인 복음으로부터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적으로뿐 아니라 공동체적으로 이루어져야 더 효율적이 됩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사도들이 전하는 복음 말씀을 듣고 한 마음이 되어 서로 사랑하고 도우며 성찬을 나누고 하느님을 찬양하였습니다(사도 2,37-47). 그들은 세례를 받아 새 생명을 받고(로마 6,4) 복음적 생활(에페 4,23-24: 골로 3,9-10)로 새로워진 사람들, 곧 새로운 인류로 태어난 사람들로서 세상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대상이 되었던 것입니다. 복음화는 바로 이 내적 변화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이 내적 변화가 소공동체의 삶을 통해 가능하며 나아가서 사회를 하느님의 누룩으로 변혁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소공동체란 소수의 가정인 인근 신자들이 기도와 성경독서와 교회 공부와 인간적 및 교회적 문제에 대한 토론을 하고 공동 책임을 도출하는 소수 신자들의 집회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공동체들은 교회의 활력의 표지이고 신자 교육과 복음화의 도구이며 ‘사랑의 문화’에 바탕을 둔 새로운 사회의 출발점이다.”(교회의 선교사명51항)고 말씀하십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복음의 주요 주제의 첫째가 회개입니다. 그런데 복음이 말하는 회개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삶을 살던 사람이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이고 새 생활을 하는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삶으로 옮겨감을 뜻합니다. 즉 주님을 중심으로 모인 공동체에 참여하여 함께 사는 것입니다. 이 공동체의 삶은 복음을 함께 듣고 묵상하고 그 느낌을 서로 나누면서 복음의 내용을 함께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는데 있습니다. 곧 복음과 생활현장을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주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이들에게 있어 삶의 자표는 당연히 복음입니다. 이 복음서가 모든 신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읽혀지고 재음미되고 마음 싶은 곳에서부터 주님을 만나는 장(場)이 되어야 합니다. 거기서 하느님의 뜻을 바르게 깨닫고 그분의 사랑과 지혜와 용기를 체험해야 합니다. 그런데 비대해진 현재의 본당 체제로서는 이와 같은 회개가 제대로 이루어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2, 3천명이 넘는 본당 안에서 대부분의 신자들은 개인 신심에 치중할 뿐 공동체를 통한 복음적 가치를 체험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오늘날 주일마시에 참여하는 신자들 중 평균 5%의 신자들만이 본당내의 각종 신심, 활동단체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들은 오늘날까지 나름대로 고유한 은사와 이념을 통하여 복음 전파와 회원들의 신앙 심화에 큰 역할을 해오고 있음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그 단체들 안에도 소공동체 운동의 내용들이 접합됨으로써 보다 살아있는 복음화 활동의 단체로 쇄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또 현재 각 본당에서 실시하고 있는 반모임도 적은 수의 신자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복음 나누기도 하지만 참다운 그리스도 신자 ‘소공동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없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공동체라면 그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그리스도교 생활의 누룩이 되어야 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일들을 비롯하여 그리스도교적 사회 변혁에 실제적으로 이바지하는 바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헌재의 반모임이 참된 소공동체로 변화되어, 복음적 생활로 새로워진 사람들의 모임이었던 초대교회의 소공동체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야 하겠습니다.
소공동체 운동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이 ‘복음나누기’입니다. 복음나누기는 소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주님을 중심으로 함께 모여, 복음을 읽고 깊이 묵상하며 그 말씀에서 성령을 통하여 느낀 바를 서로 나누는 가운데 부활하신 주님을 뜨겁게 체험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 체험이 구성원 각자를 내면으로부터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변화시키고 그리스도 안에 하나로 뭉치게 하여 복음의 말씀을 생활 현장에 옮기게 합니다. 분리되기 쉬운 신앙과 일상생활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놀라운 결과를 내는 것입니다. 소공동체안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그리스도를 체험할 때에 비로소 초대교회 신자들이 증거했던 그리스도교적 사귐, 섬김, 나눔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복음나누기의 실천은 우리 자신의 신앙쇄신은 물론 세계 복음화를 위해 튼튼한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신자 여러분!
저는 금년도 사목교서를 통하여 소공동체 운동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그 실천을 당부한 바 있습니다. 이제 전통적 신앙 쇄신의 시기인 사순절을 맞이하여 저는 다시 한번 소공동체 운동을 통한 각자의 신앙생활 쇄신을 우선적 과제로 삼고 온 교구민이 하나되어 최선을 다하기를 간곡히 당부 드리는 바입니다. “둘이나 셋이 내 이름으로 모여있는 거기 그들 가운데 나도 있겠다”(마태 18,20)하신 주님께서 우리 소공동체 운동을 강복하시고 풍성한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기원합니다.

1996년 재의 수요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1. 1998년 사순절 담화문-사순절 사목서한

    1998년 사순절 담화문 사순절 사목서한 친애하는 신자 여러분! 참회와 고행의 시기(교회법 1249조)인 거룩한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교회는 사순절 동안 신자들이 회개와 죄의 보속을 위해 현세 생활의 고통을 감수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Date2012.06.11 Category사순담화 Views653
    Read More
  2. 1997년 사순절 담화문-“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

    1997년 사순절 담화문 “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 (루가 3,4)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참회와 고행의 시기인 사순절(교회법 1249-1253조 참조)이 다가왔습니다. 이 시기에 교회는 모든 신자들이 “특별한 방식으로 기도에 몰두하고 신심과 ...
    Date2012.06.11 Category사순담화 Views544
    Read More
  3. 1996년 사순절 담화문-“소공동체 생활을 통한 회개의 사순절”

    1996년 사순절 담화문 “소공동체 생활을 통한 회개의 사순절”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를 위해 세상에 오시어 몸소 인생길을 함께 가셨으며 성부의 뜻을 따라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운 업적을 묵상하고 ...
    Date2012.06.11 Category사순담화 Views554
    Read More
  4. 1995년 사순절 담화문-“생명보호를 회개하는 생활로...”

    1995년 사순절 담화문 “생명보호를 회개하는 생활로...”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거룩한 사순시기가 다가왔습니다. 사순시기는 교회가 정한 특별한 회개와 참회의 시기입니다(교회법 1250조). 교회는, 예수께서 당신 구원사업을 시작하시며 “회개하라, 하...
    Date2012.06.11 Category사순담화 Views550
    Read More
  5. 1994년 사순절 담화문-“믿음에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런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

    1994년 사순절 담화문 “믿음에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런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 (야고보 2,17) 친애하는 형재 자매 여러분! ‘봉사하는 가정의 해’에 거룩한 사순시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사순절은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죽으셨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의 ...
    Date2012.06.11 Category사순담화 Views676
    Read More
  6. 1993년 사순절 담화문-회개하여 “성가정”을 이룹시다

    1993년 사순절 담화문 회개하여 “성가정”을 이룹시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거룩한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순절은 인류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의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기 위해 교회가 제정한 참회와 고행의 전례시...
    Date2012.06.11 Category사순담화 Views588
    Read More
  7. 1992년 사순절 담화문-“회개하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

    1992년 사순절 담화문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거룩한 사순시기가 다가왔습니다. 교구적으로 회개와 쇄신을 지향하며 "신앙 쇄신의 해“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금년도 사순시기는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습니다. 새 ...
    Date2012.06.11 Category사순담화 Views585
    Read More
  8. 1991년 사순절 담화문-“사랑의 실천을 생활화하는 사순절”

    1991년 사순절 담화문 “사랑의 실천을 생활화하는 사순절”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1. 거룩한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금년의 사순시기는 교구 설정 25주년의 해에 맞이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특별한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거룩한 시기를 ...
    Date2012.06.11 Category사순담화 Views682
    Read More
  9. 1990년 사순절 담화문-빠스카 신비의 경축을 준비하는 사순절

    1990년 사순절 담화문 사순절 사목서한 빠스카 신비의 경축을 준비하는 사순절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1990년 사순절이 다가왔습니다. 사순절은 전례 주년의 절정인 예수 부활 대축제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매년 사순절을 특별한 ...
    Date2012.06.11 Category사순담화 Views938
    Read More
  10. 1989년 사순절 담화문(자료 준비중)

    1989년 사순절 담화문(자료 준비중)
    Date2012.06.11 Category사순담화 Views44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