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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하느님께서 그분을 다시 살리셨습니다”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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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


“하느님께서 그분을 다시 살리셨습니다”

(사도 10,40)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만물이 소생의 기운을 한껏 발산하는 계절에 우리는 또다시 주님의 부활을 환호하게 되었습니다. “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죽음의 사슬을 끊고 다시 살아나신 주님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이 축일의 기쁨을 충만히 허락하시기를 기원합니다.
1. “형제들을 찾아 가거라” (요한 20,17)
어둠이 빛을 막을 수 없듯이 미움이 사랑을 억누르지 못하고 불의가 정의를 이기지 못합니다. 죄가 은총을 막지 못하며 죽음이 생명을 가둘 수도 없습니다. 빛, 사랑, 정의, 은총, 생명이 예수 부활로써 어둠과 미움, 불의와 죄, 그리고 죽음을 이겼습니다. 부활은 정의와 사랑과 생명의 불의와 미음과 죽음을 쳐 이긴 승리의 사건으로써 인류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이 부활 사건으로 말미암아 죽음과 멸망에로 치닫던 인간 세상이 생명과 성취에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부활은 십자가라는 투쟁과 극복의 험난한 과정을 거쳐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은 그 때까지 주님을 따르던 제자들의 작은 공동체를 여지없이 부수어 버렸고 그들의 믿음과 희망을 앗아갔습니다. 십자가의 엄청난 충격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좌절을 맛본 제자들은 공동체를 떠나 각자 제 갈 길로 흩어졌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등지고 절망을 향해 가던 제자들이 다시금 예루살렘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옛 생활로 돌아가려던 그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뵈었기 때문입니다. “틀림없이 나다! 자, 만져보아라”(로마 24,39)하시며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주님의 발현은 제자들로 하여금 벅찬 기쁨과 평화를 맛보게 하였고 형제들이 있는 곳까지 찾아가게 하였습니다. 부활은 십자가 사건으로 인해 흩어졌던 제자들을 자시 결집(結集)시켰던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주님의 부활은 십자가로 인해 닫혔던 제자들의 신앙의 눈과 귀를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그리하여 부활은 믿음의 공동체, 곧 교회를 역사 안에 탄생시켰습니다. 새 공동체 안에서 제자들은 성령의 은사로 새 인격으로 태어나 새 안목으로 십자가 사건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며, 확신과 열정에 넘치는 사도가 되어 예수님의 부활을 대담하게 증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은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이 예수를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주님,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습니다”(사도 2,36)라고 용감하게 주님을 증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2. “죽음의 세계에 버려두지 않으셨다” (사도 2,31)
십자가와 부활이 도대체 어떤 사건이기에 사람을 새로이 변화시키고 역사의 방향을 전화시켰습니까? 그리고 어떻게 예수님의 부활이 역사와 인생의 최종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까? 한 마디로 그것은 부활로써 성부와 아드님이 성령 안에서 인류를 위해 나누시는 사랑이 구현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드님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아버지께) 순종하셨습니다”(필립 2,7-8). 십자가의 죽음은 그리스도께서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에 응답하여 온전히 자신을 바치신 봉헌입니다. “나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아버지께서 분부하신대로 실천한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야 하겠다. 자, 일어나 가자”(요한 14,31)하시며 예수님은 당신 수난의 길을 내 디뎠던 것입니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르 15,34)하고 십자가에서 절규하신 아드님의 가혹한 고통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셨던 성부께서 결국 아드님의 그 사랑에 전적으로 보답하셨습니다. 예수 부활은 십자가 위에서 완벽하게 당신 사랑을 드러내신 아드님의 순종에 대한 하느님 아버지의 완벽한 응답입니다. 그런 뜻에서 사도들은 ”예수께서 부활하셨습니다“라고 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예수를 다시 살리셨습니다“라고 선포하였던 것입니다. 불의한 자들에 의해 무참히 쓰러지신 그리스도의 의로움을 입증해 주셨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으로 예수님은 이름없는 ‘무명인’이 되셨으나 부활로써 '그리스도, ‘주님’이라는 새 이름을 얻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분을 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필립 2,9)하신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입니다. 이 같은 사랑의 교환에서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 분출하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사랑이 세상 안에 흘러 들기 시작하자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가 역사 안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에 이르렀고, 사랑이 역사와 인생의 바탕이요 궁극적인 목표가 되었습니다. 또한 정의가 불의에 짓눌리고 짓밟히는 일이 있을지라도 끝내는 정의가 승리하며, 우리가 어떠한 절망적 처지에 빠지더라도 희망을 갖고 거기서 헤어날 길이 열린 것입니다.
3. “가서... 전하라” (마르 16,7)
우리는 생명의 하느님을 믿고 부활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신앙인입니다. 부활 덕분에 이제 우리는 믿고 희망하며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활 신앙에 투철한 신앙인은 ‘가서... 전하라’하신 주님의 명령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형제들에게 다가가서 아집과 안락의 껍질을 깨고 그들과 더불어 그리스도의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부활의 체험으로 활력에 넘쳤던 초대 교회 신자들의 모습을 닮도록 힘써야 합니다. 사랑으로 이웃과 소유물을 나누며, 너그러이 서로 봉사하고 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성실히 성찬에 참여하였던 초대교회 신자들의 모습(사도 2,42-47: 5,12-16)은 우리의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그들에게는 생활과 기도가 조화되어 하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증거하러 나서야 합니다. 부활의 능력에 의해 살아가는 활기찬 삶의 모습을 믿지 않는 형제들에게 보여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교구가 금년에 지향하고 있는 소공동체 운동의 요체(要諦)입니다. 소공동체 운동의 근본 바탕은 역시 부활 신앙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신자 여러분이 하느님의 말씀을 맛들이게 하고 형제애를 북돋우며 신앙에 활력을 공금해 주는 소공동체 운동에 적극 동참해 주기를 당부합니다. 우리 모두 형제들과 나누는 소공동체의 삶을 통해 부활 신앙을 다지고 부활하신 주님을 증거하는 참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새 생명의 주님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돈독한 부활 신앙과 함께, 기쁨과 축복을 충만히 내려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하느님께서 예수를 사흘 안에 다시 살리셨습니다. 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아멘.


1996년 예수 부활 대축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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