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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사순절 담화문-사순절 사목서한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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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사순절 담화문

사순절 사목서한

친애하는 신자 여러분!
참회와 고행의 시기(교회법 1249조)인 거룩한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교회는 사순절 동안 신자들이 회개와 죄의 보속을 위해 현세 생활의 고통을 감수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어려운 경제 여건 또한 국민들에게 근검절약과 내핍 생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금년의 사순절은 우리가 각별한 마음가짐으로 보내야 할 때라고 여겨집니다. 그리스도 신자로서 사순절의 정신을 받들어 회개와 보속을 하는 우리의 정성과, 국민으로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생활의 어려움을 감내하는 정성이 어우러져서 고통 중에 있는 우리나라에 하느님의 구원의 은총이 충만히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교회는 죄의 참회를 위해 사순절 동안 신자들이 “특별한 모양으로 기도에 몰두하고 신심과 애덕의 사업을 실행하며 자기들의 고유한 의무를 더욱 충실히 완수”(상동)하기를 법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신자들이 사회안에서 영위하는 성실한 신앙생활을 통하여, 인류의 죄를 대신지고 십자가에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함으로써 주님의 부활 대축일을 잘 준비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신자들은 믿음과 순종의 정신으로 이 규정을 충실히 지켜야 할 것입니다.
참회를 위해 첫째로 요구되는 것은 기도입니다. 하느님과 일치하려는 기도 없이 참회한다는 것은 빈말이며, 또한 하느님의 도움 없이 참회의 길을 걷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순절 동안 특별히 기도에 열중하며, 특히 이 시기의 정신에 맞는 기도들, 예를 들면 십자가의 길, 그리스도의 수난과 관련되는 갖가지 기도, 참회와 보속을 위한 기도 등을 바침으로써 주님의 수고 수난에 감사와 찬양을 드리고 주님의 도우심을 간구해야 합니다.
교회가 두 번째로 권장하는 참회 행위는 사랑의 실천입니다. 사랑은 “온갖 허물을 덮어주고”(잠어 10,12) “허다한 죄를 용서해주는”(1베드 4,8) 신약(神藥)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열심한 기도가 죄를 사하는 길이지만 사랑이 곁들이지 않는 기도는 참 기도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사랑 실천이 하느님의 가장 큰 계명이며 모든 덕의 완성일 뿐 아니라 또한 죄 사함의 왕도(王道)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교회가 세 번째로 제시하는 참회의 길은 자기의 고유한 의무를 충실히 완수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세상에 태어납니다. 따라서 인간은 하느님의 그 부르심에 따라 각자가 자기에게 맡겨진 사명과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를 잘 양육하고, 선생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며, 정치인은 정치를 바르게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으로부터 자기에게 맡겨진 사명과 책임을 완수하는 것이 바로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정의는 근본적으로 “인간 사회의 창설자이신 하느님께서 인간 사회에 부여하신 질서”(사목헌장 78항)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이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사회정의 실천의 해를 지내고 있는 이 사순절에 우리 교구민 모두가 정의 실천을 통한 참회의 길에 대하여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신자 여러분께서 ‘고유한 의무의 수행’이 곧 정의의 실천이며 교회가 제시하는 참회의 길임을 명심하고 가정과 사회와 교회 안에서 맡은 책임을 완수하는 데 온 정성을 쏟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정의 구현의 구호를 백 번 소리 높여 외치는 것보다 자기에게 맡겨진 작은 책임을 완수하는 것이 효과적인 정의 실현의 길이며 하느님의 뜻에 의합하는 책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책임을 충실히 완수하는 데는 많은 노력과 희생이 요구됩니다. 사회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부정과 부조리가 만연한 사회 안에서는 더욱 그러하며, 우리 한국의 경우는 거기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많은 유혹을 물리치고 고통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정의를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입니다. 우리는 죄를 참회하는 마음으로 그러한 어려움들을 감수하고 극복하면서 정의로운 사회 건설에 이바지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에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데는,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사회구성원인 우리 모두에게 응분의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 하지 않은 잘못뿐 아니라,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 그리스도 신자로서 사회 복음화 사명을 다 하지 못한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쳐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순절이, 개인적 기도와 사랑의 실천을 통한 참회와 보속의 시기가 될 뿐 아니라, 우리 각자의 고유한 의무 수행과 사회정의 실천을 소홀히 한 잘못에 대한 참회와 보속의 시기가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정의로운 사회 건설에 이바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친애하는 신자 여러분!
사순시기는 은총의 때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은총의 시기를 거룩하게 지냄으로써 개인과 가증은 물론 우리 사회에 하느님의 은총의 선물이 풍성히 내리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 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부분에 걸쳐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하느님의 은총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적은 수의 의인의 기도를 들으시고 노여움을 거두시는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창세 18,16-33)께 사회 복음화의 사명을 띠고 있는 우리는 열렬한 기도와 보속의 삶을 바쳐야 할 때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 모두의 가정과 사회에 풍성하기를 기원합니다.

1998년 재의 수요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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