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담화

1999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말씀이 사람이 되셨습니다”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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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말씀이 사람이 되셨습니다”

(요한 1,14)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기쁜 성탄절이 다가왔습니다. 말씀이 인간의 모습으로 육화(肉化)하신 예수 아기께서 여러분에게 충만한 축복과 은총을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새로운 천년기를 바라보는 길목에서 우리 신앙 공동체는 다시금 주님의 성탄 축일을 경축하고 기억합니다. 기억은 과거의 사건을 오늘이라는 시간과 공간 안에 재현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억은 과거를 망각 속에 묻어두지 않고 현재로 옮겨와 현재화시킵니다. 예수 아기의 탄생이 단순히 지나간 과거에 속하는 사건이 아니라 오늘이라는 삶의 현장 안으로 옮겨질 수 있는 것도 바로 기억을 통해서입니다. 우리는 예수 아기의 탄생이라는 사건을 기억함으로써 이 사건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오늘이라는 시간과 공간 안으로 되새겨야 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 신앙 공동체는 부단히 성탄 대축일의 의미를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탄의 의미 - 인간성 회복
에수 아기의 탄생은 하느님께서 인간의 모습을 취하시어 육화하신 사실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의 흉내를 내신 것이 아니라 참으로 인간이 되셨고, 지고(至高)한 신성(神性)이 먼지로 돌아갈 인성(人性)을 취하신 것입니다. 이로써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처해있는 실존의 조건, 인간의 삶과 운명의 조건을 동참하셨습니다. 인간의 실존을 에워싸고 있는 어두움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 자유롭게 하기 위해 인간이 되시어 낮은 곳으로 오신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육화, 구세주 그리스도의 강생, 성탄의 의미입니다.
오늘날 우리 삶의 외형적인 모습은 풍요해졌고, 과학 기술의 진보도 괄목할만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우리의 실존이 안고 있는 원초적인 아픔은 여전히 우리의 삶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간의 실존을 에워싸고 있는 어두움으로 인해 인간 본래의 고귀한 모습이 파괴되는 비인간화의 물결이 우리 삶의 곳곳에까지 깊숙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인간성 회복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성탄의 의미를 더욱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성탄의 삶 - 육화의 삶
그리스도교 신앙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을 주님으로 고백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고백한다는 것은 그분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삶의 모범을 본받고 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해 육화하시어 낮은 곳으로 오신 것처럼 그리스도교 신앙인 역시 낮은 곳으로 육화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육화의 삶은 결코 삶의 질적인 타락이나 기존하는 질서의 파괴, 더구나 인간성의 포기가 아닙니다. 그보다든 오히려 나 자신까지를 포함하는 주변 세계의 인간화와 인간이 자기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는 풍토 조성에 투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육화의 삶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지음을 받은 인간의 존엄성을 토대로 해서 비인간화의 물결, 반생명 그리고 죽음의 문화를 거슬러 투쟁하는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산 교구 공동체는 지난 몇해 동안 대희년을 준비해 오면서 <가정 복음화>와 <사회 복음화>라는 사목 지표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는 가정과 사회 그리고 이 척박한 땅 안에서 육화하는 삶을 살려고 한 노력이었습니다. 즉, 인간이 인간다운 모습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앞장서는 삶을 살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지난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2000년에는 <선교의 해>라는 사목 지표 아래 한층 더 성실히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를 육화하는 삶을 살고자 다짐합니다. 선교는 단순히 신자들의 수를 양적으로 늘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하느님께서 주신 인간다운 모습을 회복하고 그 모습을 유지하면서 살아 갈 수 있는 사회풍토 조성, 즉 사회 복음화를 궁극 목표로 지향하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신자 여러분!
성탄 축일은 단 한번의 기억 또는 회상으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일상적이고 평범한 매일의 삶이 하느님의 육화의 신비를 체험하고 그것을 세상 안에 구현하는 삶으로 엮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성탄의 축제는 일상의 축제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새 삶을 설계하는 신자 여러분에게 은총의 2000년 대희년을 맞이하여 성탄의 신비를 우리 사회 안에 실현하는 신선한 삶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다시금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인간의 모습을 취하여 육화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아기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1999년 성탄
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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