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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김정우 라파엘 신부

옆집 아들 예수

 

옆집 아들이 이번에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온갖 소문의 주인공이 됩니다. 살림살이 고만고만한 거 다 알고, 그래서 고액 과외를 시킬 여유가 없는 것도 알고, 머리에 좋다는 등 푸른 생선만 골라다 먹인 것도 아닐 텐데… 내 아들보다 그 집 아들이 더 나을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고민은 시샘이 되고, 점점 질투로 번져, 끝내 미움으로 드러납니다. 이젠 옆집을 떠올리기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옆집 아들 예수를 바라보는 동네 사람들 마음이 그랬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마음과 뜻이 아로새겨져 있다지만, 시간이 흐르고 성장해가는 동안 하느님보다 더 커 보이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기 일쑤입니다. 사랑이니, 나눔이니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력 있어 보이는 것들에 눈길이 더 가게 마련이죠. 나, 내 것이 아니면 눈에 안 들어오고, 성에 안 차는, 그렇게 점점 하느님보다 내가 더 커버린 상태가 되어갑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주어졌던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그 누군가, 설령 그가 하느님의 아들이라 할지라도 미워 보일 수밖에요.


인간적인 눈으로 보면 인간 예수는 나와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하느님도 그러라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의 모습으로 세상에 보냈습니다. 다만, 마음가짐이 달랐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가 달랐습니다. 그저 태어났으니 그저 산다 말하는 여느 우리와는 달리, 삶이, 생명이, 과연 누구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깨닫고, 근원이신 하느님의 뜻을 추구하고 쫓아갔을 뿐입니다. 세상이 요구하는 시선, 세상이 요구하는 방식에 물들어버린 동네 사람들로선 결코 이해하지 못할 새로운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보통 사람, 평범한 사람, 나보다 조금 못나 보이는 옆집 아들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동네 사람들의 가리어진 눈이 문제였다면 문제랄까요.


사랑받기는 원하면서 사랑하고자 다가서기를 귀찮아하는, 이해받기를 원하면서 먼저 이해하고 배려하기를 꺼려 하는, 용서받기를 바라면서도 내가 먼저 용서하기에는 지독한 조건을 내걸어야 하는, 하느님의 방식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깨닫지 못할 옆집 아들 예수의 일상입니다. 오늘도 그분은 변함없이 우리와 같은 모습, 옆집 아들처럼 다가오십니다. 아니, 어쩌면 내 주위에 살고 있는 이들이 또 다른 예수의 얼굴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가, 그들에게서 하느님의 얼굴을 찾을 수 있는가, 그들은 여전히 옆집 사람에 불과한가, 아니면 응당 나와 같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사랑받고 용서받고 이해받기에 충분한 사람으로 비치는가…


참새 눈에는 나락만 보이고, 이몽룡 눈에는 춘향이만 보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라면 응당 하느님과 그분 마음에 드는 이들의 일상과 신앙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평범함 속에 진리가 숨어있음을, 하느님은 결코 특별한 방법으로 세상을 구원코자 하시는 분이 아님을, 보통의 일상 안에서 평범하게 사랑하며 살아가는 우리들도 기꺼이 당신의 자녀로 불러주시는 분이 바로 자비로운 아버지 하느님임을 깨닫는 한 주간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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