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
2022.08.10 11:45

사랑(6)

조회 수 39
Extra Form
저자 최봉원 야고보 신부(교구 총대리)

220807 한말씀 상단 이미지(홈피용).jpg

 

남아메리카 말인 우분투(Ubuntu)는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I am because you are).’라는 뜻으로, 이웃을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그들의 전통적인 윤리 사상이다.


어느 민속학자가 아프리카 부족에 관한 연구를 하던 중, 한마을의 부족 아이들을 불러 모은 뒤 그들에게 한 가지 제안했다. 멀리 보이는 나무 옆에 싱싱하고 먹음직스러운 과일 바구니를 마련해 놓고, 누구든지 먼저 그곳까지 뛰어간 자에게 과일을 모두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이 통역되어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그러나 그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누구 하나 빨리 가려고 하지 않고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달려갔다. 그리고 바구니 앞에 이르자 같이 둘러앉아, 과일을 베어 물고 키득거리며 재미있게 나누어 먹었다.


학자는 아이들에게 “누구든지 먼저 간 사람에게 과일을 모두 주려고 했는데, 왜 손을 잡고 같이 달려갔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의 입에서는 합창하듯 ‘우분투!’라는 단어가 쏟아졌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서 의아해하는 학자에게 한 아이가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떻게 혼자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라고 말했다. 


내가 받으면 선물이고 남이 받으면 뇌물(賂物)이며, 내 말은 의견이고 남의 말은 불평이고, 내가 하는 일은 정의(正義)이며 남이 하는 일은 불의(不義)라고 하는 편견과 ‘나만 잘살면 된다.’ ‘나는 선하고 상대는 악하다.’고 하는 잘못된 논리가 팽배한 사회 풍조 속에 살아가는 요즈음, 이러한 ‘우분투 정신’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16-17)


그리하여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은 새 계명을 주시면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라고 하셨고,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일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낫다(마르 12,33 참조)고 하셨다. 또 최후의 심판 기준에서 우리가 주변의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주고 안 해준 일이 곧 주님께 해주고 안 해준 일이 되며, 동시에 그것은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는 복 받는 자들이 되든지, 아니면 영원히 벌 받는 곳으로 가는 저주받는 자들이 되든지 한다(마태 25,31-46 참조)고 하셨다.


그래서 ‘사랑의 사도’라고 하는 요한은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물며(1요한 4,16 참조), 누가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면 그는 거짓말쟁이고, 눈에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없다(1요한 4,20 참조)고 했다.


예수님은 율법 교사의 질문에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라(마태 22,37-40 참조)고 하셨고, 또 착한 사마리아인의 사랑을 받은 자와 같은 어려운 사람이 우리의 이웃이라고 하셨다(루카 10,29-37 참조). 그리고 성부 하느님의 뜻을 따라 인류 구원을 위해, 십자가의 제물이 되면서까지 사랑을 실천하셨다.


남아프리카 부족들의 인사말이기도 하는 우분투 정신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랑의 원리이며 공생(共生)의 법칙이 아니겠는가?

 

220807 2면 한말씀 원고 하단백그라운드(홈피용).jpg


  1. 여성가족부 존치의 이유

    Date2022.08.18 Category사회교리 Views42 file
    Read More
  2. 종교 간 대화는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Unity-in-diversity)를 추구한다.

    Date2022.08.11 Category현대 영성 Views61 file
    Read More
  3. 사랑(6)

    Date2022.08.10 Category한 말씀 Views39 file
    Read More
  4. ‘외모 지상주의’ 시대의 ‘복음 선포’

    Date2022.08.10 Category문화읽기 Views255 file
    Read More
  5.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도 구원받을 수 있나요?

    Date2022.08.10 Category현대 영성 Views46 file
    Read More
  6. 이웃 종교와 대화가 왜 필요한가

    Date2022.08.10 Category현대 영성 Views24 file
    Read More
  7. 교회의 앞날 걱정은 재정이 아닌 신앙

    Date2022.08.10 Category렛잇고 문화 렛잇비 신앙 Views28 file
    Read More
  8. 아직도 전쟁 중

    Date2022.08.10 Category사회교리 Views27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3 Next
/ 33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