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
2022.09.29 11:41

겸손(謙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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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봉원 야고보 신부(교구 총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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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14,11은 자신을 높이면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면 높아진다고 했고, 집회 3,18은 높아질수록 자신을 낮추면 주님의 총애(寵愛)를 받는다고 하면서 겸손하게 살 것을 강조했다. 


겸손이란 어떤 것인가?
교학 한국어 사전에서 겸손은 ‘남을 대할 때 젠체하지 않고, 자기를 낮추는 태도가 있음’이라고 했다. 젠체한다는 말은 ‘잘난체하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영어로는 겸손을 humility라고 한다. 이것은 라틴어 humilitas의 파생어(派生語)이고, humilitas 어근(語根)은 땅이라는 라틴어 humus이다. 그리하여 겸손의 뜻은 땅의 속성에서 잘 알 수 있다. 


땅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밑바닥에서 떠받친다. 그리고 땅 위에 있는 좋은 것이나 안 좋은 것이나 구분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나중에는 그런 것들을 좋은 것으로 재생(再生)시켜 준다. 겸손의 삶이란 이렇게 땅의 속성(屬性)처럼 자신을 낮추어 모든 것을 받아들일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


‘인간적’이라는 영어 human과 ‘인본주의’라는 영어 humanism도 라틴어 humus에서 나왔다. 그러므로 인본주의를 외치며 인간적으로 산다고 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겸손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겸손의 참모습을 예수님에게서 볼 수 있다. 
사도 바오로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다(필리 2,6-7 참조)고 했다. 이처럼 예수님은 하느님이신데 자신을 완전히 낮추고 사람의 모습으로 오시어,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이 되셨다. 그래서 예수님은 마태 11,29에서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라고 하셨다.


1978년 8월 26일 제263대 교황이 된 요한 바오로 1세는 ‘미소의 교황’으로 일컬어졌으나, 재위 33일 만에 선종했다. 교황은 첫째도 겸손, 둘째도 겸손, 항상 겸손을 당신 사제직의 중심 좌우명으로 삼았다. 그래서 지난 9월 4일 교황 프란치스코에 의해 시복되어 신앙인들의 더 많은 존경을 받게 되었다.


경쟁 시대라고 하는 요즈음은 자신을 낮추어 겸손하게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들은 누구든지 어디에서나 윗자리를 차지하여 인정받고 싶어 한다. 예수님 시대의 율법학자(律法學者)들과 바리사이(Pharisee)파 사람들은 더욱 그러했다. 제자들도 가장 큰 사람에 관한 논쟁(마르 9,33-37 참조)과 그것을 위한 청탁 행위(마르 10,35-45 참조)를 했을 정도였다.


누구든지 스스로 높아질 수 없다. 반드시 겸손하게 살아야 주변 사람으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으며, 높은 사람으로 대접을 받는다. 윗자리와 하느님의 나라도 그런 사람이 차지하는 것이다.


중국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사상가이자 도가철학(道家哲學)의 시조였던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 제8장에서 “최상의 선(善)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있기를 원한다.”


그렇다. 물은 서로 다투지 않고, 앞이 막히면 피해 간다. 둥근 모양에 들어가면 둥글게 되고, 네모난 모양에 들어가면 네모꼴이 된다.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모든 시냇물의 왕(王)이 된다. 이리하여 물도 땅과 함께 모든 생명력의 근원이 된다.


한마디로 겸손한 삶이란 땅과 물의 속성처럼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겸손이야말로 모든 덕행의 근본으로서,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 보약(補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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