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
2022.11.30 15:37

한 가지 부족한 것

조회 수 66
Extra Form
저자 최봉원 야고보 신부(교구 총대리)

‘백주홍인면 황금흑사심(白酒紅人面 黃金黑士心)’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술을 마시면 얼굴색이 붉어지는 것처럼, 선비가 돈맛을 알면 마음이 검어진다는 뜻이다. 대낮에 도둑질하다가 붙잡힌 사람에게 주인이 물었다. “어떻게 밤도 아닌데, 낮에 이런 도둑질을 하느냐?”고 했더니, “돈에 미치면 밤낮 구분이 잘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돈이나 재물에 빠지면, 부모와 형제뿐만 아니라 하느님도 몰라보게 된다. 때로는 살인도 하고 형제간의 우애와 친구 사이의 의리도 상해 서로 원수가 되고, 나중에는 하느님과도 멀어지게 된다.


마태 19,16-26, 마르 10,17-27, 루카 18,18-27에서도 언급되는 ‘어떤 사람’은 권력 있는 부자였다. 그가 예수님께 와 무릎을 꿇고 “제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너는 계명들을 알고 있지 않느냐?” “그런 것들은 제가 다 지켜왔습니다. 아직도 무엇이 부족합니까?” 예수님은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며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고 이르셨다. 그러자 재물이 많았던 그는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갔다.


이어서 예수님은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르 10,25)라고 하셨다. 낙타는 유대인들이 알고 있는 큰 동물이고, 바늘귀는 성문이나 대문 옆에 붙어 있는 작은 문이었다. 즉 몸집이 큰 낙타가 작은 문을 드나들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누구나 하느님과 재물을 같이 섬길 수 없다(마태 6,24 참조)고 했다. 그래서 부자들은 대체로 하느님보다 재물을 더 섬긴다. 또 돈으로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고,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에제 28,5은 “재산을 늘리고는 그 재산 때문에 마음이 교만해졌다.”라고 경고했다. 


부자라고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세관장 자케오(Zacchaeus)는 재산의 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며 횡령한 것은 네 곱절로 갚겠다(루카 19,1-10 참조)고 했다. 그리고 최고 의회 의원 니코데모(Nicodemus)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며 예수님의 장례 준비까지 했다(요한 3장 참조). 또 아리마태아(Arimathea) 출신 요셉이라는 부자는 난처한 상황이었음에도 예수님의 시신을 자기 소유의 새 무덤에 모셨고(마태 27,57-61 참조), 한 무명의 부자는 예수님의 최후만찬(最後晩餐)을 준비할 큰 이 층 방을 내주기도 했다(마르 14,12-16 참조).


그래서 잠언 30,8-9은 이렇게 말했다.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저에게 정해진 양식만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지 않으시면 제가 배부른 뒤에 불신자가 되어 ‘주님이 누구냐?’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 아니면 가난하게 되어 도둑질하고 저의 하느님 이름을 더럽히게 될 것입니다.”


돈이 힘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가 되는 것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이상향(理想鄕)이다. 문제는 부자 그 자체가 아니다. 어떻게 재산을 모았으며, 또 어떻게 재산을 활용하면서 부자로 사느냐이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능력껏 재산을 모아 부자가 되면 좋은 일이다. 그러면서 불신자가 되는 부자가 아니고, 재산을 하느님 뜻에 맞게 잘 활용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부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기술(奇術)이고, 돈을 잘 쓰는 것은 예술(藝術)이라고 한다.


한 해를 돌아보며 마무리하는 12월이다.


모두가 열심히 잘 살아왔겠지만, 부족한 것도 있었을 것이다. 그중에서 무엇이 가장 부족했는가를 더듬어보고, 남은 기간에 그 부족한 한 가지를 채우도록 하자.

 

221204 2면 한말씀 이미지(홈피용).jpg


  1. 만 탈렌트의 용서

    Date2022.12.26 Category한 말씀 Views124 file
    Read More
  2. 한 가지 부족한 것

    Date2022.11.30 Category한 말씀 Views66 file
    Read More
  3. 위령 성월과 선종(善終) 사제

    Date2022.11.03 Category한 말씀 Views63 file
    Read More
  4. 겸손(謙遜)

    Date2022.09.29 Category한 말씀 Views59 file
    Read More
  5. 약(藥)도 되고 독(毒)이 되는 말

    Date2022.09.01 Category한 말씀 Views34 file
    Read More
  6. 사랑(6)

    Date2022.08.10 Category한 말씀 Views39 file
    Read More
  7. 사랑(5)

    Date2022.08.10 Category한 말씀 Views18 file
    Read More
  8. 사랑(4)

    Date2022.08.10 Category한 말씀 Views20 file
    Read More
  9. 사랑(3)

    Date2022.08.10 Category한 말씀 Views19 file
    Read More
  10. 사랑(2)

    Date2022.03.31 Category한 말씀 Views26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