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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종두 요한 신부/ 교구 이주사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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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동티모르 교우들을 위한 미사를 위해 통영에 들러, 인도네시아 신부님과 동티모르 출신 형제들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최근 동티모르 출신 형제들이 이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사례가 드물어, 미사 외에 일상적 고충상담, 의료 및 노동복지에 관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부님과 공동체에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곧바로, 진주에 있는 동티모르 친구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되었다. 8개월 전부터 한 형제가 신체의 마비 증상으로 와상생활을 하고 있고, 조만간 본국으로 돌려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확히 어떤 질환인지 물어보니,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적이 없어 알 수 없다.”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었다. ‘왜? 아픈데 병원에 가지 못했을까? 진단도 받지 못하고, 어떤 병인 줄도 모르고 그저 신체에 마비 증상이 있어 일을 하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간다니…’ 등등의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직접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 볼 필요를 느꼈다. 예전 필리핀 선교지에서 열악한 의료체제로 너무나 쉽게 삶을 마감해야 하는 무력했던 상황들이 나를 괴롭혔다. 이 친구는 진주의 허름한 한 아파트에서 5명의 동티모르 출신 형제들과 함께 모여 살고 있었다. 신부님이 찾아갔는데 건방지게(?) 앉아서 손님을 맞았다. 하반신에는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은 채로 8개월 이상을 ‘앉은뱅이’로 살아온 것이다. 하지가 마비되어 일어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친구는 수년 전, 국내 체류기간이 만료되어 현재 강제출국 대상자이다. 병원이나 공공기관을 이용 시, 출입국관리소로 송치되어 본국으로 송환될 두려움에, 제대로 된 진료도 한 번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가 떠나지 못하고 머물 수밖에 없었던 작은방은, ‘본국의 가족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두려움 그리고 ‘치유하시는 예수님을 향한 희망’이 함께 존재했다.


환자를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 정밀검사를 한 결과, 경추와 흉추에 걸쳐있는 종양으로 인한 강직성 하지 마비 진단을 받았다. 상급기관으로 옮겨야 수술적 치료나 여러 다른 치료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현재 서울의 상급병원과 연계하여 치료를 준비 중이다. 


작년 이 환자가 걷지 못하게 되었을 때, 동료들이 4층 아파트에서 환자를 업고, 메고 내려와 택시를 타고 인근 성당에 가서 미사를 참석했다는 이야기를 본당 신학생을 통하여 우연히 듣게 되었다. 사실을 확인하니, 이 친구들이 마르코 복음의 지붕을 뚫고 중풍병자를 예수님께 내려보내 치유한 이야기를 재현하였다는 것이다. 


이 친구는 여전히 예수님으로부터 “얘야, 너의 죄는 용서받았다!”(마르 2,6)라는 말씀을 듣고 걸어서 일하러 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기도하고 있다. 눈물 나는 신앙심이지만 참으로 과학기술이 진보한 이 세상에서 선택지가 그것밖에 없었다는 것은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닌가? 


하지만 자본주의에 물든 사제는 의료보험이 없는 이 환자의 병원비를 어찌 감당할까 하는 금전적 걱정으로 머리가 가득 메워져 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신앙심 깊은 이 형제와 돈 걱정하는 한 사제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십시오!


주님, 저에게 자비를 그리고 차비도 베풀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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