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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종두 요한 신부/ 교구 이주사목센터장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가 12만 명이 감소했다고 통계청은 발표했다. 저출산으로 인하여 매년 인구감소율이 두 배씩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5천만 명 수준의 현재 인구가 25년 뒤면 4천만 명 정도로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미 성당은 저출산 시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전히 한국 내 본당에서는 학생미사나 청년미사라는 이름으로 미사전례를 거행하나 학생이나 청년들보다는 어른들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선 본당 사목자들은 그런 현실을 목도하면서 깊은 한숨을 쉬고 있을 것이다.


우리 교구 내에 주일미사 참석인원이 500명을 넘기는 본당은 얼마나 있을까? 청년미사에 500명의 청년들이 참석하는 미사가 있다면…현실 가능한 이야기일까?


명서동성당의 지하 강당에서는 이것이 현실이다. 매 주일 오후 5시 30분, 명서동성당 지하 강당은 베트남 청년들500여 명으로 채워지고 베트남어로 미사가 거행된다. 강당 내 공간이 부족해서 복도까지 꽉 찬다. 강당 내 교리실 하나는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그 공간을 가득 메운다. 청년미사라고 이름 지어 부르지 않는데, 청년들이 그만큼 모인다. 경상남도 내 거주하는 외국인 중 25퍼센트가 베트남 출신들이다. 이들 대부분이 청년들이다. 일선 본당에서는 젊은이들이 성당에 모이지 않아 걱정이겠지만, 이주민센터는 베트남 출신의 젊은 형제자매들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 


배부른 고민인가? 그렇지 않다.
이들이 모일 때마다 고심이 가득하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과 달리 본인들만의 성전을 가지지 못한 채, 다른본당의 한 공간을 빌려 사용해야 하는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혹여나 외국인이 몰려다닌다고 동네 주민들의 민원신고가 있지 않을까? 어떤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아직은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휴가철을 맞아, 7월 마지막 주말에 창원, 진주, 거제에서 170여 명의 베트남 청년들이 거제도로 여름캠프를 떠났다. 여전히 행사에 앞서 사고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단순히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이 아니다.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여러 가지 돌발상황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숙소도 외부인들과 접촉이 없도록 전체를 대관하여 베트남 형제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내국인들과 충돌이 일어날까 하는 두려움에서다. 내국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걱정했던 것이다. 관할서인 서부경찰서 외사과에 협조를 요청해 캠프를 떠나기 전 발대식에서 범죄 및 사고 예방교육도 가졌다. 여행 기간 동안 대절한 버스기사님들과 베트남 청년들이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다툼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기사님들도 모시고 캠프의 성격도 설명하고, 버스 내에서 소음 등에 대한 이해를 바란다는 청탁(?) 같은 부탁도 드렸다. 사실, 여름캠프를 떠나면서 경찰에 요청해 범죄 예방교육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절한 버스기사님께 출발하면서 목례 정도를 하며 ‘잘 부탁드린다’고는 인사는 해봤으나, 공식 일정에 기사님들과의 대화를 삽입해 본 것도 처음이다. ‘내가 준비를 잘 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과했나?’ 하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물론,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우리 베트남 청년들을 보호해 주고 싶은 지도 사제의 순수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나의 의도와는 달리 베트남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또 다르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신들을 잠재적 범죄자 혹은 문제아로 대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아니었기를 바랄 뿐이다. 기분이 상했다면 형제들이 부디 나를 용서를 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과한 걱정은 걱정으로만 남았고, 여름의 해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저녁 캠프장에서, 성대한 바베큐파티와 캠프파이어를 통해, 베트남 청년들의 화려하고 열정 넘치는 밤은 또 다른 숙제를 내게 안겨주었다. 얼마나 젊음을 발산하고 싶었을까? 공장의 기계 소리에 묻혀있던 그들의 소리는 캠프장을 둘러싸고 있는 산과 하늘에 크게 울려 퍼졌다. 그 젊음의 강열한 에너지를 좀 더 건강하고 복음적으로 품어 낼 수 있는 공간과 사목적 프로그램을 찾아 나서야 할 때인 듯하다. 500여 명의 젊은 청년들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들과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싶다.


이 지면을 빌려, 숫자가 많아서 고민인 우리 베트남 가톨릭 공동체에게 함께 모여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시는 명서동본당 신부님들과 수녀님 그리고 교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베트남 공동체를 언제나 환대하는 통영 태평동성당, 거제 국산공소, 진주 칠암동성당, 함안 칠원성당 공동체에도 함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베트남에서 이 젊은이들을 위해 사목하러 오신 프란치스코 작은형제회의 토마스 신부님과 살레시오회의 마리아 수녀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응원을 보낸다. 한국 성당도 청년들이 많아서 고민할 수 있는 날이 있기를 기도해 본다.

 

230820 이주민사목 백그라운드(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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