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사목
2023.09.27 11:07

뜻밖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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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명선 안나(남성동본당)

거슬러보니 1994년 5월의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습니다. 교정 후원자로 시작하였는데 교정 봉사자와 후원자들을 위한 성지순례를 가자는 본당 간사님의 권유를 받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성지 참배 후 각 본당 후원자들과 친목을 다지며 점심을 맛있게 먹는 중, 갑자기 본당 간사님께서 꽃다발을 제게 내미셨습니다. 꽃에 반해 눈치 없이 웬 떡이냐는 마음으로 기쁘게 받았습니다. 순간! 수녀님과 간사님께서 저에게 지금부터 본당 간사라고 소개하시며 박수까지 받았습니다. 그 후 수녀님의 설득으로 저는 본당 간사가 되었고 교정사목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교정시설에 들어가서 봉사할 때는 그 안의 형제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몸이 움츠러들고 불편함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내 형제, 평범한 이웃 아저씨 같은 느낌이 확 와닿았습니다. 그 뒤론 먼저 손을 내밀고 웃어주며, 기도하겠다고 이름을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도 경계를 풀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만나는 이웃이 되어 혹 안 보이면 어디가 아픈가, 출소라도 했나? 궁금하고 그들의 눈빛만 봐도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이 되었습니다. 


한 번은 교정의 연중행사인 단체 가족 면회 행사에 가족이 없는 5명의 가족이 되어 면회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5명의 아들을 소풍 보내는 마음으로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 갔습니다. 교정시설 마당과 강당에서 각자 가족들과 모인 자리에 그들을 맞아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한 음식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다며, 오랜만에 집밥을 먹는 것 같다며 기쁨을 연신 표현하는 그들의 모습에 어미 같은 마음이 들어 가슴이 찡했습니다. 부활과 성탄에는 교정사목후원회에서 그곳 형제들을 위하여 선물 꾸러미를 만들고 그 안에 축하 메시지도 넣어 들여보내는데, 그 선물과 메시지에 너무 기뻤다는 말을 전해 들을 때면 더욱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형제들이 보내온 편지 중 일부를 소개하겠습니다.

 

"진정 가족애를 느껴보는 감격의 자리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그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자선을 베풀며 살았느냐고.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주님의 가르침이 우주 공간보다 크다는 것을 다시금 새겼습니다. 그 아름다운 감사를 얘기하자면 편지지 한 권을 써도 다 못쓰겠지요. 그런 사랑을 먹고 사는 우리는 아름다운 믿음과 사랑을 … 세상에 전염 시켜야겠지요."

 

"매주 오셔서 따뜻한 눈으로 저를 바라봐 주시는 봉사자분들을 통해 주님께 더 가까이 다가섭니다. … 저희를 위하여 시간을 내어주시고 마음을 열어 손을 내미시는 봉사자분들을 통해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뵙습니다."

 

또 출소하여 지인의 소개로 목공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욕심부리지 않고 봉사자들처럼 봉사하는 마음으로 잘 살아가겠다는 편지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감사를 받기에 너무 부끄러운 저의 모습입니다. 봉사자들과 저의 작은 마음, 그리고 노력들이 절실한 우리 형제들을 위한 사랑의 씨앗이 되었다는 점은 너무나 큰 보람이고 기쁨입니다. 


이제 이곳 형제들과 함께한 시간도 30년이 다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그들이 주님의 은총 속에서 잘 살아가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체험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오늘도 담 안으로 발길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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